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이롭다.” “(손을 뻗으면 닿을 것 같아) 응원봉 흔드는 것조차 조심스럽다.”
지난달 31일 메가박스에서 단독 개봉한 ‘하이퍼 포커스: 투모로우바이투게더 브이알(VR, 가상현실) 콘서트’의 관객 반응이다. 작품은 보이그룹 투모로우바이투게더의 VR 버전 콘서트와 제작 비하인드를 묶은 형태다. 관객은 상영 전 극장에서 제공한 VR 기기를 착용한 채 콘서트를 관람하는데, 멤버들이 코앞 3cm 정도로 아주 가까이 다가오는 것처럼 느껴져 친밀한 교감이 가능하다.
이 콘서트는 VR콘서트 제작유통기업 어메이즈VR의 작품이다. 지난달 말 메가박스 코엑스점에서 만난 이 회사의 이승준(41) 대표는 “VR은 콘텐트 시장의 혁신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 VR 콘서트의 장점은 뭔가.
- “수백억원의 비용이 드는 미국 수퍼볼 무대도 VR에선 순제작비 1억~2억원이면 만들 수 있다. 티켓을 구하기 위해 애쓸 필요도 없다. VR 기기만 있다면 누구나 2만~3만원대에 좋아하는 가수의 콘서트를 코 앞에서 볼 수 있다.”
서울과학고와 카이스트를 졸업한 그는 10년 전 삼성이 출시한 VR 기기를 보고 VR 콘텐트 시장에 자신의 미래를 걸었다고 했다. “VR 안에서 아티스트와 팬을 잘 연결해 좋은 경험을 선사하자는 확고한 목표가 있었다”는 것이다. 카카오 전략팀장 등을 지낸 그는 2015년 이제범 전 카카오 공동대표 등과 함께 어메이즈VR을 미국에서 창업했다.
지난해 10월 메가박스 단독 개봉한 에스파 VR 콘서트 ‘링팝: 더 퍼스트’, 올 2월 같은 곳에서 상영한 엑소 카이 VR 콘서트 ‘링팝: 더 브이알콘서트 카이’ 등도 어메이즈VR에서 제작했다. 어메이즈VR이 제작한 VR 콘서트 앱은 지난 2월 애플의 혼합현실(MR) 헤드셋 비전 프로 출시와 동시에 탑재됐고, 현재까지 비전 프로 뮤직 앱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자라 라슨, 티페인 등 미국 정상급 아티스트들의 VR 콘서트도 만들었다.
- 공연장에 설치한 VR 카메라로 영상을 만드는 것과 VR 콘서트는 어떻게 다른가.
- “콘서트 실황을 VR로 옮긴 것은 부가 콘텐트에 불과하지만, VR 콘서트는 완전히 다른 콘텐트다. 가장 큰 차이는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무대를 설치해 노래마다 바꿔가며 보여줄 수 있다는 점이다.”
- 어디까지 구현할 수 있나.
- “시간과 비용의 제약이 없다면 꿈꾸는 모든 무대를 만들 수 있다. 같은 우주 배경이라도 연출자 의도에 따라 다양한 버전으로 만들 수 있다. VR 콘서트 생중계도 가능하다. AI(인공지능) 기술이 눈에 띄게 발전하고 있어 VR 콘서트의 미래 또한 밝다. VR 콘서트 제작 과정의 많은 부분을 AI로 자동화하면서 제작 기간과 비용을 모두 줄였다.”
- VR 콘서트로 제작하고 싶은 아티스트는.
- “전설적인 록그룹 메탈리카다. VR 콘서트의 웅장한 배경과 메탈리카의 시원한 사운드를 극대화해서 담으면 재미있을 것 같다. 이들이 언제까지 현역일지 모르기 때문에 VR에 담아 오래 간직하고 싶은 마음도 있다. 국내 가수 중엔 아이유와 협업하고 싶다. 개인적으로 아이유의 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