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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이 DJ, 좋은 감독 또 없어?”…박항서 신화 쓴 ‘한국 애송이’

  • 카드 발행 일시2024.07.19

스포츠 에이전트 이동준(39) DJ매니지먼트 대표는 대중에게 널리 알려진 인물은 아니다. 네이버 검색창에 이름을 입력해 봐도 그 흔한 인물 정보조차 나오지 않는다. 무려 50명이 넘는 ‘각계각층의 성공한 이동준들’ 중에 그의 프로필은 없다. ‘오직 실력과 성과로 말한다’는 마음가짐으로 네임밸류 같은 건 신경 쓰지 않고 달려온 탓이다.

그런 그를 가장 빛나게 하는 건 ‘박항서의 남자’라는 수식어다. 실업축구팀(창원시청) 사령탑이던 박항서 감독을 베트남축구협회에 연결해 300대 1의 경쟁률을 뚫고 베트남대표팀 지휘봉을 잡게 한 주인공이 이동준 대표다. 박 감독이 베트남에서 승승장구하는 동안 곁에서 그림자 역할을 한 이 대표도 ‘훌륭한 스승을 베트남에 데려온 은인’으로 현지에서 유명세를 탔다. 이 대표는 “박 감독님이 성과를 낸 시기에 대한민국과 베트남이 정치·경제·문화적으로 가장 좋은 관계를 유지했다”며 “두 나라 정·재계 관계자들로부터 ‘외교관 100명이 100년이 걸려도 하지 못할 일을 박항서 감독 혼자서 해냈다’는 칭찬을 들었을 때 가슴이 뜨거웠다. 사람과 사람을 넘어 국가와 국가를 연결할 수도 있다는 게 에이전트라는 직업의 매력”이라며 활짝 웃었다.

◇헤이 DJ, 좋은 한국인 감독 없어?
30대 후반인 이동준 대표는 스포츠 에이전트 시장에서 여전히 젊은 축에 속하지만 제법 탄탄한 입지를 구축했다. 박항서 감독 이외에 최근 베트남 축구대표팀 지휘봉을 잡은 김상식 감독, FC서울 사령탑 김기동 감독, 수원FC를 이끄는 김은중 감독 등을 고객으로 두고 있다. 특히나 베트남과 태국·홍콩 등 동남아시아 축구시장과 중국에서 전문성과 영향력을 인정받는다. 홍콩의 명문 축구팀 키치를 이끄는 김동진 감독을 비롯해 이 대표가 동남아 무대에 진출시킨 한국인 선수와 지도자들이 현지에서 줄줄이 성공을 거두며 ‘K풋볼 신드롬’을 불러일으킨 결과다.

이동준 DJ매니지먼트 대표는 베트남에서 '박항서 신화'를 완성한 숨은 주인공이다. 김경록 기자

이동준 DJ매니지먼트 대표는 베트남에서 '박항서 신화'를 완성한 숨은 주인공이다. 김경록 기자

제가 만든 회사(DJ매니지먼트)의 슬로건은 ‘극동아시아를 대표하는 전문가 집단(Far East Expert)’입니다. 아시아 스포츠 무대에 기반을 두고 점차 영역을 넓혀 서양으로, 유럽과 미국으로 확장하겠다는 의지를 담은 것인데요, 그러다 보니 우선 아시아 무대에서 영향력을 확보하는 일이 중요했습니다. 제가 처음 사업을 시작한 게 25세 무렵인 2010년이었는데요, 채 서른이 되지 않은 나이다 보니 많이 힘들었습니다. 가장 뼈아픈 게 경험 부족이었죠. 국내 축구계에 제 나이대에 활동하는 에이전트가 거의 없던 시절이라 아무리 열심히 활동해도 보이지 않는 벽 같은 게 느껴졌어요. 마주하는 분들의 말투와 표정에서 ‘어린 네가 뭘 할 수 있겠어’라는 뉘앙스가 느껴졌죠. 그런 제 눈에 ‘중국’과 ‘동남아시아’라는 새로운 시장이 들어왔습니다.

당시 동남아는 한국 축구 선수들이 선호하는 무대가 아니었다. K리그 진출에 실패한 선수들이 선수 이력을 이어가기 위해 가는 곳 또는 은퇴를 앞둔 베테랑 선수들이 돈벌이를 위해 마지막으로 도전하는 곳 정도의 이미지가 강했다. 축구 열기는 제법 뜨거웠지만 제대로 된 축구 인프라나 리그 시스템이 갖춰지지 않은 나라들이 대부분이었기 때문이다.

축구 실력만 놓고 보면 동남아 국가들은 한국의 경쟁 상대가 아니죠. 지금도 마찬가지고요. 하지만 이코노믹 사이즈에서 봤을 땐 급속도로 성장하는 나라들이 많아 사업적 측면에서 도전해 볼 만한 가치가 높다는 판단이 섰습니다. 한국이 아시아를 대표하는 축구 강국이다 보니 동남아 축구계 고위 관계자들이 ‘한국에서 건너온 애송이 축구 에이전트’에 대해 편견 없이 대해준 점도 좋았습니다. 인적 네트워크를 구축하기 위해 배낭 속에 사업계획서와 선수·지도자 소개 자료를 넣고 배낭 여행객처럼 이 나라 저 나라를 떠돌았습니다.

그렇게 ‘맨땅에 헤딩’하는 과정을 거쳐 이 대표는 10년 만에 동남아 축구 시장을 주무르는 큰손으로 자리매김했다. 박항서 감독 관련 수입을 제외하고도 지난 10년간 아시아 여러 나라에 한국인 지도자와 선수를 진출시키는 과정에서 벌어들인 중개 수입이 수백억원에 이른다. 중국을 비롯해 동남아시아 여러 나라 축구협회가 자국 대표팀 사령탑을 선임할 땐 어김없이 이 대표에게 직간접적으로 연락해 조언을 구한다. “헤이 DJ(이동준 대표의 별칭), 좋은 한국인 감독 어디 없어?”

베트남 축구계의 니즈를 정확히 읽고 박항서 감독의 계약을 성사시킨 이동준 대표의 숨은 노력이 있었기에 박항서 신화가 가능했다. 로이터=연합뉴스

베트남 축구계의 니즈를 정확히 읽고 박항서 감독의 계약을 성사시킨 이동준 대표의 숨은 노력이 있었기에 박항서 신화가 가능했다.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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