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59년 찰스 다윈의『종의 기원』이 등장했다. 인간은 더는 ‘만물의 영장’도 ‘신의 특별한 피조물’도 아닌, 다른 동물과 다를 바 없는 자연 세계의 일원으로 내려앉았다. 이후 1976년 리처드 도킨스(Richard Dawkins)가 낸 책 『이기적 유전자』에서 인간은 한 번 더 큰 상처를 입는다. 우리 몸은 번식을 위해 유전자(gene)의 조종을 받는 ‘번식 기계’라는 것이다.
최근 인터뷰를 위해 만난 유전학자 최정균 KAIST 바이오및뇌공학과 교수는 최근 낸 책『유전자 지배 사회』에서 “유전자 중심 세계관이 등장한 지 약 50년이 흘렀지만, ‘보이지 않는 지휘자’인 유전자의 ‘활약상’이 이론의 파급력만큼 조명되지 못했다”고 진단하며 “유전학적 결정론을 사회과학에 적용하는 게 꺼려지는 건 나치 우생학 등 극단적인 사회진화론의 발현 같은 부작용 때문이 아닐까 싶다. 하지만 인간의 정치·경제·종교활동 등은 (유전자의) 진화에 영향을 받는다”고 강조했다.
그렇다면 인간 사회의 여러 제도와 규범, 정치·종교적 신념마저 유전자의 지배와 종속 아래서 발현된 현상에 불과할까. 최근 ‘유전자 탓’이란 말이 심심치 않게 나오는데, 인간은 유전자를 극복할 수 없는 개체일까. ‘유전학계의 가장 주목할 만한 젊은 학자’로 평가 받는 최 교수는 유전자의 ‘지배’와 그에 대한 인간의 ‘반항’을 어떻게 규정했을까. 최 교수는 “(사람들은) 인간이 만든 여러 제도와 규범이 이성과 합리성을 통해 결정된다고 여기지만 ‘본능적인 요소’가 생각보다 광범위하고 깊숙이 적용된다”고 말했다.
이런 관점에서 이타심의 ‘끝판왕’ 격인 부모의 자식 사랑은 유전자의 생존 전략에 따라 ‘조장된’ 감정일 수 있다. 혈연 간 사랑과 헌신 역시 다른 동물과 마찬가지로 냉혹하고 조건적 사랑으로 해석된다.
가족 말고 남녀 간 사랑은 어떨까. 나와 반대 성향에 끌려 결혼했다가, 또 같은 이유인 ‘성격차이’로 이혼한다. 반대로 나와 비슷한 점이 많은 이에게 끌리는 경우도 있다. 이때 유전자는 사랑의 과정에 어떻게 개입해 자신의 목적을 달성할까. 유전자는 인간이란 개체의 행복을 위해 움직일까.
목차
1. 인간의 사랑도 결국 유전자의 기만일까
2. 친가보다 외가에서 손주에게 용돈을 더 주는 이유
3. 나와 반대 성향 이성에 끌리는 진짜 이유
4. ‘성격 차이’로 결혼하고 그걸로 이혼, 인간은 왜 그럴까
유전자의 ‘지배’와 인간의 ‘반항’
하편: “가짜뉴스, 보수가 더 믿는다 그게 '질긴 생존력의 비법”
인간의 사랑도 결국 유전자의 기만일까
인간 세계의 모든 게 물질로 환원되더라도 ‘사랑’이란 감정만큼은 예외가 아닐까 싶지만, 최 교수는 “사랑 역시 번식이란 목적으로 진화가 고안해 낸 신경기관의 메커니즘”이라고 말했다. 사랑이란 감정도 결국 유전자가 인간을 조종하는 수단이자 책략에 불과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