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 코리아(Young Korea)’가 2024 파리 올림픽을 뒤흔들었다. 2000년 이후 태어난 ‘영 코리안’은 올림픽 무대 자체를 즐겼고, 자연스럽게 기량도 한껏 발휘했다. 이들이 한층 더 성장할 2028 LA 올림픽에는 더 큰 기대를 걸게 된다. 대한민국 선수단은 이번 대회에서 금메달 13개, 은메달 9개, 동메달 10개를 따냈다. 금메달 수는 역대 최다인 2008 베이징, 2012 런던 대회와 동률이다. 대한체육회의 당초 목표는 금 5개로 종합 15위였다.
메달리스트 절반이 2000년대생… 영코리아, 미래가 더 밝다
하지만 선수들은 개막 사흘 만에 금 목표를 채웠다. 종합 순위도 2016 리우(8위) 이후 8년 만에 톱10에 복귀했다.
이번 대회 한국 메달리스트 44명의 평균연령은 25.1세인데, 도쿄(27.7세) 때보다 확 젊어졌다. 30대는 6명뿐, 절반이 넘는 24명이 2000년 이후 태어났다. 금메달리스트 중에는 양궁 김우진(32)과 펜싱 구본길(35)을 빼곤 모두 10~20대다. 금·은 3개씩으로 역대 최고 성적을 낸 사격은 김예지(32) 외에 메달리스트 전원이 2000년 이후 출생자다. 태권도도 남녀 막내인 박태준(20)과 김유진(24)이 금메달을 땄다. 양궁에서도 임시현(21), 김제덕(20), 남수현(19) 등 젊은 피가 활약했다. 은 2, 동 3을 수확한 유도의 개인전 입상자 허미미(22), 김하윤(24), 이준환(22), 김민종(24) 모두 이번이 첫 올림픽이다.
배드민턴 금메달 안세영(22)과 탁구에서 메달 2개를 따낸 신유빈(20), 박태환 이후 끊어졌던 수영 메달 계보를 다시 이은 김우민(23)이 막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장재근 진천선수촌장은 “세대교체가 잘 된 것 같다. 앞으로 더 성장해 한국 스포츠를 이끌어 나갈 선수가 많다”고 평가했다.
사실 인구 절벽 등으로 스포츠 현장은 선수 구인난이다. 그나마 있는 선수도 프로 쏠림이 심하다. 과거와 달리 ‘메달=국력 또는 국위’라는 데 공감하는 국민도 적다. 엘리트 스포츠에 대한 범국가적 지원도 줄었다.
그럼에도 역대 최고에 맞먹는 성과를 낸 건 두려움을 떨치고 도전한 젊은 선수들의 성공 의지와 노력이 큰 몫을 했다. 태권도 여자 57㎏급 세계 12위 김유진은 1·2·4·5위를 차례로 꺾는 이른바 ‘도장깨기’로 금메달을 따낸 뒤 “랭킹은 숫자에 불과하다. 난 내 노력을 믿었다”고 말했다.
양궁 여자 단체전 금, 개인전 은의 남수현은 올림픽을 앞두고 자세를 완전히 고치는 모험을 감행했다. 주 6일 훈련에 개인훈련까지 더하는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젊은 선수들의 모험을 수용하고 전통적인 위계질서를 해소한 종목이 성과를 낸 점도 주목할 만하다. 올림픽 3연패의 펜싱 남자 사브르, 16년 만의 단체전 메달의 여자 탁구가 대표적이다. 각 팀의 막내인 펜싱 도경동(25)과 탁구 신유빈 모두 선배들과의 원활한 의사소통을 장점으로 꼽았다.
젊은 세대를 열린 마음으로 뒷받침한 지도자의 헌신도 빼놓을 수 없다. 올해 65세인 사격 대표팀 장갑석 감독은 ‘3C(휴대전화·커피·담배) 금지령’ 등 최소한의 필수 제한만 두고 어린 선수들이 자유롭게 운동할 수 있게 했다. 당연한 금메달로 꼽혀 부담이 컸던 양궁 대표팀 코칭스태프도 내색하지 않고 선수들의 스트레스와 부담을 줄이는 데만 집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