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선수도 변호사가 될 수 있을까. 원양선을 타고 오대양, 육대주를 가로지르던 항해사는? 링 위에서 ‘KO’ 펀치를 날리던 프로 복서는? 결론부터 얘기하면 모두 ‘그렇다’.
법 공부라고는 해본 적이 없는 이른바 ‘생비법(生非法)’ 출신에게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공부는 고난의 연속이었다. 500쪽짜리 기본서조차 읽기 벅찼다. 힘들 때 기댈 법조계 인맥도 없었다.
그랬던 이들의 현재 몸값은 상상 초월이다. 한 달간 새 사건 수임을 1건도 못해도 ‘시급 100만원’을 받을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고, 영업 없이도 자신을 떠올리게 하는 독창적 브랜딩 기술도 펼친다.
〈로변 오디세이〉 이번 화에선 인생극장을 방불케 하는 독특한 경력과 개성을 무기로 성공한 로변들의 삶을 들여다본다. 19세부터 법조문을 달달 외운 ‘시험천재’여서가 아니라 청년 시절 다양한 삶의 경험을 토대로 일궈낸 성공이라 더 값지다. 법조인 양성 다변화라는 로스쿨 도입 취지에도 걸맞은 인재들이다.
📃목차
사건 수임 못해도 시급은 100만원? 영업비밀
학원강사·공무원·유튜버… 변호사는 ‘10번째 직업’
영국인 도발에 벗은 항해복… “의뢰인 뺏어오겠다”
슛돌이 축구선수 변호사 “야, 너도 할 수 있어!”
법무법인 서온 김가람(40·변호사시험 3회) 변호사는 ‘슛돌이’ 축구선수 출신이다. 유명 축구선수 박지성을 지도한 아버지 김희태 감독을 따라 네 살 때부터 공을 찼다. 중학교 3학년 때 선택의 기로에 놓였다. ‘과연 국가대표가 될 수 있을까’ 확신이 없었다. 아버지는 선수로 성공하는 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 알려주면서 “자신 없으면 서울대 체육교육과에 들어가라”고 했다.
당시 대학생이던 친형이 그를 앉혀놓고 수학부터 가르치기 시작했다. 처음엔 간단한 곱셈도 틀렸다. 그랬던 그가 형 덕분에 고교 1학년 1학기 땐 ‘수학의 정석’을 전부 마스터했다. 성적이 전교 50등까지 올랐다. 아버지 말대로 서울대 체육교육과에 들어갔다.
그런데 막상 들어가 보니 초·중생 때와 크게 다를 바 없었다. 과 동기들은 그저 축구대회 승리에만 혈안이 돼 있었다. 진로가 불투명해 스포츠 카운셀러로 유명한 정신과 의사를 무작정 찾아갔다. 불쑥 찾아온 그를 의사가 만나줄 리가 없었다. 세 번 문을 두드린 끝에 겨우 마주했다. 진로 고민을 듣던 의사가 단호한 어조로 말했다.
▶의사=“너는 스포츠 카운셀러가 될 수가 없을 것 같다.”
▶김가람=“왜요? 심리학도 복수전공을 한 걸요.”
축구, 그리고 운동이 전부였던 삶이 순간 부정당한 듯했다. 김 변호사의 흔들리는 눈빛을 지긋이 바라보며 의사는 이렇게 말했다.
“공감보다는 문제를 해결하려는 성향이 강하니 (법률) 컨설턴트가 되는 게 어떨까?” 법조인이 되란 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