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러 정상회담 이후 조태열-왕이 첫 대면…"중국, 건설적 역할 해달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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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태열 외교부 장관이 26일 왕이(王毅) 중국공산당 정치국위원 겸 외교부장과 만나 북·러가 사실상 군사 동맹을 맺고 밀착하는 상황과 관련해 "엄중한 우려"를 표명했다. 중국은 "건설적 역할을 하겠다"면서도 "중국의 대(對) 한반도 정책에는 변함이 없다"는 기존 입장을 반복했다. 이날 회담은 지난달 19일 북·러 정상회담 이후 처음으로 양국 외교 수장이 대면한 자리였다.

조태열 외교부장관과 왕이(王毅) 중국공산당 정치국위원 겸 외교부장이 26일(현지시간) 오전 라오스 비엔티안 국립 컨벤션 센터에서 열린 한·중 양자 회담에 참석한 모습. 공동취재단. 연합뉴스.

조태열 외교부장관과 왕이(王毅) 중국공산당 정치국위원 겸 외교부장이 26일(현지시간) 오전 라오스 비엔티안 국립 컨벤션 센터에서 열린 한·중 양자 회담에 참석한 모습. 공동취재단. 연합뉴스.

조태열, 왕이에 "북·러 군사 협력 우려"

이날 라오스 비엔티안 국립컨벤션센터(NCC)에서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관련 외교장관회의 참석을 계기로 약 40분 동안 열린 한·중 외교장관 회담에서 조 장관은 왕 부장에게 "북한이 복합 도발을 지속하는 가운데 러시아와 '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 조약'을 체결하고 군사·경제 협력을 강화해 나감으로써 한반도와 역내 긴장을 고조시키고 있는 데 대해 엄중한 우려를 표명했다"고 외교부가 밝혔다.

외교부에 따르면 조 장관은 "한반도 문제에 대한 중국 측의 건설적인 역할을 당부하면서 탈북민 문제에 대해서도 중국 정부의 각별한 관심과 협조를 요청했다"고 한다. 조 장관은 이날 모두발언에서도 북·러 밀착과 관련해 "한·중 간 전략적 소통 강화가 그 어느 때보다 긴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왕 부장은 "중국의 대 한반도 정책에 변함이 없으며 한반도 문제 해결을 위해 건설적인 역할을 해 나갈 것"이라고 재확인했다고 외교부는 밝혔다. 이는 지난 24일 서울에서 열린 한·중 외교차관 전략대화에서 중국 측이 밝힌 입장과 대동소이하다.

조태열 외교부 장관이 26일(현지시간) 라오스 비엔티안 내셔널컨벤션센터(NCC)에서 열린 한·중 양자회담에서 왕이 중국 외교부장과 인사를 나누며 대화하는 모습. 뉴스1.

조태열 외교부 장관이 26일(현지시간) 라오스 비엔티안 내셔널컨벤션센터(NCC)에서 열린 한·중 양자회담에서 왕이 중국 외교부장과 인사를 나누며 대화하는 모습. 뉴스1.

"중국, 방향성은 변함 없어" 

북·러 밀착과 관련해 중국은 앞서 지난달 19일 외교안보 대화에서 "러·북 간 교류가 역내 평화와 안정에 기여하길 바란다"(쑨웨이둥 중국 외교부 부부장)고 밝힌 이후 더 진전된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이와 관련, 외교부 당국자는 "중국의 의도를 이해하기 위해선 말보다 행동을 이해해야 한다"며 "러·북 밀착(평양 정상회담) 이후 세 번째로 한·중 고위급 교류가 이뤄졌고, 교류마다 중국의 반응이 상이할 수는 있지만 방향성 자체는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조태열 외교부장관과 왕이(王毅) 중국공산당 정치국위원 겸 외교부장이 26일(현지시간) 오전 라오스 비엔티안 국립 컨벤션 센터에서 열린 한·중 양자 회담에 앞서 악수하는 모습. 뉴스1.

조태열 외교부장관과 왕이(王毅) 중국공산당 정치국위원 겸 외교부장이 26일(현지시간) 오전 라오스 비엔티안 국립 컨벤션 센터에서 열린 한·중 양자 회담에 앞서 악수하는 모습. 뉴스1.

한반도 현안이나 탈북민 문제 등 민감한 사안에 대해선 여전히 평행선을 달렸지만, 최근 양국 간 고위급 소통이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는 데 대해선 양측 모두 높이 평가했다. 조 장관은 "한·중 관계가 소통과 협력의 새로운 국면으로 들어섰다"고 말했다. 왕 부장 또한 "중·한 각 분야 교류가 밀접하고 이익도 깊이 있게 융합돼 있다"며 "이미 떼려야 뗄 수 없는 협력 동반자가 됐다"고 강조했다.

