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을 대신해 민주당 대선후보가 된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의 상승세가 확연하다. 최근 전국 여론조사 평균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제쳤을 뿐 아니라, 지난 7월 모금한 선거 후원금도 트럼프 캠프를 압도했다.
하지만 해리스가 이런 상승세를 유지하려면 극복해야할 과제도 많다고 12일(현지시간) 정치매체 폴리티코가 지적했다. 매체가 꼽은 해리스의 과제는 원고 없이 언론 상대하기, 경제, 이민(국경)문제, 중동 문제, 트럼프의 비방에 대응하기 등 5가지다.
폴리티코는 우선 해리스 부통령이 준비된 원고 없이 언론을 상대할 능력이 있는지부터 증명해야 한다고 했다. 해리스 부통령은 지난달 21일 대선 출마를 선언한 뒤 별도의 인터뷰나 기자회견을 하지 않고 있다. 이미 트럼프 전 대통령 측은 이를 문제삼고 있다.
해리스 캠프 측도 이런 지적을 고려해 지난 8일 취재진에게 "이달 중 첫 인터뷰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폴리티코는 오는 19일 시작하는 민주당 전당대회를 앞두고 해리스와 부통령 후보인 팀 월즈 미네소타 주지사가 공동 인터뷰를 하는 방안이 논의 중이라고 전했다.
다만 해리스 캠프 핵심 참모들은 주류 방송·신문과 인터뷰를 하는 게 대선 승리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경합주 유권자들의 설득에 그다지 도움되지 않다고 보는 것으로 전해졌다. 폴리티코는 해리스 부통령이 2021년 6월 NBC 인터뷰에서 왜 남부 국경을 방문하지 않았는 지에 대해 압박성 질문을 받았는데, 그후 해리스의 지지율이 하락한 적 있다고 설명했다.
두 번째 과제는 물가 등 경제 문제다. 해리스 부통령은 최근 유세에서 "중산층을 두껍게 하고 물가를 낮추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바이든 정부의 경제 정책에 유권자들은 부정적으로 평가하는 편이다. 최근 여론조사에서도 유권자 상당수는 트럼프가 해리스보다 경제 문제를 잘 해결할 것으로 답했다. 특히 최근 미국 증시의 급락으로 경기 침체 우려가 높아진 게 해리스 입장에선 부담이다.
"트럼프 막말에 당한 힐러리처럼 될라" 우려
남부 국경을 통해 유입되는 불법 이민 문제도 해리스에겐 약점이 될 수 있다. 앞서 바이든 대통령은 해리스에게 중남미 국가들과의 외교를 통해 불법 이민의 근본 원인을 해결하는 역할을 부여했다.
트럼프와 공화당은 해리스를 '국경 차르'로 부르면서 그가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했고 오히려 문제가 더 커졌다고 공격하고 있다. 이에 대해 해리스 측은 올해 초당적으로 추진했던 국경 강화 법안이 트럼프의 지시로 부결됐다면서 트럼프 측을 역공하고 있다.
이스라엘 문제를 둘러싼 민주당 내 분열도 해리스 입장에선 극복해야할 과제다. 민주당 내에선 이스라엘을 계속 지원해야 한다는 입장과 아랍계 미국인 등 친팔레스타인 성향 지지자의 입장이 대립하고 있다. 해리스가 이스라엘을 돕는 바이든의 현 중동 정책을 유지할지, 아니면 이스라엘 지원 중단을 촉구하는 아랍계의 호소를 들어줄 지 주목된다.
트럼프의 막말과 인신공격에 적절하게 대응하는 것도 과제다. 폴리티코는 "트럼프는 '해리스는 지능(IQ)이 낮다'고 말하는 등 악의적인 발언을 하며 2016년 대선 때와 비슷한 전략을 펼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트럼프는 2016년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을 상대했을 때도 막말 공격을 하곤 했다.
트럼프는 인도계 흑인인 해리스 부통령의 인종 정체성을 문제삼으며, 해리스가 부통령이 된 이유는 그저 흑인 여성이기 때문이라고 공격하고 있다. 이와 관련, 해리스 캠프는 싸움을 키울수록 트럼프에게 유리하다고 보고, 트럼프의 말에 일일이 방어하기보다는 자신들의 메시지를 전달하는데 집중하고 있다고 폴리티코는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