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8일 “에너지 취약계층 130만 가구를 대상으로 전기요금을 월 1만5000원 추가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한 대표는 이날 당 최고위 회의에서 “역대급 폭염이 계속돼 취약계층이 더 큰 고통을 받고 있다”며 “사실상 재난 수준인 점을 고려해 즉시 시행 가능한 수준부터 대응을 시작하겠다”고 말했다.
한 대표는 추가 지원되는 1만5000원에 대해서는 “그냥 나온 수치가 아니라 4인 가구의 하계 월평균 전기요금이 7만6000원”이라며 “취약계층은 이 중 복지 할인, 에너지바우처 보조로 6만원가량의 지원을 받기 때문에 요금을 제로에 가깝게 하려고 1만5000원으로 정했다”고 설명했다. 예산 문제에 대해서는 “기존 에너지바우처 예산 잔액을 활용하는 방식이라 한국전력공사(한전)의 적자를 가중할 위험은 없다”고 강조했다.
한 대표는 지난 5일 “전기료 부담을 줄이는 대책을 당정이 함께 논의하겠다”며 취약 계층 전기료 지원 필요성을 처음 제기했다. 하지만 원내 지도부에서 한전의 누적적자를 고려해야 한다는 뜻을 전하는 등 미묘한 이견도 있었다. 그럼에도 사흘 만에 1만 5000원 지원이라는 구체적 금액이 제시된 것을 두고 “민생 대응 속도전을 강조하는 한 대표의 의지”라는 해석이 나온다. 한지아 수석대변인은 “특별한 당내 대립은 없었다. 정부 협의도 거의 마무리 됐다”고 설명했다.
한 대표가 전기 요금 감면에 강하게 드라이브를 거는 것을 두고 당내에선 “민주당 흔들기 전략”이라는 반응이 나온다. 당 관계자는 “그간 야당이 주도했던 취약 계층 이슈를 빠르게 선점해 대응책을 내면, 여론도 반응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이날 한 대표는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폐지도 거듭 주장했다. 한 대표는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는 금투세에 찬성인지 반대인지도 애매하게 밝히지 않는다”며 “진성준 정책위의장은 민주당에서 보기 드물 정도로 이재명 전 대표와 다른 입장을 강경하게 낸다”고 지적했다.
금투세가 ‘부자 증세’라는 야권의 주장에는 “갈라치기”라며 사모펀드를 예로 들었다. 한 대표는 “주식시장에서 ‘찐’(진짜) 부자들이 투자하는 방식이 사모펀드”라며 “사모펀드 환매에 따른 이익 배당으로 최대 49.5%의 종합과세를 받는데, 금투세 강행 시 세율이 27.5%가 돼 거의 반으로 줄어든다”고 지적했다. 금투세는 주식·채권 등 금융투자로 5000만원 이상 소득을 올린 투자자에게 소득의 20%(3억원 이상은 25%)를 부과하는 세금으로 내년 1월 시행을 앞두고 있다.
한 대표가 연일 금투세 폐지를 몰아붙이는 건, 금투세에 대한 통일된 입장을 정리하지 못한 민주당의 빈틈을 노렸다는 분석이다. 연임이 유력한 이재명 전 대표는 최근 금투세 면세 범위를 5년간 2억5000만원에서 5억원으로 완화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반면 진성준 정책위의장은 8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그렇게 막 올릴 일이 아니다”라며 “밤길 조심하라는 섬뜩한 협박도 받고 있지만, 부분적 손질을 하더라도 금투세는 예정대로 시행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를 두고 실용주의 노선을 강조하는 이 전 대표와 ‘조세 정의’를 내세우는 86그룹의 엇박자로 보는 시각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