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메프 리스크' 폭탄 맞은 PG사 "카드사도 손실 분담해야"

중앙일보

입력

티몬·위메프 판매대금 정산 지연 사태가 이어지고 있는 30일 오전 서울 강남구 위메프 본사 내부의 모습. 연합뉴스

티몬·위메프 판매대금 정산 지연 사태가 이어지고 있는 30일 오전 서울 강남구 위메프 본사 내부의 모습. 연합뉴스

판매자 정산 및 소비자 환불 지연 사태를 빚은 티몬‧위메프('티메프')가 기업 회생을 신청하면서 결제대행업체(PG사) 우려가 커지고 있다. 자산과 채권이 동결돼 티메프로부터 당장 대금을 받지 못하게 돼서다. 회생이 개시돼도 대금을 온전히 돌려받는 게 불투명하다. 소비자 환불을 진행하고 있는 PG사들은 관련 손실을 카드사도 함께 분담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30일 티메프의 기업회생 사건을 심리하는 서울회생법원 재판부는 두 회사에 재산 보전처분 및 포괄적 금지명령을 내렸다. 채무자가 재산을 빼돌리는 걸 방지하기 위해 재산 처분을 막는 한편, 회생절차를 원활하게 진행하기 위해 채권을 기업회생 개시 전까지 동결하는 것이다. 이에 따라 판매자와 PG사 등 채권자들이 대금을 돌려받는 건 당분간 지연된다. 기업회생이 개시된 뒤 티메프가 자산을 처분해 채무를 갚는다 하더라도, 이미 자본잠식 상태라 대금을 온전히 돌려받기도 힘들 전망이다.

현재 소비자들의 환불‧취소 대금을 선지급하고 있는 PG사의 우려도 커지고 있다. 이 돈을 온전히 PG사가 부담해야 하는 상황이라서다. 판매 대금은 ‘고객→카드사→PG사→티메프→입점 업체’ 순서로 이동하는데, 환불‧취소 요청이 오면 PG사는 일단 판매대금을 고객에게 돌려준 뒤 추후 티메프에 청구해야 한다.

사태가 커지자 PG업계는 카드사가 책임 분담에 나설 것을 요구하고 있다. 현재 티메프 결제 관련 PG사는 KG이니시스‧NHNKCP‧토스페이먼츠 등 11곳이다. 한 PG업계 관계자는 “일단 소비자들 피해가 없도록 환불과 결제 취소는 원활하게 진행하자는 게 기본적인 입장”이라면서도 “PG사가 모든 부담을 떠안는 것은 또 다른 피해를 야기할 것”이라고 말했다. PG사마저 지급불능 상황에 빠지게 돼 PG사의 다른 가맹점들에도 정산 지연 사태가 번질 수 있다는 취지다.

PG사들은 전날 금융당국과의 현장간담회에서도 이러한 애로사항을 전달했다. PG업계에선 카드사가 PG사로부터 받는 가맹점 수수료율은 2% 수준인 반면, PG사가 티메프로부터 받는 결제 대행 정산 수수료율은 0.02~0.05%에 불과한 점 등을 들고 있다. 온라인 결제에서 가장 많은 수익을 받는 게 카드사인 만큼 카드사도 도의적인 책임을 져야 한다는 의미다.

다만 카드사가 책임을 분담해야 할 법적 근거나 계약상 조항은 없는 상황이다. PG사가 신용카드사와 맺은 계약에 따르면, PG사의 하위가맹점에 문제가 생기면 PG사가 책임을 부담하게 돼 있다. 여신전문금융업법에도 PG사는 신용카드 회원의 거래 취소‧환불 요구를 따라야 할 의무가 있다. 한 카드업계 관계자는 “소비자의 카드 결제가 이뤄진 뒤 카드사는 PG사에 돈을 보내놓은 상황”이라며 “이어지는 환불이나 결제취소 과정에서 카드사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조치는 소비자의 민원 창구로 충실히 기능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카드사가 수수료를 가장 많이 챙겼다”는 PG사 주장에 대해서도 카드사들은 동의하지 못하는 분위기다. 카드사는 PG사로부터 2%의 수수료를 받았다가, 티메프의 입점업체 규모에 따라 우대수수료율(0.5~1.5%)을 적용해 다시 환급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한 카드업계 관계자는“오히려 PG사가 티메프와 입점 업체로부터 받는 수수료율, 관리비 등을 합산해 계산하면 PG사 주장대로 수수료가 0.02~0.05%에 불과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소비자의 환불‧결제 취소 규모가 커질수록 PG사와 카드사 간 신경전은 고조될 전망이다. 일단 금융당국에선 PG사가 일차적인 부담을 지는 것이 맞다고 보고 있다. 박상원 금융감독원 부원장보는 PG사 유동성 우려에 대해 “11개 PG사는 대부분 자본이 2000억~3000억 수준"이라며 "일부 소규모 PG사들이 있으나 이들은 티몬·위메프와의 거래금액이 많지 않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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