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취약층 전기료 1만5천원 지원”…민주당 흔들기 노렸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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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8일 오전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스1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8일 오전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스1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8일 “에너지 취약계층 130만 가구를 대상으로 전기요금을 월 1만5000원 추가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한 대표는 이날 당 최고위 회의에서 “역대급 폭염이 계속돼 취약계층이 더 큰 고통을 받고 있다”며 “사실상 재난 수준인 점을 고려해 즉시 시행 가능한 수준부터 대응을 시작하겠다”고 말했다.

한 대표는 추가 지원되는 1만5000원에 대해서는 “그냥 나온 수치가 아니라 4인 가구의 하계 월평균 전기요금이 7만6000원”이라며 “취약계층은 이 중 복지 할인, 에너지바우처 보조로 6만원가량의 지원을 받기 때문에 요금을 제로에 가깝게 하려고 1만5000원으로 정했다”고 설명했다. 예산 문제에 대해서는 “기존 에너지바우처 예산 잔액을 활용하는 방식이라 한국전력공사(한전)의 적자를 가중할 위험은 없다”고 강조했다.

한 대표는 지난 5일 “전기료 부담을 줄이는 대책을 당정이 함께 논의하겠다”며 취약 계층 전기료 지원 필요성을 처음 제기했다. 하지만 원내 지도부에서 한전의 누적적자를 고려해야 한다는 뜻을 전하는 등 미묘한 이견도 있었다. 그럼에도 사흘 만에 1만 5000원 지원이라는 구체적 금액이 제시된 것을 두고 “민생 대응 속도전을 강조하는 한 대표의 의지”라는 해석이 나온다. 한지아 수석대변인은 “특별한 당내 대립은 없었다. 정부 협의도 거의 마무리 됐다”고 설명했다.

한 대표가 전기 요금 감면에 강하게 드라이브를 거는 것을 두고 당내에선 “민주당 흔들기 전략”이라는 반응이 나온다. 당 관계자는 “그간 야당이 주도했던 취약 계층 이슈를 빠르게 선점해 대응책을 내면, 여론도 반응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8일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최고위 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전민규 기자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8일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최고위 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전민규 기자

이날 한 대표는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폐지도 거듭 주장했다. 한 대표는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는 금투세에 찬성인지 반대인지도 애매하게 밝히지 않는다”며 “진성준 정책위의장은 민주당에서 보기 드물 정도로 이재명 전 대표와 다른 입장을 강경하게 낸다”고 지적했다.

금투세가 ‘부자 증세’라는 야권의 주장에는 “갈라치기”라며 사모펀드를 예로 들었다. 한 대표는 “주식시장에서 ‘찐’(진짜) 부자들이 투자하는 방식이 사모펀드”라며 “사모펀드 환매에 따른 이익 배당으로 최대 49.5%의 종합과세를 받는데, 금투세 강행 시 세율이 27.5%가 돼 거의 반으로 줄어든다”고 지적했다. 금투세는 주식·채권 등 금융투자로 5000만원 이상 소득을 올린 투자자에게 소득의 20%(3억원 이상은 25%)를 부과하는 세금으로 내년 1월 시행을 앞두고 있다.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가 7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 비상경제점검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전민규 기자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가 7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 비상경제점검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전민규 기자

한 대표가 연일 금투세 폐지를 몰아붙이는 건, 금투세에 대한 통일된 입장을 정리하지 못한 민주당의 빈틈을 노렸다는 분석이다. 연임이 유력한 이재명 전 대표는 최근 금투세 면세 범위를 5년간 2억5000만원에서 5억원으로 완화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반면 진성준 정책위의장은 8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그렇게 막 올릴 일이 아니다”라며 “밤길 조심하라는 섬뜩한 협박도 받고 있지만, 부분적 손질을 하더라도 금투세는 예정대로 시행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를 두고 실용주의 노선을 강조하는 이 전 대표와 ‘조세 정의’를 내세우는 86그룹의 엇박자로 보는 시각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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