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day’s Topic
치매 신약을 우주에서?
무중력이 가져올 희망
전 세계 우주과학자들이 격년마다 모이는 우주과학 최대 학술행사 ‘코스파’(국제우주연구위원회). 지난달 15일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이 행사에 의외의 업체가 등장했다. 겔포스, 용각산을 만드는 제약사 보령이다. 업력 60년이 넘는 보령은 3년 전 우주의학 사업을 시작했다. “우주여행자를 돌보는 게 앞으로 우리가 할 일”(김정균 보령 대표)이라면서다.
우주여행 중 감기에 걸리면 어쩌나? 멀미가 나면? 이런 걱정이 먼 미래 일 같은가. 아니다. 우주여행 시대는 이미 온 미래. 기회를 잡으려는 비즈니스 전쟁이 한창이다. 일본 최대 손해보험사 도쿄해상일동화재보험이 지난 4월부터 우주여행 보험 판매를 시작했을 정도. 우주 비즈니스 분야는 넓지만 특히 요즘 뜨거운 건 신약 개발. 무중력 공간이 선사하는 ‘잭팟’ 기회를 잡기 위해 글로벌 제약사들이 앞다퉈 이 시장에 뛰어들었다. 이들은 우주인뿐만 아니라 지구인을 위한 건강 해법까지 우주에서 찾고 있다는데. 암·치매·노화 등 인류를 괴롭혀온 해묵은 과제, 우주에서 극복 가능할까?
1. ISS 시대가 연 우주의학
2. 우주의학, 돈 좀 되나
3. 무중력 선구자, 글로벌 제약사
4. 뒤늦게 눈뜬 K업체들, 묘수는
5. ‘뉴 스페이스’ 시대, 한국은
“민간 업체와의 협력이 우주 연구 확장성을 높였다.” 지난달 15일 코스파를 찾은 팸 멜로이 나사(미 항공우주국) 부국장은 한국·중국·일본·인도 등 주요국 우주기관 임원들이 모인 연석회의에서 이같이 말했다. 그가 ‘우주 비즈니스’를 강조하고 나선 데는 민간 주도 ‘뉴 스페이스(new space)’ 시대로의 전환이 배경에 있다. 우주의학도 마찬가지.
우주의학, 뭘 연구해?: 출발은 미·소 냉전시대였다. 체제 경쟁 일환으로 인간을 우주에 보내는 경쟁이 치열하게 벌어지면서 우주에서 인간의 몸에 생기는 변화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 비행 중 수직·수평 가속도가 붙으면 심혈관에 영향을 미치고, 저궤도(약 200~400㎞)에서는 근육 위축, 골밀도 감소, 방사선 노출 위험도 생긴다. 우주의학은 이런 변화에 대응하는 각종 헬스케어 및 제약 연구에서 시작됐다.
뉴 스페이스, 우주인 양산: 요즘
우주의학이 뜨는 건 우주로 나가려는 주체가 각국 정부에서 민간 기업으로 범위가 확장되면서다. 나사·작사(일본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 등 정부가 우주산업 전반을 주도했던 ‘올드 스페이스’ 시대와 달리 2000년대 이후 민간 기업이 주도하는 뉴 스페이스 시대가 열렸다. 그 중심에는 ISS(국제우주정거장)가 있다. 1998년부터 5개 나라(미국·러시아·일본·유럽연합·이탈리아)가 쏘아올린 모듈을 궤도에서 연결해 완성한 축구경기장 크기 우주 구조물이다. ISS 회원국은 총 15개국. 회원국들이 새로운 과학 모듈이나 실험 시설을 추가하면서 지금의 ISS 모습을 갖추게 됐다. 한국은 회원국이 아니다.
지난달 15일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국제우주연구위원회(COSPAR). 한국 우주항공청을 비롯해 미국 나사, 일본 작사 등에서 온 각국의 우주개발 전문가들이 우주 주요 이슈에 관해 토론 중이다. 연합뉴스
무중력의 무한 가능성: 우주인을 위한 연구 위주였던 우주 의학은 뉴 스페이스 시대 영역을 확장했다. 우주 공간이 신약 연구개발(R&D) 및 생산기지로 떠오르게 된 것. 지구에서 성분과 물질을 우주로 싣고 가 연구하거나 약품을 만들어 다시 지구로 가져오는 식. ‘지구→우주→지구’의 밸류체인(가치사슬)이 우주의학의 메인 무대가 됐다. 인하대 우주항공의과학연구소를 이끄는 김규성 인하대병원 이비인후과 교수는 “우주 저궤도는 이제 하늘과 같다. 도구로서의 공간”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과거 아무도 올라가지 않았던 10㎞ 상공에 비행기로 하루 수백만 명이 올라가며 규칙이 생겼듯이, 우주 영역이던 저궤도에도 조만간 규칙이 생길 것”이라며 “저궤도를 얼마나 잘 활용하는지에 따라 국제사회에서 소위 ‘말발’이 생길 것”이라고 전망했다.
땅에 발붙이고 사업하는 것도 힘겨운데, 우주까지 가야 하나? 우주선 발사 비용도 만만치 않고, 절차도 복잡한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업들이 우주로 나가는 이유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