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 판 ‘월가의 전설’…소형주 9000억 투자한 이유

  • 카드 발행 일시2024.08.13

머니랩

월가의 전설적인 헤지펀드 매니저 스탠리 드러켄밀러는 올해 1분기 가지고 있던 엔비디아 주식 71.5%를 팔았다. 엔비디아 주가가 한창 질주하고 있을 때였다. 그 대신 미국 소형주 지수인 ‘러셀2000’을 추종하는 상장지수펀드(ETF) 6억6400만달러어치를 사들였다. 이 소형주 ETF는 그의 1분기 포트폴리오에서 가장 많은 비중(15.1%)을 차지하는 종목이 됐다.

잘나가던 엔비디아 대신 소형주에 베팅한 그가 옳았음이 증명되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7월 중순 이후 미국 빅테크(거대 기술기업) 주가는 꺾이기 시작했고, 증시 자금은 소외됐던 중소형주로 옮겨갔다. 러셀2000은 7월 한 달간 10.1% 올랐다. 각국 증시가 모두 하락한 지난 한 달, 주요 지수 중에서 유일하게 러셀2000만 플러스(+) 수익률을 유지했다.

빅테크 주도로 순항하던 미국 증시에 변동성의 그늘이 짙게 드리워졌다. 경기 침체 우려뿐 아니라 중동 불안과 미국 대선 등의 불확실한 이슈가 계속되고 있다. CNN의 ‘공포-탐욕지수(Fear & Greed Index)’는 이번 달 들어 ‘극도의 공포(Extreme fear)’를 가리키기 시작했다.

CNN의 공포-탐욕지수는 이달부터 '극도의 공포' 단계를 가리키고 있다. 사진 인터넷 캡처

CNN의 공포-탐욕지수는 이달부터 '극도의 공포' 단계를 가리키고 있다. 사진 인터넷 캡처

증시를 공포가 지배하자 지금까지 가장 많이 올랐던 인공지능(AI)과 반도체 빅테크부터 얻어맞았다. 이제 투자자들의 시야는 빅테크에서 중소형주로 넓어지고 있다. 드러켄밀러가 그랬듯, 서학개미들도 포트폴리오에 중소형주를 담아야 할까. 머니랩이 미국 중소형주 투자법을 살펴봤다.

이런 내용을 담았어요

📍Point 1 폭락장 공포, 중소형주 성과는
 -빅테크 떠난 자금, 이곳에 몰렸다
 -하락장 방어력 점검

📍Point 2 중소형주 ETF의 강점은
 -SPY, QQQ 이긴 중소형주 ETF
 -금리 인하 영향은

📍Point 3 변동성 큰 중소형주 대처법
 -중소형주 랠리 지속 가능성 있나
 -SPY, 슈드(SCHD)와 결합 전략

최근 국내 투자자 사이에서도 미국 중소형주 관심이 크게 높아졌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러셀2000을 추종하는 ‘아이셰어즈 러셀2000 ETF’는 7월 한 달 국내에서 가장 많이 순매수한 해외 주식 종목 13위, ETF 중에선 8위에 올랐다. 올해 상반기엔 50위 안에도 들지 못하던 이 종목이 갑자기 인기 종목으로 떠오른 것이다.

러셀2000 지수(Russell 2000 Index)

런던증권거래소 산하 FTSE러셀에서 관리하는 지수로, 미국 주식시장에 상장된 소형주 2000개(시가총액 1001~3000위)를 포함한다. 미국 소형주 부문의 성과를 측정하기 위한 대표적 지수로 꼽히며, 매년 시가총액에 따라 종목을 재구성한다. 러셀2000을 추종하는 대표적 ETF는 ‘iShares Russell 2000 ETF(IWM)’ ‘Vanguard Russell 2000 ETF(VTWO)’ 등이 있으며, 국내 상장된 ETF로는 ‘KODEX 러셀2000(H)’이 있다.

지지부진하던 러셀2000은 7월 11일,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예상치를 밑돌게 발표되자 급등하기 시작했다. 금리 인하에 대한 확신이 높아지면서 중소형주가 수혜를 받을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여기에 테슬라의 ‘어닝 쇼크’와 AI 회의론이 겹치면서 빅테크로 쏠린 증시 자금이 중소형주로 옮겨가는 ‘순환매’ 현상이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