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지된 사랑’ 그들의 낙원, 바다와 맞닿은 온천이었다

  • 카드 발행 일시2024.08.09

화제의 일본 영화 ‘퍼펙트 데이즈’의 주인공 야쿠쇼 코지(役所広司·68) 말입니다. 26년 전의 그는 걷잡을 수 없는 사랑에 취해 일도 가정도 버리고 ‘낙원’으로 도망친 ‘불륜남’이었습니다. 물론 영화 속 이야기죠. 1997년 가정이 있는 두 남녀의 사랑 이야기로 일본에서 크게 흥행한 영화 ‘실락원(失楽園)’을 기억하시나요. 당시 일본 대중문화 전면 개방 전이라 한국에선 개봉하지 못하다가 2011년에야 극장에 걸린 문제작입니다.(1998년에 이영하·심혜진 주연으로 리메이크되기도 했죠.)

권태로운 결혼생활에 지친 서예 강사 린코(구로키 히토미)와 회사에서 한직으로 밀려나 영혼 없는 하루하루를 살던 구키(야쿠쇼 코지)는 첫 만남부터 서로에게 감정적·육체적으로 빠져듭니다. 사람들의 눈을 피해 만남을 이어가는 두 사람, 하지만 금지된 사랑은 점차 안정된 삶을 위협하죠. 이들의 밀회가 가정과 직장에 알려지고, 결국 두 사람은 모든 걸 버리고 마지막을 향해 떠납니다. 개봉 당시에도 불륜을 미화했다는 비판이 일었지만 이런 대사가 인생 후반전을 시작한 중년들의 마음에 불을 지폈다고 해요. 극 중 50세에 암으로 세상을 떠난 친구가 구키에게 “너처럼 하고 싶은 것 다 하고 살 걸 그랬어”며 남긴 시구입니다.

‘불타오르는 사랑 없이 시들어버린 들판이여’ 

불타오르는 사랑은 모르겠고, 저는 ‘온천’에 집중했습니다. 영화 중반, 사랑을 확인한 두 사람은 온천 여행을 떠납니다. 이들에게 온천은 타인의 시선에서 벗어나 맘껏 사랑할 수 있는 둘만의 공간이죠.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노천온천(일본어로는 ‘로텐부로(露天風呂)’라고 합니다)에서의 ‘19금’ 정사 장면은 유명합니다.

 1997년 영화 '실락원'의 한 장면. 지금과 큰 차이 없는 야쿠쇼 코지의 외모가 놀랍습니다. 사진 도에이

1997년 영화 '실락원'의 한 장면. 지금과 큰 차이 없는 야쿠쇼 코지의 외모가 놀랍습니다. 사진 도에이

영화 '실락원'의 그 유명한 19금 온천 장면입니다. 사진 도에이

영화 '실락원'의 그 유명한 19금 온천 장면입니다. 사진 도에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