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유빈 아찔한 승부사 본능…‘특목고 일타강사’ 그녀가 깨웠다

  • 카드 발행 일시2024.08.07

할머니랑은 조금, 골프와는 많이 트러블이 있었다. 골프를 그만두겠다고 했다. 모든 분이 다 반대했는데 딱 한 분만 저에게 ‘하고 싶은 걸 하라’고 했다. 김세민 코치님은 네가 하고 싶은 걸 찾아오면 돕겠다고 했다. 공부는 옵션에 없었고 다른 기술을 배워볼까, 다른 스포츠를 해볼까 생각도 했다. 내가 의견을 낼 때마다 선생님은 ‘이렇게 하면 될 거다’라고 조언을 주셨다. 그때까지는 내가 선택한 적이 거의 없다. 제 선택을 이끌어내 주시려는 게 감사했다. 그래서 누구에게도 하지 못한 진솔한 얘기를 선생님과 하게 됐다. 마음이 풀리니 할머니와의 관계도 좋아졌고 골프에 대한 트러블도 줄었다. 다시 골프를 해 마지막 두 경기에서 좋은 성적을 내 극적으로 국가대표 상비군이 될 수 있었다.

장유빈은 역대 한국 남자 골프 선수 중 가장 화려한 경기를 한다고 평가된다. 지난달 KPGA 군산CC오픈에서 우승한 장유빈. 사진 KPGA

장유빈은 역대 한국 남자 골프 선수 중 가장 화려한 경기를 한다고 평가된다. 지난달 KPGA 군산CC오픈에서 우승한 장유빈. 사진 KPGA

KPGA 신인 장유빈(22)은 실력은 물론 폭발력과 드라마, 쇼맨십에 인성까지 겸비한 완벽한 6각형 패키지다.

국가대표 테니스, 정구 선수였던 조부모에게서 운동을 배운 드라마가 있다. “할아버지 말씀대로 항상 겸손하려 노력한다. 스폰서사인 신한금융그룹에서 여는 신한동해오픈에선 꼭 우승하고 싶다”고 말하는 건실한 청년이다.

184㎝, 80㎏의 훤칠한 체구의 훈남이라 여성 팬도 많다.

평균 312.7야드를 치는 그의 드라이브샷은 KPGA에서 압도적 1위다. PGA 투어 기록에 대입하면 7위에 해당하지만 국내 골프장에 OB가 많고 런은 적은 걸 감안하면 미국에 가면 더 멀리 칠 것으로 보인다.

장유빈이 가장 좋아하는 클럽은 웨지다. 그의 샷은 핀 옆에 꽂힌다. 올 시즌 12경기에 나와 톱 5에 7번, 톱 10에 8번 들었다. 평균 타수(69.3타) 1위, 라운드 평균 버디 수(4.53) 1위, 제네시스 포인트 1위다. 평균 퍼트 수(1.73) 2위에 그린 적중률 11위다.

경기도 짜릿하다. 지난 14일 군산CC 오픈 최종 라운드 9번 홀에서 나무와 호수를 넘겨 이글을 잡는 장면은 올 시즌 최고의 명장면이었다. 장유빈은 기적을 만드는 선수다.

최근 서울 골프존 빌딩에서 만난 장유빈은 “타이거 우즈 우승 영상을 보니 극적인 것이 많았다. 나도 정말 어려운 상황에서 멋있게 우승할 수 있는 선수가 되고 싶다. 트러블 상황에서 모험에 성공했을 때 느끼는 희열은 골프를 하면서 느끼는 가장 짜릿한 감정이다. 팬들도 저를 보시면서 재밌다라고 느꼈으면 좋겠다”고 했다.

장유빈의 할아버지 장영일씨와 할머니 차화자씨는 운동에 소질을 보이는 손자를 맡아 지극정성으로 키웠다. 정신력도 강조했다. 위기도 있었다. 고등학교 1학년 때 장유빈은 골프를 그만두려 했다.

드로를 치던 장유빈은 현재 페이드샷을 친다. 1년간 성적을 포기하고 김세민 코치와 함께 구질을 바꿨다. 김경록 기자

드로를 치던 장유빈은 현재 페이드샷을 친다. 1년간 성적을 포기하고 김세민 코치와 함께 구질을 바꿨다. 김경록 기자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판교 골프존 스튜디오에서 김세민 코치(오른쪽)가 장유빈을 가르치고 있다. 김경록 기자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판교 골프존 스튜디오에서 김세민 코치(오른쪽)가 장유빈을 가르치고 있다. 김경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