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김경수 전 지사의 반성 없는 복권, 공감이 어렵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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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대통령 고유 권한 맞지만 뉘우치는 이 복권이 순리

대통령실·여당·야당 간 진실 공방, 국민만 헷갈려

오는 13일 국무회의에서 확정될 ‘8·15 광복절 특별사면 및 복권’ 대상자에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가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지사는 ‘드루킹 댓글조작 사건’으로 2021년 징역 2년이 확정됐다. 2022년 12월 형기 만료를 5개월 앞두고 윤석열 정부에 의해 특별사면을 받았지만, 복권은 이뤄지지 않았었다. 이번에 복권까지 되면 그는 정치적 재기의 길이 열리게 된다.

사면이나 복권은 헌법에 명시된 대통령의 고유 권한이다. 그럼에도 김 전 지사의 복권을 놓고 뭔가 개운치 않은 양상이 펼쳐지는 게 사실이다. 대통령의 자체 판단이라지만 복권의 대상은 억울한 형을 살았거나, 본인이 크게 죄를 뉘우치고 있거나, 국민통합을 위해 필요한 경우로 국한하는 게 보편적 상식일 터다. 김 전 지사의 경우 이 중 어디에 해당하는지가 의문이다. 김 전 지사는 ‘드루킹’ 김동원씨 일당과 공모해 2016년 11월부터 문재인 전 대통령의 당선을 위해 여론을 조작했다. 대의민주주의의 근간인 선거제도를 파괴하는 범죄다.

무엇보다 김 전 지사의 경우 아직까지 어떤 사과나 반성의 말을 내놓고 있지 않다. 그는 2021년 7월 대법원 판결로 재수감당하기 직전 “진실을 밝히지 못했다고 해서 있는 그대로의 진실이 바뀔 수 없다”고 말했다. 사면이 확정돼 출감하면서는 “받고 싶지 않은 선물을 억지로 받은 셈”이라고 했다. 이런 태도를 보이는데 굳이 복권까지 해 주는 이유가 궁금할 뿐이다. 실제 사면법 제16조에 따르면 복권 상신을 신청할 때 ‘형 집행이 끝난 후 또는 집행이 면제된 후의 사건 본인의 태도’를 신청서에 적게 돼 있다. 신청 당사자인 법무부가 신청서에 뭐라고 적었을까 궁금해지는 까닭이다.

더군다나 김 전 지사의 복권을 둘러싼 정치권의 억측과 갈등은 깊어지고 있다.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 측은 김 전 지사 복권에 반대하는 입장을 공공연히 내놓고 있다. 이에 대통령실은 “이미 복권은 (한 대표가 법무부 장관이던) 2022년 사면 당시 결정됐던 내용”이라고 반박한다. 이재명 민주당 전 대표와 대통령실 또한 서로 “여러 루트로 김 전 지사의 복권을 요청했다” “요청받은 적이 없다”고 진실공방을 벌이고 있다. 어느 쪽의 말이 진실인지 헷갈릴 뿐이다.

이처럼 특정 개인에 대한 복권이 국민통합은커녕 정치권, 나아가 우리 사회의 논란만 조장하고 있다면 복권 또한 신중하게 다시 생각해 봐야 하는 게 아닐까 싶다. 김 전 지사가 윤 정부의 사면을 거부하며 했던 말이 이랬다. “(내 사면이) 국민통합을 위해서라고 하는데, 통합은 우격다짐이나 일방통행으로 이뤄지는 게 아니라는 걸 국민이 훨씬 더 잘 알고 계실 것이다.” 공교롭게도 현 상황을 사면·복권 대상인 김 전 지사가 정확히 진단한 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