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의 글씨’ 뭔가 달랐다, 흉악범 잡던 검사의 발견

  • 카드 발행 일시2024.08.05

글씨는 곧 그 사람입니다. 필체에는 그 사람의 성격·취향이 집약돼 있거든요. 게다가 글씨는 뇌가 상호작용하며 발전합니다. 글씨 쓰기만큼 사람을 긍정적으로 변화시키는 건 없습니다.

“디지털 시대에 왜 글씨 쓰기 연습을 해야 하느냐”는 질문에 필적학자인 구본진 변호사(법무법인 더킴로펌)는 이렇게 답했다. 인터넷·스마트폰 같은 기술의 발달로 글씨 쓰는 일이 귀해진 지 오래다. 펜을 꾹꾹 눌러 공책에 일기를 쓰는 대신, 몇 번의 손가락 터치로 SNS에 일상을 올리는 게 자연스러운 일이 됐다. 하지만 구 변호사는 “디지털 기기에 밀려 글씨 쓸 일이 줄어들수록 글씨를 더 써야 한다”며 “글씨는 생각을, 생각은 행동을, 행동은 성품을 만들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박정민 디자이너

박정민 디자이너

강력부 검사 출신인 그는 국내 1호 필적학자다. 필적학은 글씨의 크기·모양·간격·기울기를 보고 사람의 성격을 분석하는 학문이다. 검사 시절, 흉악범들의 글씨에서 특이점을 발견한 그는 독립운동가의 친필을 수집하며 본격적으로 필적학에 입문했다. 독립운동가 외에도 대통령·기업가·범죄자 등 지난 20년간 수백 건의 글씨를 분석했다. 2017년에는 국방부의 요청으로 도널드 트럼프 미 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필체를 분석한 일도 있었다. 성격·직업별 필체의 공통점을 정리해 『필체를 바꾸면 인생이 바뀐다』 『부자의 글씨』 등의 책도 냈다.

구 변호사는 “예쁜 글씨를 무작정 따라 한다고 똑같이 쓸 수 있는 건 아니다”고 했다. 기교만 익혀서는 글씨를 바꾸는 데 한계가 있다는 얘기다. 평소 마음가짐과 태도를 바꾸는 것이 우선이라는 게 그의 주장이다. 아직 필체가 자리 잡지 않은 아이들에게 글씨 연습을 꾸준히 시켜야 하는 이유다. 글씨, 어떻게 해야 잘 쓸 수 있을까? 지난달 26일, 그를 직접 만나 물었다.

Intro.글씨로 인생이 바뀐다
Part1. 기본에 충실하라
Part2. 장점은 살리고 단점은 보완하라
Part3. 계획과 목표는 손글씨로 써라

👀기본에 충실하라

보통 남이 알아보지 못하거나 예쁘지 않고 가지런하지 않은 글씨를 악필(惡筆)이라고 한다. 구 변호사의 생각은 다르다. 예쁘지 않거나 가지런하지 않다고 해서 나쁜 글씨는 아니다. 쓰는 사람이 원하는 인간상에 맞는 글씨는 모두 좋은 글씨라 볼 수 있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쓰는 사람의 마음가짐이 중요하다는 얘기다. 그는 “우리가 글씨를 쓰는 데는 두 가지 목적이 있는데, 의사소통만큼 중요한 게 인격 수양”이라고 했다. 인격이 훌륭한 사람의 글씨를 배우면 인성도 좋아진다는 것이다.

글씨 연습을 하면 인성도 좋아진다고요? 
글씨와 뇌는 상호작용하며 발전합니다. 글씨는 뇌에서 손과 팔 근육에 메시지를 전달한 결과물이거든요. 반대로 손과 팔을 움직여 뇌에 자극을 줄 수도 있죠. 그래서 글씨를 뇌의 흔적이라고 말합니다. 내가 현재 어떤 마음으로 어떤 글씨를 쓰는지에 따라 필체와 생각이 바뀌는 겁니다.글씨에 그 사람의 인성이나 성향이 드러날 수밖에 없어요. 글씨를 바꾸려면 의식하며 써야 해요. 현재 내 마음과 글씨를 점검하고, 어떤 글씨를 쓰고 싶은지 생각하며 쓰는 거죠.
아이들에게는 어려운 얘기네요.
자아정체성이 확립되지 않은 아이들에게는 어려울 수 있어요. 그래서 마음과 글씨의 틀을 잡아주는 가이드가 필요합니다. 우선 아이들의 글씨를 먼저 점검해 볼게요. 어린아이 글씨를 보면 어떤 가요?  
초등학교 3학년 학생의 글씨. 교정 전 불규칙했던 글씨(왼쪽)가 고딕체를 따라 연습하면서 점차 규칙성을 찾아가고 있다. 사진=독자제공

초등학교 3학년 학생의 글씨. 교정 전 불규칙했던 글씨(왼쪽)가 고딕체를 따라 연습하면서 점차 규칙성을 찾아가고 있다. 사진=독자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