또 조 장관은 이날 윤 대통령이 최근 "중국과 계속 전략적으로 소통하겠다"(지난 11일 북대서양조약기구 정상회의 기조연설)고 언급한 사실을 소개했고 중국 측도 이에 대해 "평가했다"고 외교부 당국자는 전했다.

이틀만에 장·차관급 교류 

실제 양국 간 고위급 교류는 최근 숨 가쁘게 이뤄지고 있다. 지난 5월 조 장관이 방중한 데 이어 같은 달 서울에서 4년 반 만에 열린 한·일·중 정상회의를 계기로 윤석열 대통령과 리창(李强) 중국 총리 간 회담이 열렸다. 이어 양국은 지난달 18일에는 외교·국방 차관급이 참석하는 '2+2' 형식의 외교안보대화를 열었고 지난 24일엔 외교차관 전략대화도 개최했다.

특히 외교가에선 지난 24일 서울에서 차관급 전략대화가 이뤄진 지 이틀 만에 라오스에서 장관급 회담이 이뤄진 데 대해 주목한다. 중국이 이미 예정된 장관급 회담을 앞두고 굳이 차관 중에서도 선임 격인 마자오쉬(马朝旭) 중국 외교부 상무 부부장을 별도로 서울로 보낸 건 그만큼 한·중 관계를 각별히 생각한다는 방증이란 분석이다.

한편 이날 회담을 계기로 양국은 "코로나 19로 개최되지 못했던 외교부 주도의 다양한 교류 협력 사업도 하나씩 재개하기로 했다"고 외교부는 밝혔다. 조 장관은 "양국 간 청년 교류 사업이 5년 만에 재개돼 다음 달 한국 청년들이 방중할 예정"이라며 "젊은 세대 간 마음의 거리를 좁히는 성공적 교류가 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지원해달라"고 당부했다.

사도광산 등재 앞두고 한·일 회담 

한편 이날 조 장관은 가미카와 요코(上川陽子) 일본 외상과도 48분 동안 양자 회담을 했다. 조 장관은 회담 모두발언에서 "급변하는 국제 정세 속에서 한·일 양국 외교장관이 지속적으로 소통하는 게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며 "상호 신뢰를 토대로 각종 외교 현안을 심도 있게 수시로 편하게 만나서 이야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가미카와 외상 또한 "일·한 간 협력을 양국 국민에게 이익을 가져다줄 수 있게 더욱 굳건하고 폭넓은 것으로 만들어 나가고자 한다"고 말했다.

조태열 외교부 장관이 26일(현지시간) 라오스 비엔티안 내셔널컨벤션센터(NCC)에서 열린 한·일 외교장관회의에서 가미카와 요코 일본 외무상과 기념촬영을 하는 모습. 공동취재단. 뉴스1.

조태열 외교부 장관이 26일(현지시간) 라오스 비엔티안 내셔널컨벤션센터(NCC)에서 열린 한·일 외교장관회의에서 가미카와 요코 일본 외무상과 기념촬영을 하는 모습. 공동취재단. 뉴스1.

이날 회담에선 내년 양국 수교 60주년을 기념하기 위한 논의와 북핵 문제에 대한 협의도 이뤄졌다. 외교부는 "북한의 복합 도발과 최근 러·북 밀착에 대한 우려를 공유했다"고 밝혔다.

특히 이날 회담은 일제강점기 조선인 강제노역 장소인 일본 '사도광산'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 결정을 하루 앞두고 열렸다. 한·일 합의 끝에 사실상 등재가 결정된 상황에서 양국 장관 간에도 관련 논의가 이뤄졌을 것으로 관측된다. 다만 이날 회담 모두발언이나 외교부가 배포한 보도자료에서 사도광산 관련 대목은 없었다.

앞서 외교부 당국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한·일 간 투표 대결 없이 사도광산이 세계유산으로 등재될 것"이라며 "일본이 전체 역사를 반영하겠다고 약속했고 이를 위한 실질적 조치를 이미 취했다"고 설명했다.

조태열 외교부 장관이 26일(현지시간) 라오스 비엔티안 내셔널컨벤션센터(NCC)에서 열린 가미카와 요코 일본 외무상과의 한·일 외교장관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는 모습. 공동취재단. 뉴스1.

조태열 외교부 장관이 26일(현지시간) 라오스 비엔티안 내셔널컨벤션센터(NCC)에서 열린 가미카와 요코 일본 외무상과의 한·일 외교장관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는 모습. 공동취재단.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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