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선 판도가 요동치고 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이 민주당 대선후보에서 사임하고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후보 바통을 이어받으면서 판세는 ‘트럼프 vs 바이든’ 대결 때보다 더 예측불허의 불확실성으로 빠져들고 있다.
실제 해리스의 기세는 맹렬하다. 6일(현지시간) 미국 정치매체 더힐에 따르면, 해리스는 최근 여론조사에서 51%의 지지율로 트럼프(48%)를 3%포인트 앞섰다. 지난달 유세 중 총격 사건으로 ‘방탄 사나이’란 별명을 얻으며 지지층을 결집한 ‘트럼프 우세’ 판도를 3주 만에 흔든 셈이다.
트럼프 당선에 베팅하는 ‘트럼프 트레이드’는 벌써 주춤하는 모양새다. 지난달까지만 해도 자산시장에서는 비트코인 강세, 국채 수익률 상승, 안전자산인 금 투자 쇄도, 대형 은행주 강세, 헬스케어 및 에너지 관련주 상승 현상이 나타났었다. 트럼프가 승리하면 ▶재정정책 완화▶관세율 인상▶규제 완화▶보호무역주의 강화▶달러 강세 등이 뒤따를 거란 이유에서였다. 이를 두고 투자전문매체 배런스는 “트럼프가 아직 선거에서 이기지 않았는데, 주식 시장은 이미 대통령이 된 것처럼 행동한다”는 제목의 기사를 낼 정도였다.
그런 월가가 이번에는 해리스의 대선 승리를 염두에 두는 ‘해리스 트레이드’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통상적으로 월가는 공화당 지지 성향이 강하다. 하지만 최근 들어 월가의 ‘큰손’ 등 주요 인사들이 재빠르게 해리스 지지를 선언하고 있다. 억만장자 투자자인 조지 소로스와 그의 아들 알렉산더 소로스가 해리스 지지를 표명했으며, 투자은행 에버코어의 설립자 로저 알트먼도 합류했다. 투자은행 라자드의 레이먼드 맥과이어 회장은 “앞으로 더 많은 월가의 리더들이 그(해리스)를 지지하기 위해 집결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자산시장은 ‘세계 금융 1번지’의 입장 변화를 숨죽이며 지켜보고 있다. 블룸버그는 “시장은 해리스가 트럼프를 추월할 수 있는 모멘텀을 잡을지 주시하고 있다”며 “해리스가 선전하면 자산시장은 요동 칠 것”이라고 보도했다. 국내 증권가에서도 미래에셋증권이 “오는 19~22일 동안 진행되는 민주당 전당대회까지 해리스 모멘텀이 유지될 가능성이 있다”며 “다음 달부터 시작되는 후보들 간의 토론이 변곡점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아직 해리스의 경제 정책은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그의 발언을 종합적으로 분석해 볼 때 바이든보다 더 진보적인 성향이 강해 ‘바이드노믹스(바이든 경제정책)’의 업그레이드 버전이 될 수 있다. 바이든은 임기 동안 ▶대기업과 부유층에 대한 증세 정책 ▶중산층 이하 세금 공제 등을 통한 불평등 개선 ▶반도체지원법과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등 과감한 재정 지출을 통한 대규모 경기 부양책 등을 시행했다. 해리스의 지지율이 오를수록 어떤 산업이 진짜 수혜를 볼지 머니랩이 진단해봤다.
이런 내용을 담았어요
-트럼프와 대척점, 해리스 전략
-바이든과 미묘하게 다른 해리스 철학
📍Point 2 한국 경제에 어떤 영향?
- ‘반도체지원법’ 둘러싼 입장 차이
-삼성전자 보조금 철회 어려운 이유
📍Point 3 월가의 선택은 어느 쪽
-해리스 지지하는 월가의 계산법
-11월 대선에서 찾는 산업계 기회
‘해리스경제’ 바이든과 어떻게 다를까?
뉴욕타임스(NYT)는 지난달 “해리스의 경제정책은 ‘바이드노믹스’보다 진보적일 수 있다”는 기사를 통해 “해리스는 바이든 대통령과의 차별화를 위해 더 진보적인 경제정책을 추진할 가능성이 있으며, 보편적 복지를 위한 공격적 재원 마련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어 “해리스는 여전히 인플레이션과 씨름하고 있는 미국 경제를 위해 자신의 비전을 보여줘야 하는 과제에 직면해 있다”며 “대규모 세금 감면과 관세 인상을 약속한 트럼프와도 뚜렷한 차이를 보여야 하는 상황”이라고 짚었다.
실제로 해리스는 2019년 첫 민주당 대선 토론에 나설 당시 트럼프의 감세 정책을 “부자들에게 주는 선물”이라고 강하게 비난했다. 또 주식 시장 호황으로 중산층이 소외되고 있으며, 트럼프의 무모한 무역정책 탓에 미국 농부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고 경고했다. 해리스는 “솔직히 말해서 이 경제(트럼프의 경제정책)는 일하는 사람들에게 효과가 없다”며 “가장 많이 가진 사람들에게 유리하고, 가장 일을 많이 하는 사람들에게는 유리하지 않는 규칙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해리스는 법무장관과 상원의원을 지낼 때 종종 바이든보다 더 진보적인 성향을 드러냈었다. 대표적으로 해리스는 2020년 바이든과 민주당 대선 경선에서 맞붙었을 때 법인세율 35% 인상을 주장했다. 이는 당시 바이든이 제안했던 28%를 훨씬 웃도는 수치였다. 또 바이든 행정부가 기업형 임대 사업자들에게 임대료 인상률을 5%로 제한하도록 강제하는 방안을 내놨는데, 해리스는 이보다 더 강력한 ‘임대료 감면법’을 제안했다.
NYT에 따르면, 최근 해리스는 유세 현장에서 민주당의 정책 효과를 강조하면서 “임금 인상이 인플레이션을 앞지르고 있으며, 제조업 일자리가 증가하고 있으며, 민주당이 학자금 대출 부채를 탕감하기 위해 싸우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발언은 앞으로 해리스가 트럼프와의 차별성을 강조하기 위해 유권자에게 내놓을 경제 정책을 엿볼 수 있는 단초가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