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중구 신당동에 사는 이모(82·남)씨는 지난주 몸살 기운이 있어 방문한 병원에서 코로나19 유전자증폭검사(PCR)를 권유받았지만 그대로 발길을 돌렸다. 검사비 3만원이 부담스러웠기 때문이다. 이씨는 “약국에서 자가 진단키트를 사서 검사하면 된다”는 간호사 말에 병원 건물 1층 약국에 5000원짜리 진단키트를 사러 갔지만, 이마저 품절이어서 빈손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었다. 이씨는 “이 더위에 (키트를 사기 위해) 어딜 돌아다닐 수도 없어 타이레놀만 먹으며 주말 내내 끙끙 앓았다”고 했다.
이미연(72)씨도 코로나에 걸린 것 같지만 검사는 받지 않기로 했다. 역시 비용 때문이다. 이씨는 “어느 병원은 노인 코로나 검사가 무료라는데 어디는 1만원, 또 다른 곳은 3만원이라고 하더라”며 “다리 아파 움직이기도 힘든데 우리가 더 싼 데를 찾을 힘도 없고 검사를 안 받고 그냥 나왔다”고 했다.
최근 코로나19가 다시 유행하면서 고령층이나 경제적 상황이 어려운 취약계층은 검사 비용 부담에 울상을 짓고 있다. 특히 값싼 자가 진단키트마저 품귀 현상을 빚으면서 코로나19에 가장 취약한 노인들이 진단도 못 하는 경우가 많다.
현재 코로나19 고위험군에 속하는 60세 이상 고령자, 면역저하자, 기저질환자 중 유증상자는 병‧의원에 따라 1만~3만원을 부담하고 PCR 검사를 받을 수 있다. 지난 4월 코로나19 위기 단계가 ‘경계’에서 ‘관심’으로 하향 조정되면서 고위험군도 진단 비용의 50%를 당사자가 부담하도록 했다. 고위험군에 해당되지 않는 일반 시민은 PCR 검사를 받으려면 검사 비용을 전액 자비로 부담해야 한다. 적게는 3만원에서 많게는 8만원까지 비용이 든다. 또 다른 진단 방법인 신속항원검사(RAT) 비용은 고위험군 여부, 증상 유무에 따라 1만~3만원 수준이다. 검사 비용은 각 병원에서 사용하는 진단 도구와 병원 정책에 따라 병원마다 조금씩 차이가 있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구할 수 있는 자가 진단키트도 찾는 사람이 늘어나며 곳곳에서 품절이다. 13일 오전 마포구 일대 약국 10곳을 돌아보니 7곳에서 비강(鼻腔)용 진단키트가 품절됐다. 공덕역 인근에서 약국을 운영하는 A씨는 “진단키트를 주문했는데 오늘 올지 내일 올지 기약이 없다. 이런 상황이 일주일 정도 됐다”고 했다. 또 다른 약사 B씨도 “어제 오후부터 품절인데 그 사이 진단키트를 사겠다는 손님이 30명 넘게 왔다”고 말했다.
이날 약국 여러 곳에서 자가 진단키트를 사려다 허탕을 친 손혜지(68)씨는 “남편이 감기 증상이 있는데 검사비 몇만 원이라도 아껴야 한다고 병원을 안 가서 키트라도 구하러 다니고 있다. 세 군데를 갔는데 다 없다고 했다”고 말했다. 장모(69)씨 역시 “나같이 소득 없는 노인들은 좀 지원해줘야 검사를 받지 않겠냐”라며 “감기 기운 있는데 약국에 키트도 없어 남들에게 피해 안 주려면 당분간 집에서 지내야겠다”고 말했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병원급 이상 의료기관 220곳에 대한 표본감시 결과, 코로나19 입원환자는 지난달 둘째 주(7월7~13일) 148명에서 이달 첫 주(7월 28~8월 3일) 861명으로 약 6배로 늘었다. 지난 2월 첫째 주 875명을 기록한 뒤 6개월 만에 최대치다. 연령별로는 65세 이상이 올해 전체 입원환자 수의 65.2%(8087명)를 차지했다.
보건당국은 이달 말까지 코로나 환자 증가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지만 치명률 등이 높지 않아 위기단계 격상 등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
홍정익 질병관리청 감염병정책국장은 “현재 유행 중인 코로나 변이 바이러스의 경우 중증 가능성은 낮고 무증상이나 경증 환자들이 많아, 자체 대책반을 확대 운영해 유행을 통제하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진단키트의 경우 일시적으로 부족현상을 보이고 있지만 기업들이 생산을 늘려 충분히 공급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