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속세 자녀공제 5억…윤 정부, 감세 재시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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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24년 만에 상속·증여세(이하 상속세)를 완화한다. 상속세 최고세율을 내리고, 자녀가 많을수록 부담을 확 줄인다. ‘부자 감세’ 논란에도 불구하고 정면돌파를 택했다. 다만 세부담 완화를 공약한 종합부동산세(종부세) 개편은 뒤로 미뤘다. 들썩이는 집값을 부추길까 우려해서다.

정부는 25일 세제발전심의위원회를 열어 이런 내용의 ‘2024년 세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개정안은 8월 27일 국무회의를 거쳐 9월 국회에 제출한다.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상속세 개편 배경에 대해 “상속세가 그동안 물가·집값 상승 등 경제 변화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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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정안의 핵심은 30억원 초과 상속·증여 시 50% 적용하던 상속세 최고세율을 40%로 10%포인트 내리는 내용이다(중앙일보 7월 19일자 1면). 2000년 이후 24년 만에 인하다. 기존에는 상속 10억원 초과~30억원 구간에 세율 40%를 적용했다. 결과적으로 개정안에 따라 10억원 초과 상속 시 40% 최고세율만 남는다. 최대주주에게 붙는 20% 할증도 폐지한다. 또한 가장 낮은 상속세율(10%)을 적용하는 과표 구간은 기존 1억원 이하에서 2억원 이하로 확대한다. 특히 자녀 공제 금액을 기존 1인당 5000만원에서 5억원으로 대폭 늘린다. 임동원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상속세율과 과표 구간, 공제를 함께 손질하는 식으로 ‘대수술’을 택했다”며 “상속세가 더는 소득 재분배, 경제적 기회 균등이란 목적을 실현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상속세 최대주주 20% 할증 폐지법 개정, 거야 설득하는게 숙제

정부는 내년부터 시행할 예정인 금융투자소득세를 폐지하고, 가상자산 과세도 2년 유예하기로 했다. 모두 감세 기조의 연장선이지만 논쟁이 심한 상속세와는 차원이 다르다.

김우철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상속세 세율을 얼마로 부과해야 하느냐에 대한 정답은 없다. 상속세는 사회적 합의에 따라 부과하는 세금”이라고 규정했다.

박경민 기자

박경민 기자

부자 감세 논란에도 불구하고 개편을 밀어붙인 데는 이유가 있다. 기존에는 배우자 공제(5억원)와 일괄 공제(5억원)를 적용할 경우 10억원까지 상속세를 내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 서울 아파트값 평균 거래가가 10억원을 훌쩍 넘기며 상황이 달라졌다. 상속세를 ‘남의 일’로 여긴 중산층마저 부담을 실감하기 시작했다는 얘기다. 고령 인구 증가로 상속세 부과 대상도 늘어날 전망이다. 일련의 상황은 당연히 ‘표’와도 연결돼 있다. 야당마저 상속세 부담 완화를 언급한 배경이다.

다만 상속세와 함께 완화 또는 폐지까지 언급한 종부세 개편은 개정안에서 빠졌다. 최근 서울 일부 지역의 집값이 반등하는 상황에서 종부세까지 완화할 경우 상승세를 부추길 수 있다는 판단으로 풀이된다. 권대중(부동산학과) 서강대 일반대학원 교수는 “정부가 연일 아파트 공급 확대 신호를 보내고 대출마저 제한하는 상황에서 종부세를 완화할 경우 정책 ‘엇박자’가 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차준홍 기자

차준홍 기자

가뜩이나 세수(국세 수입)가 부족한 상황에서 ‘현실론’도 작용했다. 지난해 정부는 상속세 8조5444억원, 증여세 6조896억원, 종부세 4조5965억원을 거둬들였다. 상속세를 줄이며 종부세마저 완화할 경우 세수 부족 우려가 커진다. 게다가 종부세는 상속세와 달리 국세로 거둬들인 뒤 전액 지방으로 교부한다. 가뜩이나 부실한 지방자치단체 재정까지 흔들릴 수 있다. 최상목 부총리는 “윤석열 정부는 그동안 지속적으로 종부세 완화를 추진해 왔다”며 “전면 개편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 뒤로 미뤘지만, 후퇴는 아니다”고 설명했다.

기재부는 감세 규모를 4조3515억원으로 전망했다. 지난해 세법 개정 시 감세 규모(4719억원)의 10배에 가깝다. ‘세수 펑크’ 우려에도 불구하고 감세로 경제 활력을 불어넣는 길을 택했다. 다만 거대 야당의 ‘부자감세’ 공세는 더 거세어질 수 있다. 가업상속공제 확대와 최대주주 보유주식 할증평가 폐지는 기업을 소유한 ‘오너’의 상속세 부담을 줄이고, 금융투자소득세 폐지는 주식·채권·펀드·파생상품 등 금융투자로 5000만원(주식) 이상의 소득을 올린 ‘큰손’ 투자자에게 유리하다는 비판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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