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안전이 생명이다 ②] 휴가철 복병, 렌터카 음주사고
'55%.'
여름 휴가철에 술을 마시고 렌터카를 운전하다 발생한 교통사고 가운데 20대와 30대 운전자가 차지하는 비율이다. 이 기간 렌터카 음주운전 사고 10건 중 절반 이상꼴로 이들 '2030' 때문에 일어났다는 얘기다.
이러한 사실은 한국교통안전공단(이하 공단)이 최근 5년간(2018~2022년) 여름 휴가가 집중되는 기간(7월 16일~8월 31일)에 일어난 교통사고의 특성을 조사한 결과 확인됐다. 분석 자료는 도로교통공단 교통사고분석시스템(TAAS)을 활용했다.
이에 따르면 여름 휴가철에는 하루 평균 579건의 교통사고가 발생해 8.8명이 목숨을 잃고, 859.2명이 다쳤다. 평상시보다 사고 건수는 0.1%, 사망자는 1.8% 증가한 수치다. 또 같은 기간 발생한 렌터카 교통사고는 모두 6262건이었으며, 이 중 운전자가 20대인 경우가 가장 많은 1849건으로 전체의 29.5%를 차지했다. 30대는 1207건(19.3%), 40대는 1300건(20.8%)이었다.
20대와 30대의 비중이 48.8%로 거의 절반에 육박한다. 특히 20대의 휴가철 렌터카 사고 건수는 평상시보다 6%나 늘어 다른 연령대보다 훨씬 높은 증가율을 보였다. 여름 휴가철에 20대 운전자의 렌터카 교통사고가 늘어나는 건 상대적으로 자차 보유 비중이 작아 렌터카 이용 수요가 높은 데다, 다른 연령대에 비해 운전 경력이 짧아 운전이 미숙한 때문이라는 게 공단의 분석이다.
같은 시간 렌터카 음주운전 사고만 따져보면 심각성은 더 커진다. 여름 휴가철 발생한 렌터카 음주운전 사고는 모두 642건으로 이 중 운전자가 20대인 사고는 197건으로 전체의 30.7%에 달했다. 역시 가장 많은 수치다. 30대는 156건으로 24.3%, 40대는 159건으로 24.8%를 차지했다. 20대와 30대를 합하면 55%나 된다.
지난 2022년 7월 제주시 애월읍의 한 해안도로 교차로에서 10~30대 남녀 7명이 타고 있던 렌터카가 전복돼 3명이 숨지고 4명이 크게 다친 사고가 대표적이다. 탑승자 대부분은 여행객이었다. 경찰 조사 결과, 당시 운전자는 술을 마신 상태로 나타났다.
공단 교통안전처의 한재현 선임연구원은 “휴가철에는 기분이 들뜨고 음주량이 많아지면서 음주운전 위험성도 커진다”며 “차량 시동 전에 음주측정을 해서 일정 기준을 넘기면 시동이 켜지지 않는 음주운전 방지장치 설치를 확대하는 등 음주운전을 원천적으로 막는 대책이 더 강화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공단이 2022년 9월부터 3개월간 제주도와 여수 등지의 렌터카 40대에 음주운전 방지장치를 설치해 운영한 결과, 약 8000회의 음주 측정 가운데 면허정지에 해당하는 혈중알코올농도 0.03% 이상이 검출돼 시동이 제한된 경우는 86번에 달했다.
여름 휴가철 피서객이 집중되는 지역은 타지역 운전자에 의한 교통사고가 급증하기 때문에 교통안전 대책을 더 강화할 필요가 있다. 강원도는 평상시 대비 31.1%가 늘었고, 제주도도 18.3%가 증가했다. 관광객이 일으킨 사고가 많다는 의미다. 실제로 26일엔 제주시 애월읍의 한 도로에서 30대 운전자와 50대 운전자가 각기 몰던 렌터카가 충돌해 6명이 다쳤다.
피서지 출발 전 차량 점검 필요
렌터카 사고와는 별개로 휴가철에는 장거리 운전이 많은 데다 피서지로 가는 차량도 늘어나기 때문에 사고 예방을 위해선 출발 전 차량 점검이 필수다. 참고로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 25일부터 다음 달 11일까지 설정한 '여름 특별교통대책기간' 중 하루 평균 596만명이 이동하고, 이 중 82%가 승용차를 이용할 것으로 예측됐다.
여행 출발 전에 가까운 정비소나 카센터에 들러서 점검을 받는 게 좋다. 만약 여의치 않다면 몇 가지를 자가 진단하는 방법도 있다. 우선 타이어의 마모도와 공기압을 점검해야 한다. 타이어는 100원짜리 동전을 파인 홈에 넣었을 때 감투가 반 이상 보인다면 교체하는 게 좋다. 타이어 공기압은 적정 기준보다 낮을 경우 고속으로 달릴 때 타이어에 열이 축적돼 파열 가능성이 있다는 설명이다.
엔진 오일과 브레이크 오일도 살펴봐야 한다. 엔진오일의 색이 고동색이라면 불량한 상태이므로 교체하는 게 필요하다. 브레이크 오일 역시 탁한 갈색을 띤다면 바꾸는 게 좋다. 또 배터리 잔량을 확인하고 방향지시등과 후진등, 전조등, 미등·제동등 같은 차량의 등화가 제대로 작동하는지도 따져봐야 한다. 차량용 소화기와 비상신호등, 비상 탈출용 망치 같은 유사시 비상용품도 구비되어 있는지 살펴봐야 한다.
이와 함께 운전자는 오랜 시간 운전을 하는 만큼 편한 옷과 신발을 착용하고, 졸리거나 피곤하면 휴게소 또는 졸음쉼터에서 잠시 쉬었다 가는 게 좋다. 또 고속도로에서 고장이나 사고가 발생했을 때는 치명적인 2차 사고를 막기 위해 비상등을 켜고, 트렁크를 연 뒤 운전자와 동승자 모두 도로 밖으로 신속히 대피해야만 한다.
공단의 권용복 이사장은 “안전운전 수칙을 준수하고, 꼼꼼하게 사전에 차량을 점검하면 교통사고 위험을 최소화할 수 있다”며 “특히 피서지에서의 음주운전은 절대 삼가야만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한국교통안전공단·중앙일보 공동기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