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은 구더기도 말려 죽였다, 모든 걸 소멸시킨 ‘죽음의 차’

  • 카드 발행 일시2024.08.06

그 남자가 남긴 건,
운동화 한 짝에 빈 소주병들뿐이었다.

가마솥 불볕 더위에 공터에 세워진 자동차에서 벌어진 일이었다.
가만히 있어도 쪄죽을 날씨에 소형차에선 ‘탄(炭)’이 3개나 발견됐다.
문을 열자 바깥 공기와 만나 바람처럼 ‘휙’ 하고 스스로 무너질 만큼 전소한 재였다.

사건 현장은 서울에서는 흔히 볼 수 없는 노지(露地)였다.
가까이엔 식당 두 군데와 시골 구멍가게 같은 작은 편의점이 전부였다.

그는 왜 이곳을 선택했을까.
답은 머지않아 떠올랐다.

도로가 바로 앞이었지만 한적했다.
서울에도 이런 길이 있나 싶게 2차로 도로에 다니는 차량은 드문드문했다.
편의점이라곤 하지만 주변 식당들이 영업을 마치면 아무도 찾지 않을 작은 가게였다.
24시간 영업을 하지 않고 해가 저물면 일찍 문을 닫는 것 같았다.

차량 문을 열자마자 매캐한 탄내와 오래된 시취가 더운 열기를 밀어내고 훅 끼쳐왔다.
고인의 신상이나 사연을 짐작할 물건들은 이미 ‘증거물’로 수집된 듯.
차량에 남은, 아니 버려진 물품을 ‘유품’이라 하기엔 아무런 사람의 흔적을 느낄 수 없었다.

그리고….
구더기조차 없었다.

이 지독한 더위에 시신은 분명 심각하게 부패했을 텐데도 구더기 한 마리가 없다.
그래, 이 정도면 구더기도 익었을 테지.
태워지듯 바싹 말라 죽었을 테지.

바깥의 폭염은 더위도 아니라는 듯이 차량 속 가죽 시트가 흐물거리듯 뜨거웠다.
이미 방전이 된 차량은 시동도 걸리지 않았다.
잠깐이라도 에어컨을 돌려 시취를 밀어낼 수도 없었다.

하지만 어쨌든 간단하게라도 차량 내부 청소를 해야 업체를 불러 차를 돌려줄 수 있다.
나야 이런 장면에 익숙하지만 다른 이들에겐 충격과 공포를 남길 수 있으니 말이다.
그냥 사고 차량 견인하듯 아무것도 모른 채 끌고가게 하는 게 최선이다.

몇 년 전만 해도 1년에 한두 번 연락오던 차량 특수청소 의뢰가 이제는 빈번해졌다.
자차일 경우도 있고 렌터카일 때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