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후보 TV 토론과 도널드 트럼프 후보 암살 기도 후 워싱턴 정가와 월스트리트는 롤러코스터를 타고 있다. 트럼프 후보는 15~18일 공화당 전당대회에서 특유의 입담을 뽐내며 이미 승자인 양 자신만만했다.
민주당은 초상집 분위기였고 공화당은 백악관을 탈환한다는 기대감에 부풀었다. 자본시장의 반응은 뜻밖이었다. 트럼프가 미국 중심의 경제정책 강화를 언급할수록 주식시장에는 찬물이 끼얹어졌다. 강세장을 이끌던 인공지능(AI)과 반도체 주도주가 10% 이상 급락하면서 직격탄을 맞았다. 트럼프가 대통령이 되면 주식시장이 본격적인 하락세에 접어들 것이라는 우려가 커졌다.
7월 21일 조 바이든 대통령이 대선 후보에서 사퇴했다. 그가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지지를 선언하자 주식시장은 반등했다. 급락했던 엔비디아를 비롯한 주도주가 중요한 지지선을 지켜냈다. 자본시장은 트럼프를 경계하고 민주당 승리를 기대하는 듯한 모양새다.
전임자 사망으로 헌법에 따라 대통령직을 승계했던 부통령 해리 트루먼과 린든 존슨을 포함해 과거에도 현직 대통령이 재선에 나서지 않은 경우가 있었다. 대공황을 극복하고 세계대전을 지휘하던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이 1945년 4월 서거했다. 1963년 11월 댈러스를 방문하던 존 F. 케네디 대통령이 암살됐다.
재선을 포기한 트루먼과 존슨 대통령을 대신한 민주당 후보들은 공화당 후보에 패배했다. 당시 자본시장의 동향은 어땠을까. 1952년 대선에서 트루먼 대통령이 지지한 아들라이 스티븐슨 일리노이 주지사는 제2차 세계대전의 영웅인 아이젠하워 장군에 졌지만, 주식시장은 승승장구했다. 그해 말 다우존스 주가지수는 전년 대비 약 8%가량 상승했다. 1968년에는 민주당 후보인 휴버트 험프리 부통령이 공화당의 리처드 닉슨에게 패배했다. 그해 주가는 지지부진을 면치 못했다.
왜 주식시장은 선거결과에 상반되게 반응했을까. 1952년 미국 경제는 1948년을 전후한 시기의 경기침체에서 벗어나 회복세를 보였다. 주가도 대세 상승의 초입에 있었다. 하지만 1968년 미국 경제는 긴 성장국면을 지나 침체의 터널에 들어서고 있었다. 물가도 불안했다. 주가도 1966년을 고점으로 대세 하락기에 있었다.
그렇다면 이번에는? 과거 사례와 달리 이번엔 정치나 정책이 아니라 고령 리스크가 전임 대통령의 하차 원인이다. 바이든의 지지 표명 이후 정치와 시장의 관심이 민주당 카멀라 해리스에게로 모이고 있다. 자본시장은 선거 이후의 경제를 바라본다. 누가 승리하든 주가는 경기가 침체기로 접어들지 여부에 좌우된다. 선거보다 경제 펀더멘털을 봐야 하는 이유다.
김성재 미국 퍼먼대 경영학 교수·『페드시그널』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