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겁고 축축한 공기.
장마가 막 끝나 아직 습한 기운엔 시체 냄새가 ‘욱’ 하고 배어 있었다.
연신 이마를 타고 흐르는 땀은 마스크를 금세 적셨다.
마스크가 외부의 오염된 공기를 걸러주는 게 아니라
유독 액체에 적신 천으로 내 숨통을 틀어막는 기분이었다.
눈앞의 광경은 믿기지 않았다.
이 일을 오래 해왔지만 이런 현장은 처음이었다.
일일이 세어 적어둔 적은 없지만 기록이 없어도 단연 최고 기록이었다.
막걸리 500통.
몇 걸음도 안 되는 좁은 집 안 온 구석에 가득 굴러다니고 구겨진 채 쌓여 있었다.
눕는 자리를 제외하고는 죄다 막걸리통이었다.
잠깐 눈대중으로만 보아도 몇 백 통은 되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도 질리게 많길래 나도 지독하게 세어 본 것이다.
내가 이날 대형 비닐봉투에 35통 정도씩 담아 내보낸 것이 모두 14봉이었다.
“참 많이도 드셨네요.”
한숨 섞인 혼잣말 잔소리는 일상이 됐다.
현장에서 이런 맥빠지는 한숨은 이제 고치려고 해도 버릇이 돼버렸다.
내가 운영하는 채널에 올린 동영상에 댓글이 붙을 정도다.
‘한숨은 나쁜 습관이니 하지 말라’고….
나도 놀라 늘 고치려고 마음먹지만 처참한 현장을 볼 때면 조건반사처럼 자동으로 새어 나온다.
아니 그런 현장에서 내가 표현할 수 있는 유일한 언어는 한숨이다.
머릿속에 떠오르는 것을 함부로 전부 말할 순 없으니 말이다.
그저 한숨, 한숨….
특히 내 연배 남성의 고독사 현장을 정리할 때면 답답함에 쓴소리가 비집고 나온다.
물론 모르는 타인이 누군가의 삶을 함부로 단정지을 수 없다는 걸 안다.
잘 알지도 못하면서 남의 사연에 충고를 해대선 안 된다.
그치만 말이다.
방 한 칸에 수백 개 술병.
수천 개 담배꽁초.
토해 놓은 핏덩어리 가래들.
뭐라 탓하지 않으려고 꾸역꾸역 삼켜내면 대신 한숨이 나오는 것이다.
세탁기엔 먼지가 가득 껴 때투성이다.
옷을 빨아입었을 리가 없다.
수세식 화장실은 재래식보다 더 더러웠다.
그나마 다행인 건 현장에 바퀴벌레는 없었다.
먹은 게 술밖에 없어서다.
음식물 쓰레기라고 할 게 전무하다 보니 바퀴벌레는 꼬이지 않았다.
하지만 파리떼가 최악이었다.
무더위에 금방 성충이 된 파리들이 윙윙 날뛴다.
좁은 공간에서 무시무시한 개체수의 파리떼가 이리 날고 저리 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