온천서 머리수건 얹는 일본인…웃긴다? 사고 막는 지혜였다

  • 카드 발행 일시2024.08.16

온천 소믈리에

온천 소믈리에를 내 관심에도 추가해드렸어요.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겐 암흑기였던 코로나19 유행 당시 이야기입니다. 그냥 여행도 힘든데 타인과 함께 탕에 몸을 담그러 가는 온천 여행은 목숨을 걸어야 하는 일 같았죠. 수천 개 온천지가 텅텅 비고 임시 폐업하는 호텔이 속출하던 2021년 2월, 일본 언론에 이런 기사가 나왔습니다. ‘구사쓰(草津) 온천수에는 코로나19 바이러스 감염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다.’ 

아무리 어려워도 저렇게 사기를 치면 되나, 했는데 근거가 있었습니다. 구사쓰 온천이 있는 군마(群馬)현의 군마대 공대 연구팀이 구사쓰 온천수와 상온의 수돗물, 그리고 살균제로 쓰이는 황산 수용액의 ‘항바이러스력’을 비교했습니다. 세 가지 물에 바이러스를 넣어 측정해보니, 구사쓰 온천수의 바이러스 대항력이 수돗물에 비해 최대 283배, 황산 수용액과 비교해도 50배 이상 높았다는 겁니다.

비밀은 온천수의 pH값에 있었습니다. 실제 대부분의 온천수는 알칼리성인데, 구사쓰의 온천수는 pH 2.05 정도로 레몬즙보다 더 강한 산성을 띠고 있거든요. 온천 측은 “구사쓰 온천수로 코로나19가 낫지는 않겠지만, 감염을 억제하는 효과는 있는 것 같다”고 조심스럽게 밝혔습니다. 워낙 감염 공포가 크던 시절이라 방문객이 크게 늘진 않았다지만, 온천이 가진 의외의 효능을 발견한 순간이었죠.

‘탕치(湯治)’라는 말이 있습니다. 지금처럼 의학이 발달하지 않았던 과거엔 온천에 머물며 질병이나 부상을 치료하는 사람들이 많았다죠. 우리나라에서도 세종대왕이 요양을 위해 온양온천을 찾았다는 이야기가 유명하죠. 일본에도 비슷한 스토리가 많습니다. 요즘에도 깊은 산골에 있는 온천의 경우, 수주에서 수개월간 머물며 요양하는 사람들이 있다고 해요.

온천 소믈리에 1회에서 일본의 3대 온천, 또는 3대 명천(名泉)으로 불리는 곳이 군마현의 구사쓰 온천, 효고(兵庫)현의 아리마(有馬) 온천, 기후(岐阜)현의 게로(下呂) 온천이라고 말씀드렸는데요. 왜 이 온천들이 일본 최고로 꼽히는가 하는 질문에 온천소믈리에협회의 도마 가즈히로(遠間和広) 회장은 딱 잘라 말하더라고요. “개성이 강한 온천수를 갖고 있기 때문”이라고요. 이들 온천수는 오래 전부터 질병에 특별한 효능이 있다고 알려졌고, 왕족이나 귀족들이 탕치를 위해 방문하면서 유명해졌다고 합니다.

온천이 질병 치료보다 오락과 휴식의 영역이 된 지 오래지만, 대자연에 둘러싸여 온천수에 몸을 담그는 일은 분명 건강에 좋은 영향을 미칠 겁니다. 하지만 제대로 된 방법으로 온천욕을 하지 않으면 교통사고보다 더 위험할 수 있다는 걸 아시나요? 건강을 지키는 올바른 입욕법을 꼭 숙지하세요.

게로 온천 '스이호엔'의 노천탕. 사진 스이호엔 홈페이지.

게로 온천 '스이호엔'의 노천탕. 사진 스이호엔 홈페이지.

라듐 녹아있는 온천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