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상반기 나라살림 적자가 100조원을 넘어섰다. 코로나19 긴급재난지원금 집행으로 지출이 크게 늘었던 2020년(110조5000억원) 이후 두 번째로 큰 규모다. 정부 지출은 늘어나는데 기업 실적 악화로 법인세 납부 실적이 크게 줄어든 여파다. 내년도 예산안을 짜고 있는 정부는 총지출 증가율을 당초 예정됐던 4.2%보다 낮은 ‘3%대 이하’로 낮추는 방향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년 연속 세수결손이 유력한 상황에서 허리띠를 졸라매 건전재정 기조를 이어나간다는 취지다.
14일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월간 재정동향 8월호’에 따르면 상반기 정부의 총수입은 296조원으로 1년 전보다 3000억원가량 줄었다. 반면에 총지출은 같은 기간 20조3000억원 늘어난 371조9000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엔 총수입(-38조1000억원)과 총지출(-57조7000억원) 모두 줄었는데 올해는 수입은 줄고 지출은 크게 늘어났다.
총수입에서 총지출을 뺀 통합재정수지는 76조원 적자를 기록했다. 통합재정수지에서 사회보장성기금수지 흑자를 걷어내 실질적인 나라살림을 보여주는 관리재정수지 적자는 103조4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상반기 관리재정수지 적자 폭이 100조원을 넘어선 건 이번이 세 번째다. 2020년(110조5000억원)과 2022년(101조9000억원) 이후 2년 만이다. 올해 정부의 연간 관리재정수지 예상 적자 규모(91조6000억원)보다도 11조8000억원 많다.
나라 곳간 사정이 예상보다 악화한 건 ‘세수결손’ 영향이 컸다. 1~6월 국세 수입은 168조6000억원으로 지난해보다 10조원 줄었다. 부가가치세(5조6000억원)와 소득세(2000억원) 세수는 늘었지만, 기업 실적 악화로 줄어든 법인세(-16조1000억원) 감소 폭을 상쇄하지 못했다. 연간 계획 대비 징수 실적을 나타내는 총수입 진도율은 48.3%에 그쳤다.
수입은 감소했는데 경제 활성화를 위해 상반기 예산 집행 속도를 키운 것도 적자 규모를 키웠다. 여기에 건강보험 가입자 지원(3조2000억원), 기초연금 지급(1조3000억원), 부모급여 지급(1조원) 등 복지 지출도 확대됐다.
정부는 하반기에는 상황이 지금보다 나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한주희 기획재정부 재정건전성과장은 “6월은 주요 세목 중 걷히는 게 없어서 적자 폭이 크다”며 “통상 관리재정수지 적자는 6월까지 늘어나다가 연말로 가면서 감소하는 경향을 보인다. 7월 부가세 수입이 들어오면 적자가 개선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의 고심도 깊어지고 있다. 관계부처에 따르면 정부는 내년도 예산안의 총지출 증가율을 ‘3%대 이하’로 잡는 방향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2023~2027년 국가재정운용계획’에서 예정했던 4.2%보다 낮은 수준이다. 양준석 가톨릭대 교수는 “수년간 적자가 이어지는 건 문제”라며 “건전재정으로 갈 때”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