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회장은 노조 손 덥석 잡았다…美노조 다룰 정의선 스타일은

  • 카드 발행 일시2024.07.29

지난해 5월 연세대 경영대학의 한 강의실. 이무원 교수의 ‘조직학습:기회와 함정’ 강의를 참관한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토론자로 학생들 앞에 나섰다.

“‘현대차 노조’ 하면 강성노조, 정치 파업 같은 이미지가 강합니다. 이 때문에 노조가 비판을 받기도 하는데, 노조의 상대방인 회사 측의 책임은 어느 정도라고 보시나요.”

“현대차의 성과를 노동자들과 더 적극적으로 나누자는 주장에 대해선 어떤 생각을 하고 계십니까.”

학생들의 질문을 막을 사람은 없었다. 막으려 하지도 않았다. 정 회장 스스로 나선 질문 공세의 한복판이었다. 옅은 보라색톤의 셔츠와 베이지색 바지를 입고 학생들 앞에 선 그는 긴장한 기색 없이 답했다.

“정곡을 찌르는 토론 주제네요. 저도 여러분들과 같은 고민을 하고 있습니다. (아버지인 정몽구) 명예회장님도 가장 어려워 하신 게 노조 문제였다고 해요. 세상이 바뀌어서 저는 유연하게 잘 대응할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해보니 제일 어려운 게 노조 대응이더라고요. 더 많이 고민해보겠습니다.”

100분 가량의 토론에서 노조 관련 내용에만 약 20분이 할애됐다. 정 회장이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한 건 아니었다. 다만 이처럼 솔직하게 고민을 털어놓고 생각을 나눠보는 시간으로 학생들과 토론을 이끌었다.

학생들도 정 회장이 노사 중립적 시각에서 설명하는 모습을 보고, 의외라는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정 회장은 “현대차그룹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서 놀랍고 고맙습니다. 앞으로 더 열심히 하고 잘 해야 겠네요”라고 화답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지난해 5월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학교 경영대학의 한 강의실에서 학생들과 만나 발언하고 있다. 사진 연세대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지난해 5월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학교 경영대학의 한 강의실에서 학생들과 만나 발언하고 있다. 사진 연세대

정의선 회장(앞줄 가운데)이 연세대 강의실에서 수업 참관 후 기념 촬영하고 있다. 사진 연세대

정의선 회장(앞줄 가운데)이 연세대 강의실에서 수업 참관 후 기념 촬영하고 있다. 사진 연세대

‘현대차그룹에서 가장 어려운 일’. 현대차는 2019년부터 6년 연속 파업 없이 임금 협상 등을 이뤄오고 있지만(기아는 2020년부터) 정 회장의 대답처럼 노조와 대화하고 협상하는, 노조 대응은 최고경영진에겐 여전히 고난도의 과제다.

연세대 학생들과의 대화에서처럼, 정 회장은 노조와의 직접 스킨십에 자신감을 나타냈었다. 회장 취임 보름 뒤인 2020년 11월 울산공장을 찾아가 이상수 당시 금속노조 현대차지부장을 직접 만난 게 그 예다. 현대차그룹에서 오너 경영인과 노조위원장 간 공식 면담이 이뤄진 건 2001년 정몽구 명예회장이 이헌구 당시 지부장을 만난 이후 19년 만이었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명예회장이 2001년 이헌구 당시 금속노조 현대차지부장과 만나 대화를 나누고 있다. 중앙포토

정몽구 현대차그룹 명예회장이 2001년 이헌구 당시 금속노조 현대차지부장과 만나 대화를 나누고 있다. 중앙포토

2018년 현대차 노조가 서울 양재동 현대차 본사 앞에서 공동파업출정식을 열고 있다. 현대차 노조는 2019년부터 올해까지 6년 연속 무파업 임협을 체결했다. 연합뉴스

2018년 현대차 노조가 서울 양재동 현대차 본사 앞에서 공동파업출정식을 열고 있다. 현대차 노조는 2019년부터 올해까지 6년 연속 무파업 임협을 체결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