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맨발 걷기 지도’ 네 번째는 경기도 편이다. 서울과 수도권, 경기도는 지자체마다 맨발 길을 만들어 길은 많은 편이다. 하지만, 다 걷기 좋은 길은 아니다. 양평군의 경우 13개의 맨발 길을 조성했다고 있지만, 쉬자파크 지여우길과 상원사에서 쉬자파크 방향 길은 맨발로 걷기에 너무 거칠었다. 맨발걷기국민운동본부(회장 박동창) 추천을 받은 길 중 직접 걸어본 후 6곳을 추렸다. 다녀 보니 서울·용산·청량리역에서 출발하는 경의·중앙선과 경춘선으로 쉽게 갈 수 있는 곳이다. 작은 배낭에 식수와 간식, 손수건, 스틱 등을 넣어 한나절 여행하기 좋은 길이다. 한낮에도 걷기 좋은 서늘한 숲길, 자연 황톳길을 위주로 찾아다녔다.
글 싣는 순서
맨발걷기 지도① 전라권
맨발걷기 지도② 경상권
맨발걷기 지도③ 강원·충청권
맨발걷기 지도④ 경기권
파주·남양주·양평·가평
6.8㎞ 황톳길, 파주 심학산 둘레길
파주 심학산(194m) 둘레길 6.8㎞ 코스는 예전부터 걷기 좋은 길로 이름나 있었다. 높낮이가 거의 없는 야산(해발 약 50~150m)인 데다, 둘레길 전체가 황톳길이기 때문이다. 둘레길 들머리는 동쪽 약천사, 남쪽 배수지, 서쪽 낙조 전망대 등이 있다. 심학초등학교 방면으로 진입해 약천사에서 길을 시작하는 게 보편적이다. 약천사에서 시계 방향으로 산머루가든, 교하배수지, 솔향기쉼터, 낙조전망대, 배밭정자, 수투바위를 돌아 다시 원점으로 회귀한다. 평지 길에 가까워 맨발로 걸어도 2~3시간이면 완주 가능하다.
약천사에서 교하배수지까지는 보드라운 황톳길이다. 길바닥은 낙엽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깔끔한 편이다. 더러 발바닥에 통증이 느껴지는 마사토 길이 나타나기도 하지만, 전체적으로 부담 없다. 숲을 이루는 수종은 신갈나무·떡갈나무, 소나무 등 활엽수와 상록수가 잘 어우러져 있다. 숲 터널이 여름에도 서늘한 그늘을 제공한다.
맨발로 걷는 이들이 대다수였다. 서울 양천구에서 온 김영찬(65)·이소영(63) 부부는 해 질 녘에 가벼운 차림으로 교하배수지 방면으로 걷고 있었다. 완주하기엔 늦은 시간이라 1시간 정도 짧게 걸을 예정이라고 했다. 김 씨는 “차로 30~40분이면 올 수 있어 자주 찾는 편”이라며 “해 질 녘에도 걷는 사람이 있는 편이라 안전하다. 컴컴해지기 전까진 랜턴 없이 걸을 수 있다”고 했다.
교하배수지에서 서쪽 낙조전망대 가는 길은 살짝 내리막길이라 돌부리와 나무뿌리를 살펴 걸어야 했다. 낙조전망대에 서면 파주출판도시 너머 한강과 김포의 산하가 보인다. 낙조전망대에서 배밭정자·수투바위로 이어지는 약 2.5㎞ 구간은 길 컨디션이 이전과는 다르다. 작은 자갈과 굵은 모래가 깔려 발바닥에 통증이 느껴지는 구간이다. 맨발이 익숙하지 않은 사람이라면 신발을 신고 걷는 게 좋다.
약천사는 절 아래로 흐르는 약수가 유명한 곳이다. 그러나 발을 씻을만한 곳은 없다. 절 아래엔 카페와 식당이 여러 곳 있으며, 맨발 걷기 후 쉬어가기에 좋다. 경의·중앙선(야당역·탄현역)에서 약천사로 가는 시내버스는 많지 않은 편이다. 야당역에서 심학초교 가는 버스가 35~50분에 한대 꼴로 있다.
▶맨발 길 : 6.8㎞(왕복) ▶시간 : 2시간 30분 ▶맨발 걷기 난이도 : 중간 ▶주차 : 약천사 아래 ▶대중교통 : 경의·중앙선 야당역에서 83번 시내버스(운행 간격 35~50분)
반들반들 황톳길, 남양주 금대산
남양주 금대산(89m)은 수도권에서 맨발 걷기 명소로 알려져 있다. 몇 해 전 암 환자가 금대산 황톳길을 꾸준히 걷고 난 후 병이 치유됐다고 해서 전국적으로 입소문을 탄 곳이다. 그래서 지역 주민을 포함해 소문 듣고 찾아온 이들로 늘 붐빈다. 금대산은 경의·중앙선 덕소역과 도심역 사이에 있으며, 어디에서든 걸어서 15~20분 이내에 접근할 수 있다. 접근성이 좋고, 거의 평지 길이라 남녀노소 누구나 맨발로 걷기 좋다.
금대산 서편, 덕소교를 들머리로 잡았다. 덕소교를 건너면 바로 산책로가 시작되는데, 초입에 세족장이 있어 더 편리하다. 세족장은 본래 약수터였다고 하는데, ‘음용 부적합’ 판정을 받아 지금은 손발 씻는 장소로 이용되고 있다. 세숫대야에 물을 받아 발을 씻는 풍경이 이채롭다. 약수는 발이 담그자마자 온몸이 서늘할 정도로 차갑다. 땀 흘리며 맨발 걷기를 한 후 족욕까지 가능한 곳이다.
약수터에서 계단을 오르면 동서로 길이 나 있다. 먼저 동편 길로 접어들었다. 폭 2~3m의 잘 정비된 황톳길이다. 누군가 길을 정리했다기보다는 걷는 사람이 워낙 많아 길이 반질반질해졌다고 보는 게 맞을 것 같다. 길바닥에 살짝 튀어나온 돌부리에도 황토가 켜켜이 묻어 있어 발바닥을 갖다 대도 날카롭지 않다. 맨발로 걷는 이들이 워낙 많아 돌과 자갈에도 자연스럽게 황토가 덮어씌워 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