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과일의 왕’ 수박이 운다. 폭우와 지루한 장마에 가격이 치솟고, 그나마 살아남은 수박은 당도(糖度)가 떨어져서다.
24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최근 잇따른 폭우로 충남 논산·부여에 집중된 수박 농가에서 하우스 60∼70%가 침수되는 등 대규모 수해를 입었다. 해당 지역이 전국 수박 농가에서 차지하는 재배 면적은 20.9%에 달한다. 특히 대형마트에 납품하는 물량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수박 가격은 연일 오름세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23일 수박 소매가격(중품)은 한 통당 2만889원을 기록했다. 3주 전인 2일 소매가격(1만8828원)보다 2000원가량 올랐다. 수해도 문제지만 유통업계에서 걱정하는 건 긴 장마에 따른 일조량 부족이다. 일조량이 부족하면 수확 일정도 뒤로 밀려서다. 장마가 끝나면 8월부터 본격적인 폭염이 시작된다. 수박 수요가 늘면 물가가 폭등할 가능성이 있다. 지난해에도 폭우로 여름철 수박 한 통 소매가격이 4만~5만원까지 치솟는 ‘수박 대란’을 겪었다.
수박이 제때 나온다 하더라도 맛(당도)이 예전만 못할 수 있다. 대형마트 등 소매점에선 ‘비파괴 당도 검사’를 거쳐 당도가 일정 기준 이상인 수박을 판매하는 경우가 많다. 한 대형마트에 따르면 지난달까지 평균 90% 이상이던 당도 검사 통과율이 최근 50%까지 떨어졌다.
신지영 농식품부 원예경영과장은 “지난해 수박 농가 수해 면적이 1032㏊(헥타르)였는데, 올해는 현재까지 수해 면적이 319㏊ 수준이다. 충북 음성, 강원도 양구, 경북 봉화 등 주요 산지는 수해가 크지 않다”며 “지난해처럼 수박 대란이 일어날 가능성은 작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