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젤리나 졸리처럼 예방적 절제
미국의 유명 배우 앤젤리나 졸리는 2013년 양쪽 유방을 잘라냈고, 2015년 난소와 나팔관을 뗐다. 암을 예방하기 위해서다. 졸리는 BRCA1이라는 유전자를 갖고 있고, 이게 돌연변이를 일으키면 유방암과 난소암 등이 생길 위험이 크다는 이유에서 절제했다. 유전자 정보를 이용한 선제적 대응이었다.
중앙대의료원은 지난달 25일 ‘대장암 가족력 여성, 자궁암·난소암 주의’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작은 제목에서 “린치증후군 여성은 나이·유전자·출산계획을 따져 예방적 수술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특정 조건이 맞으면 졸리처럼 선제적으로 절제할 수 있다는 뜻이다.
29일 오후 중앙대병원 산부인과 이은주 교수를 찾았다. 외래진료가 오후 7시 가까이 돼서야 끝났다. 우선 린치증후군(Lynch Syndrome)이 뭔지 물었다. 우리 몸이 세포분열 할 때 DNA 복제 과정에서 DNA가 증폭하거나 조합할 때 오류가 생겨도 대개 원만하게 복구한다. 그런데 이를 복구하는 단백질 관련 유전자(MLH1·MSH2·MSH6·PMS2 등)에 돌연변이가 생기면 단백질이 제기능을 하지 못하고 암 발생으로 이어지게 된다. 이들 유전자 돌연변이가 유전되면 암이 생길 위험이 커진다. 이게 린치증후군이다.
자녀에게 유전될 확률 50%
생각보다 더 고약하다. 부모 중 한쪽에 유전자 돌연변이가 있으면 자녀에게 유전될 확률이 50%다. 린치증후군이 있으면 다른 사람보다 일찍 암이 발생한다. 대장암·자궁내막암이 대표적이다.
대장암 걸릴 위험 40~80%
린치증후군과 관련 있는 유전자 돌연변이를 갖고 있으면 암 위험이 매우 높다. 남성이 평생 대장암에 걸릴 위험이 60~80%, 여성은 40~60%다. 자궁내막암 발병 위험도가 40~60%, 난소암 발병 위험도 5~20%다.
린치증후군이 있으면 대장·자궁내막뿐 아니라 난소·위·췌장·요로(방광+요로계통)·뇌·담도·소장 등(이하 관련암)의 암 발생 위험이 일반인보다 크다.
50세 전 대장·자궁내막암 걸리면 의심을
린치증후군은 낯설다. BRCA1, BRCA2 등은 조금 알려져 있다. 이 교수는 “가족 중에 이런 환자가 있으면 본인도 린치증후군을 의심해야 한다”고 권고한다. 직계 가족(부모,형제·자매,자녀) 중 아래 사례자가 있으면 고위험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