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플] 카카오 비상경영체제 구축...시험대 오른 정신아 리더십

중앙일보

입력

지난 18일 카카오의 컨트롤 타워인 CA협의체와 주요 계열사 최고경영자(CEO)가 참석하는 임시 그룹회의가 경기도 성남시 카카오 판교사옥에서 열렸다. 이날 회의에는 김범수 카카오 CA협의체 공동 의장 겸 경영쇄신위원장도 참석했다. 사진 카카오

지난 18일 카카오의 컨트롤 타워인 CA협의체와 주요 계열사 최고경영자(CEO)가 참석하는 임시 그룹회의가 경기도 성남시 카카오 판교사옥에서 열렸다. 이날 회의에는 김범수 카카오 CA협의체 공동 의장 겸 경영쇄신위원장도 참석했다. 사진 카카오

김범수 경영쇄신위원장의 구속으로 벼랑 끝에 몰린 카카오가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했다. 김 위원장이 주도했던 카카오 그룹의 사업 재편과 경영 쇄신 작업은 당분간 정신아 카카오 대표가 키를 잡는다. 한 달에 한 번 열렸던 카카오의 ‘그룹협의회’ 개최 간격도 주 1회로 좁힌다.

무슨 일이야

정신아 카카오 대표는 25일 오전 주요 계열사 CEO와 그룹의 ‘컨트롤타워’인 CA 협의체 소속 위원장이 모이는 그룹 협의회를 4시간 가량 진행했다. 대내외 리스크를 점검하고, 김 위원장의 구속에 따른 그룹 차원의 대응방안을 모색하는 자리였다. 앞서 지난 23일 한정석 서울남부지법 영장전담 판사는 자본시장법 위반(시세조종) 혐의를 받는 김 위원장에 대해 “증거 인멸 우려와 도망할 염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이날 회의에서 카카오는 당분간 정신아 대표를 주축으로 비상경영체제를 가동하기로 했다. 김 위원장의 구속으로 공백이 생긴 경영쇄신위원장 직책도 정 대표가 대행한다. CA 협의체와 계열사 CEO가 모여 진행하던 그룹 협의회도 월 1회에서 주 1회로 더 자주 열 방침이다. 김 위원장의 사법 리스크가 다른 계열사로 확산할 가능성이 높아진 만큼, 그룹 차원에서 긴밀히 대응하려는 차원이다.

정 대표는 이날 회의 참석자에게 “각 계열사에서 진행 중인 쇄신과 상생 프로젝트를 문제 없이 진행해 달라”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성장동력 마련을 위해 현재 추진하는 인공지능(AI) 서비스 개발도 차질 없이 진행하겠다”고 강조했다.

왜 중요해

카카오가 비상경영체제로 전환하며 정 대표의 리스크 관리 능력은 시험대에 오를 전망이다. 당분간 김 위원장의 공백을 정 대표가 메워야 하는 상황. 그룹사 차원의 대규모 투자나 사업 개편 등 굵직한 결정은 미뤄지겠지만, 향후 그룹 차원의 경영 활동과 쇄신 활동 대부분은 정 대표가 이끌어야 한다. 카카오 관계자는 “김 위원장이 맡았던 경영쇄신위원회 산하 활동을 정신아 대표가 대신하는 등 기본적 쇄신 활동을 공백 없이 진행하는 것이 비상경영체제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다만 정 대표를 앞세운 카카오의 앞날이 순탄치는 않을 전망이다. 김 위원장을 둘러싼 사법 리스크가 카카오 계열사 전반으로 확산할 가능성이 제기되는 탓이다. 김 위원장의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를 수사하는 남부지검은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의 드라마 제작사 고가 인수 의혹, 카카오모빌리티의 콜 몰아주기 의혹, 카카오 블록체인 플랫폼 클레이튼 관계자 임원들의 횡령·배임 의혹 등을 함께 수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