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이커머스 플랫폼 큐텐의 계열사인 티몬·위메프가 보름 넘게 판매자 정산을 하지 못하며 입점 업체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이들 플랫폼에 입점했던 여행·유통업체들은 상품 판매를 중단하거나 이미 판매한 상품을 취소하고 있어 소비자 피해가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3일 여행업계에 따르면 하나투어, 모두투어, 노랑풍선, 교원투어 등 주요 여행사들은 전날 티몬과 위메프에서 판매하던 여행상품 노출을 일제히 중단했다. 대금 정산이 일주일 이상 지연되자 상품 판매를 중단한 것이다. 이중 하나투어와 모두투어는 오는 25일까지 밀린 대금을 달라는 내용 증명을 보낸 상태다. 하나투어 관계자는 “통상 한달분의 거래액이 익월 중순에 정산된다. 지난주 예정됐던 6월 거래대금이 정산되지 않아 판매 중단 조치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모두투어 관계자는 “이달 출발하는 단체여행은 일정대로 진행할 예정이지만 내달 출발하는 여행의 경우 내일 오전까지 위메프나 티몬이 주는 답을 보고 결정할 것”이라며 “미정산금에 대한 해결책이 미흡할 경우 추가 입장을 낼 계획”이라고 밝혔다.
유통업체들도 차례로 퇴로를 찾는 모양새다. 롯데백화점은 지난 19일 티몬과 위메프에서 철수했고 TV·데이터 홈쇼핑 업체들도 상품 판매를 중단하고 있다. 모바일 선물하기 쿠폰이나 숙박권·입장권 등을 판매하는 커머스 업체들은 고객들에게 티몬·위메프에서 구매한 상품을 결제 취소해달라고 안내하고 있다. 이날 국내 1위 모바일 쿠폰 사업자인 쿠프마케팅은 상품 구매 고객들에게 “티몬 측 정산 지연의 사유로 인해 구매한 모바일 쿠폰의 결제 취소를 부탁한다”며 “구매한 모바일 쿠폰은 사용 불가할 수 있다”는 안내 문자를 전송했다.
앞서 위메프 입점 판매자 500여명은 정산 예정일인 지난 7일 판매 대금을 받지 못했다며 회사 측에 문제를 제기했다. 위메프측은 지난 17일 판매자 공지를 통해 연이율 10% 지연 이자 지급, 지연 금액의 10%포인트 지급 등의 보상안을 제시하고 이달 말까지 정산을 마치겠다고 밝혔지만 위메프에 이어 티몬까지 정산 지연 사태가 발생하며 입점 업체들의 도미노 철수로 이어지는 상황이다.
정부도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최근 위메프, 티몬의 미정산·유동성 상황에 대한 모니터링을 매일 실시 중이다.
이날 오후 티몬과 위메프는 보도자료를 통해 “판매자들에게 빠르고 안전한 대금 지급을 지원할 수 있도록 새로운 정산 시스템 도입을 결정했다”며 “제3의 금융 기관과 연계해 자금을 안전하게 거치하고 빠른 정산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기존에는 티몬과 위메프가 고객의 결제 대금을 보관하고 있다가 판매자별 정산 일자에 맞춰 지급해왔다.
양사는 안전한 제3의 금융기관에서 대금을 보관하고, 고객들의 구매 확정 이후 판매자들에게 지급하는 형태를 도입하겠다는 설명이다. 회사 측은 “8월 중 새로운 정산 시스템을 판매자들에게 공개하겠다”며 “이번 사태를 해결하고 고객 신뢰를 높일 방안을 계속 찾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반복되는 정산 지연으로 이미 등을 돌린 소비자와 판매자를 설득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티몬과 위메프에서 판매를 중단한 한 유통업체 관계자는 "새로운 정산 시스템을 마련해 8월에 공개하겠다는 발언을 얼마나 신뢰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면서 "이번에 밀린 정산이 이뤄진다 해도, 당분간 다시 입점할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