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액으로 질병 예측하는 ‘액체 생검’ 실용화 기술 개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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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세브란스병원 신경외과 박정윤 교수팀

국내 연구진이 세포 안에 존재하는 마이크로 RNA(miRNA)를 고해상도 이미지로 시각화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혈액과 같은 체액으로 암이나 척수병증, 당뇨병성 신장 질환, 알츠하이머 등 다양한 질환의 조기 진단과 예측에 활용할 수 있을 전망이다.

강남세브란스병원 신경외과 박정윤 교수팀

강남세브란스병원은 신경외과 박정윤 교수 연구팀이 액체(증류수)를 흡수하며 커지는 특성을 지닌 하이드로겔 필름인 ‘Liquid View(LV) 필름’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현재 질병 진단과 모니터링에 사용하는 표준검사 방식은 조직 생검이다. 수술·시술로 조직을 떼어내 관찰하는 방법이다. 조직에 침습적으로 접근해야 하므로 환자에게 부담이 간다. 질환과 환자 상황에 따라 생검이 불가능한 경우도 있다. 같은 종양이더라도 채집 위치에 따라 생물학적 특성이 다르게 나타나는 이질성을 보이기도 한다.

최근엔 이런 조직 생검의 한계를 보완할 대안으로 액체 생검이 주목받는다. 혈액이나 타액(침), 뇌척수액 등의 체액을 이용하는 방식으로 간단한 체액 채취만으로 DNA의 변이를 확인할 수 있다.

연구팀에 따르면 혈액, 척수액, 타액 등 체액이 담긴 액체 시료를 LV 필름에 흡수시켜 배양과 굳히기 과정을 반복하면 필름이 9배까지 확장하면서도 두께는 1.25㎜로 얇았다. 이 덕분에 항체 침투력이 높아 항체 확산 없이 세포핵과 세포골격 구조를 명확하게 관찰할 수 있다.

액체를 흡수하며 커지는 하이드로겔 필름인 ‘Liquid View(LV) 필름'의 팽창 과정. LV 필름은 처음(0-round) 체액을 흡수해 팽창 후 굳혀지고 다시 하이드로겔 조성액의 흡수와 굳히기를 2회 반복함으로써 체액에 존재하는 세포를 9배 확대할 수 있다.

액체를 흡수하며 커지는 하이드로겔 필름인 ‘Liquid View(LV) 필름'의 팽창 과정. LV 필름은 처음(0-round) 체액을 흡수해 팽창 후 굳혀지고 다시 하이드로겔 조성액의 흡수와 굳히기를 2회 반복함으로써 체액에 존재하는 세포를 9배 확대할 수 있다.

LV 필름을 알츠하이머병, 척수손상, 당뇨병성 신장 질환 환자의 체액(혈액, 소변)에 적용해 miRNA 초고해상도 이미징 분석을 시도한 결과, 알츠하이머병 및 척수손상 환자의 말초혈액세포에서 miR-206-3p의 초고해상도 이미징 검출과 정량이 가능했다.

또한 LV 필름을 활용해 척수병증 환자의 수술 전과 후의 혈액 내 miRNA 발현 차이를 분석했더니, 수술 전 척수병증 환자의 혈액에서 특정 miRNA(miR-206-3p, miR-181b-5p, miR-26b, miR-27b-3p)의 발현이 증가한 것을 발견했다. 수술 후 miR-206-3p의 감소와 miR-206-5p의 증가를 확인했으며 동물 모델 혈액에서도 동일한 양상을 보였다.

LV 필름을 활용한 실험 결과는 다른 선행 연구 결과와도 일치해 LV 필름이 세포에 존재하는 소량의 miRNA를 검출하는 데 적합하다는 것을 증명했다. 특히 하이드로겔의 확장성 조절과 miRNA와 같은 소분자의 정밀 이미징 정량에 매우 유용함에 따라 대규모 스크리닝 연구를 통한 라이브러리 구축과 같은 장기 실험에 적합할 것으로 기대한다.

박정윤 교수는 “이번 연구가 액체생검 기술의 실용화를 한발 앞당길 것으로 기대한다. LV 필름을 이용하면 세포에 존재하는 miRNA의 고해상도 시각화가 가능하다”며 “miRNA를 더 높은 정확도와 감도로 감지할 수 있어 미묘한 변화를 감지하는 것은 물론이고 질환의 진단과 예후, 예측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고 말했다. 연구결과는 나노 의학 및 생체재료 전문 국제학술지 ‘Advanced Healthcare Materials’에 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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