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에 다시 전운이 감돌고 있다. 이스라엘의 테헤란 암살 작전 이후 보복을 선언한 이란은 주변국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전쟁이 나도 상관 없다"며 강행 의지를 재차 밝혔다. 이스라엘도 이란에 대한 선제타격을 검토하는 등 강경 대응을 예고하고 있다.
다급해진 건 지정학적 위기에 빠진 아랍 국가들이다. 4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아랍국들은 이란에 보복 공격 재고를 강력히 요청했다. 지난달 31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의 지도자 이스마일 하니야가 테헤란 방문 중 이스라엘에 암살된 것과 관련, 이란의 보복 공격이 임박하면서다. 하지만 이란 측은 지난 3일 “전쟁이 발발해도 신경쓰지 않겠다”며 이 같은 요청을 거절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도 유럽과 다른 우방국들을 통해 '이란 말리기'에 나섰다. 미국은 "이란이 서방과 관계 개선에서 좋은 기회를 갖게 될 수 있고, 이스라엘에도 미국이 긴장 완화를 압박 중"이라는 의사를 이란 측에 건넸다고 한다.
하지만 이란의 반응은 냉담하다. 4일 이란을 방문해 직접 설득에 나선 친서방국 요르단의 아이만 사파디 외무장관은 “대응 없이 지나갈 수 없는 시온주의 정권(이스라엘)의 중대한 실수”라는 말만 이란 측으로부터 들었다.
오히려 '전쟁 시계'가 빠르게 돌아가고 있다는 경고도 나왔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정확한 시점은 모르지만 이란과 헤즈볼라(레바논의 친이란 무장 정파)가 24~48시간 내에 이스라엘을 공격할 수 있다”고 주요 7개국(G7) 외무장관들에게 알렸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공격 가능 시점으로 통지된 5일 백악관 상황실에 국가안보팀을 소집하기로 했다.
이란이 어떻게 보복전에 나설진 미지수다. 미국도 현재 관련 정보를 수집 중이다. 이란과 이스라엘 간 거리가 1500㎞ 정도 떨어져 있는 만큼 무인기(드론)와 미사일로 공격할 가능성이 유력한 시나리오다. 또 헤즈볼라와 예멘의 후티 반군 등 친이란 무장 세력을 동원한 동시다발 공격 가능성도 거론된다.
앞서 이란은 지난 4월 시리아 수도 다마스쿠스 주재 이란 영사관 폭격 사건과 관련해 드론·미사일 등을 이용한 보복 공격을 감행했다. 당시 이스라엘군은 이란이 드론 약 185대, 지대지 탄도 미사일 약 110기, 순항 미사일 36기 등 최소 300개 이상을 발사한 것으로 파악했다.
이와 관련, 미 싱크탱크인 전쟁연구소(ISW)는 이란이 이스라엘의 방공망을 뚫기 위해 '4월 공습' 때와 달리, 드론과 미사일 발사 수를 크게 늘리고, 타격 지점 역시 증가시킬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시리아 동부의 미군 기지를 공격해 미군의 이스라엘 지원 능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관측도 나왔다.
공격 목표도 달라질 수 있다. 이스라엘 싱크탱크인 알마 연구·교육센터는 "이란이 군사시설 말고도 지중해의 가스전을 목표로 미사일과 드론 공격에 나설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에 맞서 이스라엘의 선제공격설도 흘러나오고 있다. 더타임스오브이스라엘은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4일 안보기관 책임자들과 회의를 갖고 이란에 대한 선제공격을 논의했다"고 전했다. 다만, 선제공격의 전제 조건은 까다롭다. 우선 이란이 이스라엘을 공격한다는 확실한 정보가 존재해야 하며, 미국의 정보와 교차 확인을 거쳐야만 한다. 그런 뒤에도 "포기할 수 있는 선택지"라고 신문은 전했다.
이날 네타냐후 총리는 시오니즘 지도자인 제프 자보틴스키의 추모식에 참석해 “우리를 공격하면 값비싼 대가를 치를 것”이라며 “우리는 가자 지구, 예멘, (레바논의 수도) 베이루트 등 어디든 장거리 공습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안보서기(전 국방장관)가 5일 테헤란을 방문해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이란 타스님뉴스에 따르면 쇼이구 서기는 알리 아크바르 아마디안 이란 최고국가안보회의(SNSC) 사무총장과 마수드 페제시키안 신임 대통령, 모하마드 바게리 이란군 참모총장을 만날 예정이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에도 이스라엘이 서방의 대러 제재에 동참하지 않으면서 이스라엘-러시아 관계는 여전히 돈독한 상황이다. 이 때문에 쇼이구 서기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확전 자제 메시지를 갖고 이란을 방문했을 가능성이 거론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