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윤찬 비하인드’를 5회로 마무리합니다. 오늘은 그동안 아껴놨던 마지막 스토리를 전해드립니다. 임윤찬과 골드베르크 변주곡에 얽힌 이야기입니다. 2024년, 쇼팽의 연습곡, 무소륵스키 ‘전람회의 그림’으로 국내외 청중을 충격에 빠트렸던 임윤찬이 내년엔 새로운 도전에 나섭니다. 바로 골드베르크 변주곡의 연주를 시작하는 거지요.
마지막회는 임윤찬의 미래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골드베르크 변주곡을 연주하는 2025년의 모습과 스스로 예상하는 10년 후 모습을 그려봅니다. JTBC ‘임윤찬의 고전적 하루’에서 주고 받았지만, 방송되지 못했던 대화를 공개합니다.
임윤찬이 처음 공개하는 이야기 ⑤끝
」“오케스트라는 어떤 곳에서 제의가 와도 감사할 뿐이에요. 그런데 내년의 독주회는 꼭 바흐의 골드베르크 변주곡으로 하고 싶습니다.”
피아니스트 임윤찬(20)은 참 오랫동안 이 작품을 이야기해 왔습니다. 위의 발언은 2022년, 반 클라이번 국제 콩쿠르 우승 직후의 기자회견이었습니다. 어떤 오케스트라와 연주하고 싶은지, 또 어떤 공연장에서 연주해 보고 싶은지 질문이 나오자 저렇게 답했죠.
그때 임윤찬의 바로 옆에 있던 2, 3위 피아니스트들의 반응이 재미있었습니다. 그들은 ‘골드베르크’라는 곡명이 나오자마자 ‘헉’ ‘하아’ 하는 절묘한 탄식을 뱉었습니다. 3위를 한 드미트리 초니(31ㆍ우크라이나)는 “아주 야심 찬 젊은이”라고 말하더군요.
기록적인 콩쿠르 우승 이전부터 임윤찬은 ‘골드베르크 변주곡’에 대한 소망을 입에 달고 살다시피 했습니다. 언젠가는 꼭 연주해 보고 싶은 곡이라면서요. 첫 음반으로 녹음하고 싶다고도 여러 차례 말했습니다.
그 꿈이 드디어 실현됩니다. 임윤찬은 내년 4월 뉴욕 카네기홀에서 이 곡을 연주합니다. 또 2월 샌프란시스코, 4월 파리ㆍ빈ㆍ런던ㆍ워싱턴에서도 골드베르크 변주곡 연주를 예고하고 있습니다. 전곡 연주에 80여 분이 쏜살같이 지나가고, 주제에 대한 변주가 30개에 달하는 대곡입니다. 이 곡의 연주는 ‘야심 차다’는 말을 들을 만한 꿈이었죠.
지금까지 임윤찬의 독주회 프로그램도 도전적이었습니다. 리스트 초절기교 연습곡, 쇼팽의 에튀드 27곡, 무소륵스키 ‘전람회의 그림’ 등을 연주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야말로 피아니스트로서 자존심과 명예를 건 선택입니다. 피아니스트들의 경전이면서 꿈이고, 때로는 무덤이 되는 곡이기 때문입니다. 임윤찬은 도대체 어떤 점 때문에 ‘골드베르크’에 매혹됐던 걸까요? 그와 이 작품은 어떤 사이일까요? 질문을 해 봤습니다.
- 어린 시절부터 뭔가 잘 안 될 때 골드베르크 변주곡으로 해소하고는 했다고 들었어요.
“그랬던 시간이 있었죠.”
- 어떻게 이 음악을 처음 들었나요?
“제가 처음으로 산 음반 중 하나가 박스였는데 피아니스트 글렌 굴드의 골드베르크 변주곡이 들어 있었어요.”
임윤찬의 ‘골드베르크 바라기’는 어린 시절, 이 작품에 대한 파격적 연주로 유명한 피아니스트 글렌 굴드의 음반에서 시작됐다는 겁니다. 그 열정이 어떻게 흘러와 내년 무대에 오르게 되는 걸까요.
이 스토리는 조금 돌고 돕니다. 임윤찬과 골드베르크의 사이는 자꾸만 ‘멀어지면서’ 시작됐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