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불해준대서" 연차 내고 아이 손잡고…위메프 본사에 수백명 몰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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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커뮤니티 등을 통해 위메프 본사에 찾아온 고객들에게 일부 환불을 해줬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소비자들은 25일 이른 아침부터 강남구 삼성동 위메프 본사를 찾아와 환불을 요구했다. 이날 오전 10시 30분쯤 환불을 기다리는 인파로 위메프 1층 로비가 가득 찼다. 이보람 기자

온라인 커뮤니티 등을 통해 위메프 본사에 찾아온 고객들에게 일부 환불을 해줬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소비자들은 25일 이른 아침부터 강남구 삼성동 위메프 본사를 찾아와 환불을 요구했다. 이날 오전 10시 30분쯤 환불을 기다리는 인파로 위메프 1층 로비가 가득 찼다. 이보람 기자

티몬‧위메프 지급불능 사태가 모회사 큐텐의 자본잠식 문제로까지 커지는 가운데, 소비자 수백명이 환불을 요구하며 본사를 직접 찾아 항의하고 있다. 사측은 일부 고객에게 환불을 해주며 진화에 나섰다.

25일 오전 8시 서울 강남구 삼성동 위메프 본사 1층에는 소비자 100여명이 몰렸다. 전날 오후 회사를 찾아온 일부 고객이 환불을 받았다는 소식이 온라인 카페와 피해자 단체대화방 등에서 퍼지면서다. 회사 측은 전날 없던 간이 의자 30여 개를 배치해 소비자들이 앉아서 대기할 수 있도록 했다. 오전 8시 30분쯤이 되자 수백여명이 몰리면서 건물 1층 로비가 가득 찼고 문밖까지 사람들이 몰렸다. 인파가 몰리자 회사 측은 안전문제가 발생할 것을 우려해 오전 10시 30분부터 건물 출입을 통제하고 온라인 고객센터를 통해서만 환불 신청을 받고 있다.

경남 진주에 사는 이순성(46)씨도 착잡한 표정으로 이날 오전 8시 20분쯤 로비에 들어섰다. 이씨는 환불 서류를 작성한 뒤 “가족 여행을 가려고 위메프에서 600만원을 결제하고 31일 호주로 출국할 예정이었는데 어제 여행사로부터 결제가 되지 않았다는 연락을 받았다”며 “여행사는 우선 결제를 한 번 더 하라고 하고 위메프에선 2~3일 뒤 환불을 해주겠다는데 믿고 기다릴 수가 없어서 연차를 내고 3시간 넘게 운전해 왔다”고 말했다.

25일 오전 8시 30분쯤 서울 강남구 삼성동의 위메프 본사 문 앞에 환불을 요구하는 고객들이 서 있다. 이보람 기자

25일 오전 8시 30분쯤 서울 강남구 삼성동의 위메프 본사 문 앞에 환불을 요구하는 고객들이 서 있다. 이보람 기자

23일 오후 서울 강남구 신사동의 티몬 사옥이 폐쇄돼 있는 모습. 사진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23일 오후 서울 강남구 신사동의 티몬 사옥이 폐쇄돼 있는 모습. 사진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로비에 앉아 대기 중인 이들 중엔 어린 아이를 데리고 온 여성들도 있었다. 한 여성은 옆에 앉은 다른 고객에게 “9시 40분까지 아이 유치원에 보내야 하는데 이 상태론 못 갈 것 같다”고 말했다. 티몬에서 여행상품을 예약했다가 취소당했다는 한 중년 여성은 환불 서류를 접수하는 직원이 “티몬은 여기서 접수할 수 없다. 우리도 티몬과는 연락이 안 된다”고 하자 발길을 돌려야 했다. 티몬은 전날부터 강남구 신사동 사무실을 폐쇄한 상태다. 한 남성은 의자에 앉아 준비해 온 만화책을 읽으며 환불을 기다렸다. “직원들은 어디 있냐. 왜 없냐. 경찰들은 어디서 뭐하느냐”고 욕설을 하며 큰 소리를 내는 남성도 있었다.

류화현 위메프 대표는 이날 오후 회사를 찾아 온 소비자들에게 “오늘은 고객이 가장 급하게 원하시는 환불을 완수하려고 한다”며 “현재까지 (현장에서) 700건 처리를 완료했다. 처리방식 변경으로 속도가 빨라질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고객 환불부터 집중한 뒤 소상공인·영세상인 등 판매대금 지급 문제에 대응하겠다”고 덧붙였다.

위메프 측의 이런 입장에도 소비자들은 이날 오후 4시쯤 류 대표를 둘러싸고 “새벽 2시에 왔는데도 아직 환불 처리가 안 됐는데 대체 언제 해 준다는 것이냐”, “입금이 될 때까지 돌아가지 않겠다”며 항의를 이어갔다. 좁은 공간에 인파가 몰리자 더위에 지친 일부 고객들은 앉을 자리가 부족해 신문지를 깔고 바닥에 앉아 있기도 했다.

위메프는 전날 오후 8시 30분부터 소비자들로부터 환불 서류를 접수했다. 이름과 연락처, 예약번호, 환불계좌 등을 적은 종이를 제출하고 기다리면, 한 명씩 불러 사무실에서 본인 확인을 하고 입금을 해주는 식이다. 한 위메프 직원은 “순차적으로 환불을 해드릴 테니 조금만 기다려 달라”며 성난 고객들을 달래기 위해 애썼다. 전날엔 환불을 받지 못한 고객 일부가 이튿날 새벽까지 로비에서 기다리기도 했다.

온라인에서는 위메프 본사에 찾아가 집기 등을 가져가는 소비자 때문에 경찰이 출동했다는 글이 올라오기도 했지만, 서울 강남경찰서에 따르면 별다른 물리적 충돌은 발생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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