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호황 지표 ‘빈 일자리’ 확 줄자…경기침체 우려 커졌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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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반 서킷 브레이커가 발동된 5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모니터에 아시아 증시 소식을 알리는 CNN 뉴스가 나오고 있다. [뉴스1]

동반 서킷 브레이커가 발동된 5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모니터에 아시아 증시 소식을 알리는 CNN 뉴스가 나오고 있다. [뉴스1]

잘나가던 미국 경제에 ‘R(Recession·경기 침체)의 공포’가 엄습한 것은 최근 바뀐 노동시장 변화가 결정적이었다. 특히 코로나19 이후 미국 일자리 호황을 이끌었던 ‘빈 일자리(job openings·구인 건수)’가 줄면서 고용시장 위축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하지만 이는 고용시장이 정상화되는 과정이라는 반론이 만만치 않다.

5일 미국 노동통계국은 올해 6월 미국의 ‘빈 일자리’ 건수가 818만4000건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코로나19 이후 관련 통계가 최고치를 기록했던 2022년 3월(1185만5000건)과 비교해 30.9% 급락한 수치다. 빈 일자리란 월말을 기준으로 일할 사람을 구하지 못한 일자리를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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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 일자리 수는 ‘리오프닝(코로나19 이후 경제 활동 재개)’ 직후 특히 많이 늘었다. 코로나19로 인한 경기 부진을 우려했던 기업들이 직원들을 해고했는데, 경제 활동 재개 후 다시 일할 사람을 구하러 나서면서 일시적으로 인력난을 겪었기 때문이다. 특히 코로나19 충격으로 미국 내 이민 노동자 감소, 고령자 은퇴가 발생해 노동 공급이 줄어든 것도 구인난에 한몫했다.

김영희 디자이너

김영희 디자이너

리오프닝 직후 늘어난 빈 일자리 수는 최근 미국 경제 호황을 이끈 주요한 배경 중 하나였다. 빈 일자리가 급증하면서 취업자 수가 늘어난 것은 물론, 기업들이 사람을 구하기 위해 임금까지 더 올리는 현상이 반복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빈 일자리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이민 정책으로 이민자 노동 공급이 늘면서 채워지기 시작했다. 여기에 초과 저축이 소진된 노동자들이 일자리를 다시 찾기 시작했다는 점도 구인난 해소에 도움이 됐다.

빈 일자리 감소는 노동시장의 불균형을 해소하는 과정이지만, 반대로 실업률 급증을 부를 수 있다. 코로나19 이후 늘어난 빈 일자리가 전체 일자리 공급을 늘리며, 미국 실업률 상승을 막는 일종의 안전장치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실제 리오프닝이 본격 시작된 2022년 이후 줄곧 3%대를 유지하는 미국 실업률은 지난해 10월 미국 빈 일자리가 800만 건대로 주저앉은 이후 상승 추세를 타다가 올해 5월에 4%를 넘겼다. 지난달에는 4.3%로 코로나19가 본격적으로 확산됐던 2021년 10월(4.6%) 이후 2년9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 때문에 크리스토퍼 월러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이사도 구인율(전체 노동인구 중 빈 일자리 수)과 미국 실업률 상관관계를 나타내는 베버리지 곡선을 언급하며 “미국 구인율이 4.5% 아래로 내려가면 실업률이 갑자기 급등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2022년 3월 7.4%까지 올라갔던 미국 구인율은 지난 6월 4.9%까지 내려왔다.

다만 고용시장이 아직 우려할 만한 상황은 아니라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빈 일자리가 줄어드는 것은 노동 공급이 정상화되는 과정일 뿐, 일자리 수 등 전체 고용 수요가 줄어든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특히 최근 실업률 증가도 노동 공급이 정상화하면서 일자리를 찾는 사람들이 일시적으로 몰린 데 따른 ‘마찰적 실업’(노동자가 직업을 새로 구하거나 찾는 과정에서 생기는 일시적 실업)일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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