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진 채 발견된 여고생의 비밀…10대 홀린 '죽이고 싶은 아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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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발간돼 청소년 문학 베스트셀러가 된 『죽이고 싶은 아이』(우리학교)는 한 고교생의 죽음을 둘러싼 비밀을 파헤치는 추리물이다. 고등학생 서은은 어느 날 아침 학교에서 시체로 발견되고, 서은의 단짝인 주연이 친구를 죽인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된다. 소설은 주연의 학교 친구들, 학원 강사, 서은의 남자 친구 등 여러 참고인의 증언이 교차하며 전개된다.

그 수많은 '말' 속에서 주연은 '누구보다 서은을 아끼는 둘도 없는 친구'와 '학원 강사에게 성추행 누명을 씌운 영악한 아이'를 오간다. 파편화된 기억은 독자에게 끝없이 질문을 던진다. 주연은 어떤 아이일까? 누가 서은을 죽였을까? 최근 속편『죽이고 싶은 아이2』를 낸 이꽃님(35) 작가를 지난 1일 줌으로 만났다. 다음은 일문일답.

소설가 이꽃님은 "청소년 문학은 동화와 성인 문학을 이어주는 다리"라고 했다. 사진 우리학교

소설가 이꽃님은 "청소년 문학은 동화와 성인 문학을 이어주는 다리"라고 했다. 사진 우리학교

속편을 낸 이유는.
1권을 내고 강연을 다니는데, 한 학생이 이런 질문을 했다. "작가는 등장인물을 책임져야 한다고 말씀하셨는데, 책임을 다했다고 생각하시나요?" 이 질문이 목구멍에 가시처럼 박혀있었다. 『죽이고 싶은 아이』 1권이 서은의 죽음을 둘러싼 미스터리를 밝혀나가는 과정이라면, 2권은 남은 사람들이 삶을 다시 추스르는 과정이다. 그 모습을 그리지 않고서는 주연과 서은을 '책임졌다'고 말할 수 없을 것 같았다. 
서은이 죽고 학교에는 흉흉한 소문이 돈다. 특히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상의 루머들이 어떻게 아이들에게 영향을 주는지 생생히 드러난다. 
사람들은 빌런을 원한다. 어떤 놈이 '나쁜 놈'인지 일단 찍어두는 것이다. 그래야 이야기가 선명해지니까. 하지만 대부분의 인간은 입체적이고 양면적이다. 요즘 청소년들은 SNS와 유튜브를 자주 보는데, 이런 매체에서 사건 사고를 다룰 때 일부분 만을 보여주면서 단편적인 시각을 갖게 되는 경우가 많다. 선과 악은 무 자르듯 나뉘지 않는다는 걸 소설로 보여주고 싶었다.        
소설 『죽이고 싶은 아이』 1·2권 표지. 사진 우리학교

소설 『죽이고 싶은 아이』 1·2권 표지. 사진 우리학교

출간 3년 만에 20만부가 팔렸다. 인기 비결은.
구상을 오래 하고 글은 빨리 쓰는 편이다. SNS와 루머를 중심으로 소설이 흘러가기 때문에 이야기가 반전에 반전을 거듭한다. 흐름도 빠른 편이다. 그러다 보니 재밌게 읽었다는 평을 자주 듣는다. 
기억에 남는 독자의 피드백이 있다면. 
청소년을 대상으로 강연을 자주 하다 보니 교사들과 학부모도 함께 만나게 된다. "책을 전혀 안 읽는 아이인데도 재밌게 봤다"거나 "아이들에게 추천해줬을 때 늘 반응이 좋았다"는 이야기를 들을 때 무척 뿌듯했다. 

이꽃님의 작품은 10대의 지갑을 열었다. 대부분 청소년 도서가 구매자(부모)와 독자(청소년)가 분리되는데 반해, 이꽃님의 책은 10대의 직접 구매가 두드러진다. 온라인 서점 알라딘 집계에 따르면 100만부 넘게 팔린 손원평의 청소년 문학 베스트셀러 『아몬드』의 10대 구매율은  2.6%, 『죽이고 싶은 아이』는 5.5%다.

제목은 어떻게 나왔나.  
출판사에서 청소년 독자 100명에게 스토리를 알려주고 제목을 지어달라고 부탁했는데, 거기서 '죽이고 싶은 아이'라는 제목이 나왔다. 청소년 책이니까, 청소년이 지어주는 책 제목을 써도 좋겠다고 생각했다. 
왜 청소년 문학을 택했나.
나조차도 고등학교 때까지는 책을 좋아하지 않았다. 그때는 청소년 문학이라는 말도 없었다. 동화를 읽다가 갑자기 성인 문학으로 점프해야 했고, 중간을 건너뛰니까 책이 너무 어렵게 느껴졌다. 그러다 23살에 우연히 소설『완득이』를 읽었는데 너무 재밌었다. '이런 책을 조금만 빨리 접했다면 쭉 책을 좋아했을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 만큼. 그래서 청소년 문학으로 방향을 잡았다. 
주류의 길은 아니었을텐데.
다들 말렸다. 문예창작과 교수님들은 '책을 제일 안 읽는 연령대가 청소년인 건 알고 있냐'고 했다. 데뷔 후에 청소년 문학 공모전에 나가서 상도 받았는데, 그때까지도 출판계에서는 '청소년 문학은 힘들지 않냐'는 말이 나왔다. 
소설가를 꿈꾸는 청소년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밥벌이 걱정은 안 해도 된다는 말을 해주고 싶다. (웃음) 몇백원 주고 소설책을 만화방에서 빌려보던 시절도 있지 않나. 그때와 비교하면 지금은 저작권 보호가 정말 잘 되고 있다. 웹소설·웹툰을 소재로 한 드라마·영화도 많다. 사람들은 늘 이야기에 목 마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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