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언제 돌아가세요?"…의사 민망해진 그날 생긴 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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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 더중플 - 임종의 의미

'임종(臨終)'의 사전적 정의는 '죽음을 맞이함'이자 '부모가 돌아가실 때 그 곁에서 지키고 있음'이기도 합니다. 삶의 마지막 순간을 맞이한다는 것, 그 곁을 지킨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요. 오늘의 '추천! 더중플'에서 그 이야기를 모아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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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에서 가족으로 입장 바뀌니, 임종 의미가 달랐다 

미국에 계신 외삼촌의 임종이 임박했다는 다급한 소식이 들렸다. 모든 일상을 중단하고 미국으로 날아갔다. 간호사는 "가족을 몰라볼 거"라고 귀띔했다. 그러나 조심스럽게 "삼촌"이라고 부르자 내내 잠든 듯했던 삼촌이 눈을 번쩍 뜨더니 "이거 은혜가?"라고 대답했다. 삼촌은 굵은 눈물을 줄줄 흘리며 말했다.

"내가 너무 미안하다… 너무 미안하다…. 너랑 네 엄마가 고생을 하는 동안 내가 한번 안아주지도 못해서 너무 미안하다. 그런 나를 너는 여기까지 보러 왔나. 은혜야. 나는 누나 너무 보고 싶다. 매형도 너무 보고 싶다.”

의사 가운을 입은 채 병원에서 만났던 수많은 얼굴들이 스쳐갔다. 십 수년 만에 모인 가족들이 서로 부둥켜 안으며 "이 지경이 돼서야 모여서 미안하다"고 엉엉 울던 모습. 미처 임종을 지키지 못했던 형님 얼굴을 꿈에서라도 보는 게 마지막 소원이라 말하던 환자…. 의료진으로 제 3자의 입장에서 거리를 두고 지켜만 보던 내가 막상 그 장면 속으로 들어간 것이다.

어느 순간부터 삼촌은 생뚱맞은 이야기를 반복했다. 불안한 마음에 “삼촌. 내일 할머니, 삼촌, 이모 다 오세요. 우리 지금처럼만 있어요”라고 말하며 정신을 붙잡아두려 했지만 삼촌은 끝내 의식을 잃었다. 의사는 나에게 “오늘을 넘기기 힘들 것 같은데 한국에서 온다는 다른 가족들은 언제 도착할 것 같냐”고 물었다. 나는 다급하게 “내일까지만 버틸 수 있게 도와달라”고 말하곤 가족들에게 삼촌의 얼굴을 조금이라도 더 보여주려고 영상통화를 끊임없이 걸었다.

일러스트 챗GPT.

일러스트 챗GPT.

다행히 다음 날 미국에 도착한 모든 가족이 외삼촌의 임종을 지킬 수 있었다. 예전에 누군가가 ‘임종을 지킨다’는 의미가 한국에서는 너무 과장된 것 같다고 이야기한 적이 있다. 이번 일을 겪고 나니 임종을 결코 가볍게 여길 수 없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다. 의식이 꺼져가는 것을 지켜보는 것, 그가 안녕을 고했을 때 나 또한 함께 안녕이라고 대답할 수 있었다는 것. 임종의 순간을 모두 함께 한 기억은 우리 가족이 그 이후를 버텨나가는 데 큰 힘이 됐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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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촌, 하루만 더 버텨주세요” 임종 지키는 이유 그때 알았다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213059

임종을 지키는 자식은 따로 있다

환자가 곧 숨을 거둘 것 같았다. 환자 가까이 살던 막내딸을 비롯해 각지에 흩어져 살던 자녀들은 모두 일상을 팽개치고 한달음에 달려왔다. 엄마… 엄마… 자식들은 울며 엄마 곁을 지켰다. 그토록 보고 싶던 자식들이 한데 모이자 할머니는 기운이 났는지 오히려 좋아지기 시작했다. 하루, 이틀, 사흘, 나흘… 시간은 계속 흘렀다. 자식들은 술렁이기 시작했다.

그들은 ‘다시 올게, 네가 수고 좀 해줘라’, 하며 막냇동생에게 뒤를 부탁하고 각자의 집으로 돌아갔다. 평소에 늘 엄마와 함께 있던, 막내딸만 남게 되자 할머니는 갑자기 돌아가셨다. 어쩌면 부모가 임종을 보여주는 자식은 따로 있는지도 모르겠다.

“엄마 언제 돌아가세요?” 의사 민망해진 그날 생긴 일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190085

내가 편한 죽음, 가족을 위한 죽음 

자다가 편안하게 죽었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하는 환자들이 종종 있다. 그분도 그랬다. 평소에 남에게 신세 지는 것을 싫어했고 깔끔한 성격이었다. 환자가 평소 뜻대로 주무시다가 돌아가셨다기에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환자는 생전에 호스피스 상담도 하고 임종기 계획까지 세웠다. 그러나 가족에게는 한마디도 안 했던 모양이었다. 자식들이 걱정할까봐서였을 것이다. 그러나 부모의 갑작스러운 죽음은, 자녀들에게는 회한만 남기는 고통스러운 일이다.

‘구구팔팔이삼사’가 최고일까…딸은 노모 죽음 못 받아들였다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186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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