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 살아나는 대출규제
한여름 폭염 속 대출 시장엔 한파가 몰아칠 조짐이다.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관리 압박에 시중은행이 잇따라 대출 문턱을 높이고 있어서다.
29일 KB국민은행은 주택담보대출(이하 주담대) 가산금리 인상부터 대환대출과 다주택자 주담대 제한 등 ‘대출규제 3종 세트’를 시행한다. 신한은행은 이날부터 주담대 대출 금리를 최대 0.3%포인트 올린다.
25일 KB국민은행에 따르면 29일부터 기존 주택 보유자가 추가로 주택을 살 경우 한시적으로 주담대 상품을 취급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주택을 두 채 이상 보유한 다주택자가 대상이다. 이날부터 ‘갈아타기(대환) 대출’도 일부 제한한다. 다른 은행에서 이미 주담대를 받은 대출자가 국민은행 대출 상품으로 ‘갈아타기’를 할 수 없다는 의미다. 다만, 대환대출 플랫폼을 통한 비대면 신청은 가능하다.
마지막으로 가산금리 조정으로 대출금리도 인상한다. 대출 금리는 기준금리에 신용도, 영업 마진 등을 고려한 가산금리를 더해 결정된다. 29일부터 변동·혼합형 주담대 금리가 0.2%포인트 오른다. 25일 기준 국민은행의 혼합형 주담대 금리는 연 3.17~4.57%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최근 주담대 금리를 올려 대출 규모를 관리했으나 가계대출 증가 속도가 빨라져 추가적인 조치에 나섰다”고 말했다. 최근 시중은행은 가산 금리를 올려 대출 증가세를 관리했지만, 주담대 준거 금리인 은행채, 코픽스(자금조달비용지수) 등 시장 금리 하락으로 대출금리 인상 효과가 크지 않자 대출 공급을 한시적으로 줄인 것으로 풀이된다.
신한은행도 29일부터 주담대 관련 대출 금리를 최대 0.3%포인트 인상한다. 이달 들어 세 번째다. 주택담보대출은 이날부터 0.2%포인트 오르고, 다른 은행으로부터 갈아타기 대출일 경우 0.2~0.3%포인트 인상한다. NH농협은행은 이미 지난달부터 다른 은행에서 갈아타는 주담대 대환대출(대면)을 중단했고, 주기형·혼합형 주담대 대출상품의 금리를 0.2%포인트씩 올렸다.
금융업계에선 연말로 갈수록 대출 가산금리 인상 뿐 아니라 대환대출, 다주택자 구매용 주담대 제한 등의 대출 공급을 축소하는 규제가 은행권 전반으로 확산할 것으로 예상했다.
대출 문턱이 높아지면 예비 대출자의 부담이 커질 수 있다. 더욱이 오는 9월부터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2단계가 시행된다. 소득에 빚을 갚을 능력은 물론, 금리 변동 위험(리스크)까지 반영해 대출자의 상환 능력을 더욱 깐깐하게 평가하는 방식이다. 특히 은행권 주담대는 물론 신용대출과 저축은행 등 2금융권의 주담대까지 포함된다.
하반기 금융당국이 대출 관리를 강화한 것은 주담대를 중심으로 가계 빚이 빠르게 늘고 있어서다.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에 따르면 지난달 말 가계대출 잔액은 708조5723억원으로 한 달 새 5조3415억원 증가했다. 가계 빚이 2년 11개월 만에 최대 증가 폭을 기록한 것은 주담대(전월 대비 5조8466억원 증가) 영향이 컸다.
익명을 요구한 은행권 관계자는 “가계 빚 증가세가 꺾이지 않는다면 (당국 압박에 따른) 대출 규제가 강화될 수 있다”며 “이미 2021년 집값 폭등했을 때 대출 증가세를 막기 위해 내놨던 (대환대출 제한 등) 규제가 하나씩 다시 등장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