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제 못해도 9시면 재웠다, 3주 만에 아이에 벌어진 일

  • 카드 발행 일시2024.08.06

육아가 유독 힘에 부치는 날, 양육자는 생각이 많아집니다. ‘아이에게 문제가 있나’ ‘난 부모로서 부족한 걸까’. 이유를 찾아보려 애를 쓰죠. 자녀 교육멘토로 활동하는 김연수 작가(『미라클 베드타임』 등의 저자)가 주목하는 원인은 따로 있습니다. 육아를 힘겹게 만드는 건 들쑥날쑥한 일상이라는 겁니다. 바꿔 말하면, 루틴(Routine) 있는 생활을 하면 양육이 한결 수월해진다는 것이죠. 루틴은 아이가 공부든, 생활이든 스스로 하는 습관과 태도를 만들어 줍니다. 시간 관리 능력, 자기조절력 같은 비인지능력도 키울 수 있죠. 김 작가가 자신의 세 아이와 800명 이상의 양육자를 코칭하며 확신한 결과입니다.

헬로 페어런츠(hello! Parents)는 김 작가와 함께 ‘루틴으로 크는 아이’ 칼럼을 연재합니다. 앞으로 6회에 걸쳐 루틴이 아이의 학습과 정서에 미치는 효과를 알아보고, 각 가정에 맞는 루틴을 실천하는 법을 상세히 안내합니다. 첫 화에서는 루틴이란 무엇이고, 아이와 양육자에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살펴봅니다.

박정민 디자이너

박정민 디자이너

초등학교 1학년 외동 아들을 키우는 워킹맘입니다. 아이는 방과 후 수업과 학원을 마치고 저녁 6시쯤 제가 퇴근할 때 집에 옵니다. 보통 저녁을 먹고 나면 숙제를 하는데요. 문제는 매일 이 일로 실랑이를 벌여야 한다는 겁니다. 일단 여러 번 말해야 아이가 겨우 책상에 앉아요. 마지못해 시작한 공부는 집중하면 20분이면 끝날 걸, 1시간 넘게 걸리는 날이 많습니다. 하품하고 딴짓하다 겨우 공부를 마칩니다. 그리고 놀다 보면 잘 시간도 마냥 늦어집니다. 늦게 자다 보니 다음 날 아이를 깨우느라 또 전쟁이죠. 평일 아이와 함께 지내는 건 고작 몇 시간뿐인데, 늘 화만 내는 것 같아 아이에게 미안합니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요?

저를 찾아온 한 양육자의 사연입니다. 사연 속 저녁 풍경은 학령기 자녀를 둔 대부분 가정의 고민거리기도 합니다. 양육자는 아이에게 좋은 습관을 만들어 주려 하지만, 매일 시키는 것 자체가 고역입니다. 도대체 아이는 언제쯤 스스로 할지, 한숨만 나오죠. 10년 전 제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워킹맘으로 도와주는 사람 없이 세 아이를 키웠으니까요. ‘더 이상 이렇게 살 수는 없다’는 한계에 부닥쳤을 때, 한 가지 결심을 했습니다. ‘루틴을 만들고 지키자’는 다짐이었죠.

⏳루틴 있는 저녁, 육아를 바꾼다

루틴의 사전적인 의미는 규칙적으로 하는 어떤 일의 절차입니다. 무의식적으로 이뤄지는 습관과는 차이가 있죠. 원래는 스포츠 선수들이 경기에서 최고의 기량을 발휘하기 위해 의식적으로 하는 일련의 행동을 가리켰어요. 최근에는 주로 성인 대상 자기계발 서적에 많이 등장하는데요. 학령기 아이와 양육자에게도 꼭 필요합니다.

쉽게 말해 루틴 있는 삶은 규칙과 기준이 있는 일상을 뜻합니다. 7세~초등학교 저학년 아이를 기준으로, 양육자와 함께 보내는 저녁 시간 루틴을 구체적으로 설명해볼게요. 가장 먼저 매일 밤 같은 시간에 잠자는 것이 루틴의 시작이자 끝에 해당합니다. 적어도 9시쯤 일찍 자는 걸 권장합니다. 다음 날 좋은 컨디션으로 하루를 시작하려면 충분한 수면 시간을 확보하는 게 중요하기 때문이죠. 취침 시간이 정해지면 이를 기준점 삼아 저녁식사나 숙제·독서 등을 매일 비슷한 시간대에 하면 됩니다. 너무 간단해 보이나요? 단조로워 보여도 질서가 있고 자유가 허락된 시간이 매일 반복되는 게 루틴입니다. 평생 음악을 공부하고 가르쳤던 제가 루틴을 ‘규칙적인 하루의 리듬’이라고 표현하는 이유죠.

루틴을 만들 때 한 가지 주의해야 할 점이 있습니다. 루틴을 빡빡한 일과표나 엄마가 정해준 ‘투 두 리스트(To Do List)’로 착각해선 안 된다는 겁니다. 아이가 누군가 정해준 일을 미션을 해치우듯 처리하는 건 의미가 없습니다. 루틴을 떠받치는 한 축이 규칙·기준이라면, 다른 기둥은 자율성입니다. 양육자가 아이의 일상과 행동에 기준과 한계를 정해 주되, 아이가 그 안에서 자율적으로 자신의 할 일과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게 해줘야 합니다.

그렇다면 루틴이 있는 가정의 저녁 시간은 구체적으로 어떻게 흘러가는 걸까요? 지금은 대학생이 된 큰아이가 초등 저학년일 때의 평일 저녁 일상을 간단히 소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