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현지시간) 미국 국립공원관리청(NPS)은 관보를 통해, 워싱턴DC에 위치한 주미대한제국공사관을 국립사적지로 지정하는 방안에 대한 의견을 수렴한다고 밝혔다. 국립공원관리청은 현재 지정 여부를 심사 중이며, 오는 22일까지 의견을 수렴할 예정이다.
미국의 국립사적지는 한국의 국가유산(옛 문화재)와 비슷한 제도로, 미 정부가 역사적 보존 가치가 높은 건물·장소 등을 지정한다. 현재까지 한국과 관련해 국립사적지로 지정된 곳은 워싱턴DC의 한국전쟁 참전용사 기념비가 유일하다. 국립사적지로 지정되면 연방 및 주(州)정부가 보존에 필요한 비용 등을 지원한다.
공사관은 한국 역사상 최초로 서양 국가에 설치한 외교공관이다. 백악관에서 1.5㎞ 거리에 위치했으며, 1877년 빅토리아 양식으로 지은 지하 1층, 지상 3층 건물로 19세기 워싱턴DC에 있었던 외교공관 중 원형을 간직한 유일한 건물이다. 1889년 2월부터 일제의 을사늑약으로 외교권을 잃은 1905년까지 운영됐다.
1910년 9월 일본이 단돈 5달러에 강제 매입한 뒤 미국인에게 10달러에 매각돼 가정집으로 사용된 뒤 한동안 잊혀졌다. 이후 박보균 전 문화체육부 장관이 중앙일보 기자로 재직하던 당시 저서 『살아 숨쉬는 미국역사』(2005년)를 통해 공사관의 존재를 알렸다. 이후 한국 국가유산청(당시 문화재청)이 2012년 350만 달러(약 48억원)에 이 건물을 사들여 원형대로 복원한 뒤 2018년 개관했다.
공사관을 국립사적지로 지정해달라고 추천한 기관은 워싱턴DC 시정부다. 앞서 워싱턴DC 역사보존사무국은 지난달 25일 공청회를 개최한 결과 공사관을 국립사적지로 추천할 것을 시정부에 권고했다. 이에 시정부는 공사관이 미국 역사에 중대한 기여를 한 사건들과 관련된 건물이라는 이유로 지정을 추천했다.
시정부는 지정 추천서에서 공사관이 한국이 미국에 설치한 첫 상시 외교 공관으로 한국의 근대국가 설립 노력과 관련돼 의미가 크다고 설명했다. 또 건물 원형이 잘 보존됐다면서 국가유산청이 2015년부터 3년간 진행된 대규모 복원 공사를 통해 공사관 운영 당시의 역사적 모습과 분위기를 되살렸다고 평가했다.
공사관은 한국 정부가 소유하고 한국의 역사가 주체인 장소로, 이런 곳이 미국 국립사적지로 지정된 경우는 아직 없다고 주미대한제국공사관 관계자는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