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북도에 있는 한 중학교의 A 체육교사는 최근 학생으로부터 “학교 줄넘기 대회에서 받은 해피머니 상품권이 등록이 안 된다”며 “학교에서 받은 건 금액을 돌려주냐”는 문의를 받았다. “환불이 되는지 알아보자”며 일단 학생을 다독였지만, 그 역시 학기 초에 사 둔 100만원 치 상품권이 떠올라 막막해졌다. 그는 “지난 3월에 한 해 동안 쓸 상품권을 미리 구매한 상태인데, 아직 학생에게 주지 않은 절반가량의 상품권은 그대로 종잇조각이 됐다”고 말했다.
큐텐 사태 여파로 해피머니 상품권 정산이 지연되면서 학교와 학생들까지 피해가 확산되고 있다. 학교에서 해피머니 상품권을 교내 대회 후 시상 등의 용도로 구매해 학생들에게 지급했기 때문이다.
“공부 잘하면 해피머니 준다”…학교에 뿌려진 상품권
상품권을 산 학교 관계자들은 “상품권에 기재된 금액보다 싸게 구매할 수 있다는 이점 때문에 학교별로 100만원 단위의 대량 구매가 이뤄진 곳이 많다”고 했다. 충북의 B 고교는 지난해 독서기록 우수상, 교과우수상 시상 등에 사용하기 위해 265만 원가량을 해피머니 상품권 구매에 썼다. 인근 서점에서 3% 할인된 금액으로 상품권을 대량 구입했다.
실제로 학교장터 홈페이지에 올라온 해피머니 상품권 3% 할인 판매 공지 글에는 “빠른 배송 감사하다”는 댓글이 2019년부터 지난달 17일까지 360개 이상 달렸다. 학교장터는 학교, 유치원 등 교육기관과 교육 유관기관 관계자가 이용하는 웹사이트다.
학교뿐 아니라 교육청, 지방자치단체 대회에서도 학생 대상으로 해피머니 상품권이 다수 배포됐다. 경북교육청이 지난 5월에 개최한 웹툰 공모전에서 입상한 학생들은 상장과 함께 부상으로 해피머니 상품권을 받았다. 충남 예산군도 같은 달에 걷기 챌린지 대회를 열고 최다 걸음 수를 기록한 청소년에게 최대 2만 원 상당의 해피머니 상품권을 지급했다.
이 때문에 온라인에는 상품권을 받고 아직 쓰지 못한 학생과 학부모들의 환불 문의가 잇따랐다. 큐텐 사태가 수면으로 떠오른 지난달 말부터 다수의 맘카페에는 “아이가 학교에서 상금으로 받아온 해피머니 상품권은 어디서 환불받을 수 있냐”는 내용의 글이 연이어 올라왔다.
“교육 당국이 일괄 원칙 내려줘야”
학교는 난감한 입장이다. 대한적십자사 등 해피머니 상품권을 대량 구매한 일부 기관들이 자체 손해를 감수하고 환불에 나섰지만, 학교는 사정이 다르다. 이민규 법무법인 동인 변호사는 “환불을 학교가 책임진다는 건 학교장이 교육예산으로 사인(해피머니아이앤씨)의 손해를 메운다는 뜻”이라며 “선의로 환불해줬다가 추후에 학교가 책임을 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상품권의 대안을 마련하는 것도 골칫거리다. 교내 대회 시상품으로 문화상품권 등을 꾸준히 대량 구매해 온 울산의 한 중학교 교장은 “학생들에게 돈으로 보상하는 게 교육적으로 바람직하진 않지만, 시상으로 주는 금액 2~3만원에 맞춰서 학생들의 마음에 드는 상품을 사기가 마땅치 않다”고 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학교에서 교육 목적으로 지급한 상품권인 만큼 교육 당국이 일괄적인 원칙 내려주는 게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