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파정 서울미술관 설립한 안병광 유니온그룹 회장 ②
」미술품을 수집한다는 것은 작품 속에 있는, 눈에 보이지 않는 길로 걸어 들어가는 것을 의미합니다.”
안병광 유니온그룹 회장의 말이다. 사회 초년 시절 한 달 치 월급을 주고 이남호 화백의 그림을 산 데 이어 이중섭 ‘황소’ 그림 액자를 구매한 그는 88년 창업 후 어느새 그 ‘보이지 않는 길’로 들어서 있었다. 수집 생활이 이어지면서 그의 컬렉션엔 이중섭, 박수근, 이응노, 이인성, 나혜석 등 한국을 대표하는 작가들의 작품이 더해졌다. 신사임당이 그린 ‘초충도’, 김기창이 한국화로 그린 ‘예수의 생애’ 30점도 소장했다.
미술품을 꾸준히 사들이며 수장고가 비좁아지기 시작했다. 그렇게 늘어가던 작품이 나중에 문제가 될 줄은 그 자신도 몰랐다. 인터뷰에서 그는 “몇 년 전 자식 같은 그림 331점을 불태운 일이 있었다”고 말했다. 그가 수집을 시작한 지 30년이 되던 해인 2017년의 일이다.
- 그림을 불태웠다고요? 상상하기 어려운 일입니다.
- 30년간 한 점 한 점 제 기쁨이 되었던 것들이죠. 그런데 언제부턴가 수장고를 볼 때마다 마음이 점점 무거워졌어요. 사실 초기에 산 것 중에는 예술적 가치가 떨어지는 작품도 많았거든요. 양이 늘어나면서 작품 컨디션을 유지하는 데 드는 비용이 너무 커졌고요. 작품값보다 유지 비용이 더 커지게 되니 그걸 다 계속 가지고 갈 수가 없는 상황이 됐죠.
- 그럼 판매하면 되지 않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