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뚜레쥬르 아니에요. 천안에만 있는 ‘뚜쥬루’ 과자점입니다” 전국 도시마다 대표 빵집이 인기를 끄는 가운데 충남 천안에서는 ‘뚜쥬루’가 주목을 받고 있다. 빵 제작과정을 체험할 수 있는 시설까지 만든 일종의 테마파크인 데다 이름이 프랜차이즈 제과 브랜드인 뚜레쥬르와 비슷해서다. 천안 시민 사이에선 “대전에 성심당이 있다면 천안에는 뚜쥬루가 있다”고 한다.
지난 15일 천안시 동남구 구룡동 뚜쥬루과자점 빵돌가마점을 찾았다. 평일 오후인데도 매장 안에는 손님으로 가득했다. 아이를 동반한 젊은 엄마, 친구들과 대화를 나누는 중년 여성들, 20대 초반 대학생까지 다양한 고객이 찾았다.
천안시민들 “지역 대표 빵집” 엄지 척
빵돌가마점은 뚜쥬루과자점의 네 번째 매장이다. 나머지 매장도 모두 천안에 있다. 1998년 처음 오픈한 성정점부터 거북이점(불당동)·갤러리아백화점에 이어 2013년 빵돌가마점이 문을 열었다. 빵돌가마점은 제과점 매장 가운데 전국에서 규모가 가장 크다고 한다. 돌가마에서 빵을 굽는 것도 색다르다. 빵 돌가마는 전기오븐과 달리 돌을 데운 열기로 빵을 굽는다. 겉은 바삭, 속은 촉촉한 ‘겉바속촉’ 빵을 만들어내는 비결이 여기에 있다고 한다. 뚜쥬루에서 만드는 빵 가운데 가장 인기가 많은 ‘돌가마만주’와 ‘돌가마빵’은 이곳에서 만든다.
빵돌가마점은 2만9000㎡(약 9000평) 부지에 카페와 체험관·팥제작소 등 빵 제작과정을 한데 모아 만든 ‘빵 마을’이다. 단순히 빵을 사고 커피를 마시는 공간이 아닌 가족, 연인과 함께 다양한 체험을 즐길 수 있는 테마파크다. 최근에는 밀 재배 체험장까지 생겼다. 커다란 창문 너머로 푸른 논이 한 눈에 들어온다. 도심 속 이색 풍경이다.
매장에서 만난 최현미(33·여)씨는 “초등학교에 다닐 때 처음 본 뚜쥬루가 이렇게 성장해서 시민의 한 사람으로 뿌듯하다”며 “10대 때는 친구, 20대에는 연인, 이제는 가족과 오는 데 한결같아서 좋다”고 말했다.
윤석호 대표, 1992년 서울에서 시작
뚜쥬루는 1992년 윤석호 대표가 서울에서 처음 문을 열었다. CJ 베이커리 ‘뚜레쥬르’보다 5년이나 먼저 문을 열었다. 뚜쥬르는 프랑스어로 '언제나'란 의미다. 윤 대표는 제법 장사가 잘되던 서울 빵집을 정리하고 1998년 ‘제2의 고향’인 천안으로 내려왔다. 첫 직장 생활을 천안에서 시작한 그는 첫 아이도 천안에서 얻었다. 그런 인연으로 윤 대표는 천안에 정착하기로 결정했다고 한다.
윤 대표는 ‘이익과는 타협하지 않는다’는 경영 철학을 갖고 있다. 많은 수익을 내지 못하더라도 지역 농산물을 고집하고 좋은 재료를 써야 한다는 원칙을 지키고 있다고 한다. 방부제나 인공 색소, 광택제 등 화학첨가물을 넣지 않는다는 원칙도 변하지 않았다.
방부제가 없는 빵을 만들어 팔다 보니 보관 기간이 길지 않다. 그래서 나온 게 50% 할인이다. 만든 지 하루가 지난 빵은 다음 날 아침 반값에 판매한다.
4개 매장 매출 251억…전국 세 번째 규모
뚜쥬루과자점(4개 매장)의 지난해 매출은 251억3000만원이다. 대전의 성심당, 군산의 이성당에 이어 동네 빵집으로는 전국에서 세 번째로 많은 매출이다. 하지만 당기 순이익은 3억4000만원밖에 되지 않는다. 빵 하나하나를 모두 손으로 직접 빚어 만들고 최상품 재료만을 사용하기 때문에 큰 비용이 들어간다.
뚜쥬루에서 사용하는 재료는 대부분 천안에서 생산한 농산물이다. 지난해 26t을 사용한 팥을 비롯해 쌀가루도 모두 천안산이다. 딸기는 지역 농가와 계약재배를 통해 무농약 딸기만 공급받는다. 밀가루는 국내산이 적어 일부만 사용하지만, 국산 밀가루로 만든 빵은 ‘우리 밀’이라고 표기한다. 달걀과 꿀·찹쌀도 모두 천안에서 재배한 것만 사용한다. 기름은 20년 넘게 ‘하루 사용’ 원칙을 고집하고 있다.
직원 239명 모두 정규직…박상돈 시장도 추천
뚜쥬루 직원 239명(4개 매장)은 모두 정규직이며 상당수는 천안 출신이다. 박상돈 천안시장은 지난 1일 취임 2주년 기자회견에서 ‘천안 빵 문화’를 설명하며 “구룡동에 가면 빵돌가마마을이 형성돼 있다. 관광 코스로 손색이 없다”고 추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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