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화장실 갈 때 앱부터 켤까? ‘폭망’ 공유오피스의 재발견

  • 카드 발행 일시2024.08.13

The Company

오피스 풍경이 바뀌고 있다. 빌딩숲 속 네모난 사무공간에서, 첨단 디지털 기술과 서비스 콘텐트로 무장한 ‘테크레디’(Tech Ready) 빌딩으로다.

테크레디 빌딩의 핵심은 건물 내 콘텐트를 잇는 ‘연결성’(Connectivity)이다. 건물 운영은 운영체제(OS) 기반 애플리케이션으로 한다. 사물인터넷(IoT)과 클라우드를 활용해 출입·공조·보안 등 각종 데이터를 한데 모아 관리한다. 설계 단계부터 다르다. 공간 정보를 디지털 방식으로 구현해 생산되는 모든 데이터를 분석해 건물 운영에 반영하고, 속속 업데이트되는 인공지능(AI) 솔루션도 손쉽게 적용할 수 있도록 했다. 입주 기업들이 건물 자체를 기술 테스트베드(실험 무대)로 쓸 수 있는 이유다.

건물에 이런 첨단 인프라를 구축하는건 많은 자본과 첨단 기술을 필요로 한다. 국내 테크레디 빌딩의 원조는 네이버가 경기 성남시에 지은 ‘네이버 1784’. 네이버는 이 건물을 짓는 데 약 5000억원의 돈과 6년의 시간을 들였다. 대기업이 아니고서야, 아니 대기업이라도 이런 첨단 인프라를 갖춘 건물을 직접 짓는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최근 이런 테크레디 빌딩을 공유오피스처럼 빌려주는 빌딩이 등장했다. 지난 2월 준공한 서울 성동구 ‘팩토리얼 성수’다. 입주사에 공간을 빌려주고 문화를 공유하는 데서 한발 더 나아가, 최첨단 정보기술(IT) 인프라까지 제공한다. 네이버 1784가 자사의 기술 개발을 위한 폐쇄적 테스트 베드라면, 팩토리얼 성수는 다른 기업에 공간·인프라를 공유하는 일종의 오픈형 테스트 베드다. 이런 흐름 계속 이어질까.

목차

1. 오픈형 ‘테스트 베드’ 뜬 공유오피스
2. 인스타·우버도 공유오피스서 창업
3. 공유오피스, 코로나 때 위기 맞았지만
4. 스마트·온디맨드…새 서비스로 진화

1. 오픈형 ‘테스트 베드’ 뜬 공유오피스

서울 성수동 카페거리 근처에 위치한 팩토리얼 성수에선 로봇을 흔하게 만날 수 있었다. 지난달 23일 오후 이 건물 엘리베이터에 들어가자 현대차그룹의 자율주행 로봇 ‘달이 딜리버리’가 졸졸 따라 들어왔다. 엘리베이터 문이 닫힌 뒤 정적의 시간, 달이는 이렇게 말을 걸어왔다.

“저는 지금 이동중이에요. 제 월급이 얼마냐고요? 여러분이 사랑해주시는 만큼이요.”

서울 성동구 팩토리얼 성수에서 자율주행로봇 '달이'가 오피스에 커피를 배달하고 있다. 김경록 기자

서울 성동구 팩토리얼 성수에서 자율주행로봇 '달이'가 오피스에 커피를 배달하고 있다. 김경록 기자

달이는 무선통신으로 배달해야할 층수를 눌렀고, 해당 층에 엘리베이터가 멈춰서자 유유히 사라졌다. 이 로봇은 각층에 위치한 사무실까지 택배나 음료 등의 배달을 책임진다.

지상 10층, 지하 5층 규모의 팩토리얼 성수 입주사들은 공유차량을 빌려 쓸 수 있다. 앱으로 대여 신청하면 지하 주차장에 있는 주차 로봇이 주차 칸에서 차를 꺼내 바로 몰고갈 수 있도록 준비해준다. 반납 때는 주차 구역에 아무렇게나 차량을 두기만해도 주차 로봇이 대신 주차해준다. 현대위아가 제작한 이 주차 로봇은 얇고 넓은 형태의 로봇 한 쌍이 차량 하부에 들어가 바퀴를 들어올려 차를 옮긴다. 로봇에 탑재된 라이다 센서가 바퀴의 크기와 위치를 정확히 인식하는 방식이다. 하반기엔 전기차 자동 충전 로봇(ACR)도 설치될 예정인데, 주차구역에 차량을 두기만 해도 로봇이 알아서 주차 해주고 충전한다고 한다.

팩토리얼 성수 입주자들은 앱을 통해 공유차량을 예약할 수 있다. 김경록 기자

팩토리얼 성수 입주자들은 앱을 통해 공유차량을 예약할 수 있다. 김경록 기자

팩토리얼 성수에서 예약한 공유차량을 주차로봇이 출차 준비를 하고 있다. 로봇 한쌍이 차량 하부에 들어가 바퀴를 들어올려 차를 옮긴다. 김경록 기자

팩토리얼 성수에서 예약한 공유차량을 주차로봇이 출차 준비를 하고 있다. 로봇 한쌍이 차량 하부에 들어가 바퀴를 들어올려 차를 옮긴다. 김경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