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은 때로 드라마보다 더 드라마 같다는 생각이 든다.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싶을 때마다 어쩌면 정해진 운명, 팔자라는 게 있는 것은 아닐까 싶다. 신의 개입이 아니고서는 도무지 설명되지 않을 때 말이다.
몇 년 전, 상조회사의 소개로 방문한 고독사 현장 이야기다. 고인에게는 부인과 성인이 된 자녀 둘이 있었다. 그는 지방국립대 법대를 졸업하고 나름 엘리트의 삶을 살았다. 온전히 자신만의 능력으로 목 좋은 곳에 4층짜리 건물도 세웠다. 술과 담배를 하지 않고, 꾸준한 운동으로 자기 관리도 열심히 했다고 한다. 지금 시대야 개천에서 용이 나올 수 없다지만 고인의 세대만 하더라도 개천 용이 될 수 있었던 때였다. 그 시절에 부모 도움 없이 법대 입학과 건물주가 됐으니 그가 얼마나 치열하게 살았을지는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그런데 왜 그는 고독사로 생을 마감했을까?
건물 사람들의 말을 통해 그의 가족 이야기를 얼핏 들을 수 있었다. 고인의 가족은 고인의 명의로 된 건물 3층과 4층에 거주하고 있었다. 3층에는 고인과 아내, 그리고 둘째 딸이 살았고, 4층에는 동사무소 공무원인 첫째 아들이 살았다고 한다. 한 건물 3, 4층에 살고 있으니 같이 사는 것과 다름없다고 생각했다. 그때, 온 세상 슬픔을 다 짊어진 듯한 남자가 계단을 올라왔다.
상조회사를 통해 고독사 청소를 의뢰한 첫째 아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