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몬과 위메프 정산금 미지급 사태가 국내 이커머스 시장 재편의 신호탄이 될 전망이다. 티몬과 위메프의 모기업 큐텐(Qoo10)은 “해결책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이지만, 판매자와 소비자의 신뢰를 다시 얻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향후 이커머스 시장은 1위 쿠팡과 2위 네이버의 경쟁 속에, 초저가 공세를 앞세운 차이나(C) 커머스 기업들이 도전하는 구도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선 사태 재발을 막기 위해 ‘온라인플랫폼법’(이하 온플법) 등의 규제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이번 정산 지연 사태로 판매자와 소비자들의 티몬, 위메프 이탈이 가속화할 전망이다. 티몬에 입점했다 철수한 한 유통업체 관계자는 “티몬과 위메프가 기적처럼 살아날지도 모르지만, 이런 일이 재발하지 말란 법이 없다. 현재로선 큐텐 계열 플랫폼에 재입점할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현재 국내 이커머스 시장의 양강은 쿠팡과 네이버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이커머스 시장 점유율은 쿠팡(24.5%)과 네이버(23.3%)가 근소한 차이로 1, 2위였다. 그 외 업체들이 각각 10% 이하의 점유율을 나눠 가졌지만, 이들 3위 이하 업체는 대부분 적자다.
티몬·위메프 사태를 계기로 쿠팡과 네이버로 온라인 판매자와 소비자들이 몰릴 가능성이 커졌다. 특히 국내 최대 포털 운영사인 네이버가 반사 효과를 볼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네이버 스마트스토어는 티몬·위메프처럼 판매자와 소비자를 연결해 주는 오픈마켓 형태의 커머스 플랫폼이다. 쿠팡은 물건을 판매자로부터 직접 매입해 소비자에게 되파는 비중이 90%에 달해 오픈마켓과는 성격이 다르다. 쿠팡의 경우 6조원 이상을 투자해 자체 물류·배송 인프라를 탄탄하게 갖췄고, 지난해 말 기준 1400만 유료 멤버십 소비자를 확보한 상태다.
이커머스 지각변동이 본격화하면 알리익스프레스·테무 등 C커머스의 공습도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들 플랫폼이 판매한 제품에서 가품이나 유해 물질이 발견돼 논란이 일기도 했지만, 유통업계에서는 이들의 공세를 무시하기 어렵다고 본다.
알리익스프레스는 지난 3월 국내에 3년간 11억 달러(약 1조4500억원)를 투자해 물류 인프라를 강화하기로 한 만큼, 쿠팡·네이버 등과 배송 경쟁에도 본격적으로 나설 수 있다. 초저가에 이어 물류 경쟁력까지 확보한 C커머스가 국내 이커머스 시장에서 점유율을 높이면, 국내 제조·유통 생태계가 중국 업체들에 완전히 종속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정치권에선 ‘온라인플랫폼법’ 등의 필요성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커졌다. 25일 진성준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원회 의장은 “온라인플랫폼법·전자상거래법 등 관련 법률의 조속한 제정과 개정을 신속히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22대 국회에서 발의된 온플법(5개 법안)은 크게 두 가지 축으로 나뉜다. 대형 온라인 플랫폼의 독점을 규제하는 것이 하나의 축이고, 다른 한 축은 플랫폼 입점 사업자의 권익을 보호하는 공정 거래 부문이다.
홍대식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온플법은 입점 사업자의 권익 보호를 위한 측면이 있지만, 오히려 자국 플랫폼의 경쟁력을 떨어뜨릴 우려도 있는 만큼 충분한 컨센서스(합의)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