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몽골 수도 울란바토르 구도심에 문을 연 '몽골 현대병원'에서 24세 청년 발진냠을 만났다. 이 병원은 경기도 남양주시 현대병원(중앙대의료원 교육협력병원)의 자(子) 병원이다. 김부섭 원장이 2009년부터 15년 의료 봉사를 하다 성에 안 차 아예 차렸다. 김 원장은 지난 15년간 몽골의 정형외과 중증 환자 1500여명을 수술했다.
발진냠은 지난 5일 오후 몽골 현대병원 1층 진료실로 들어올 때 걷는 게 약간 불편해 보였다. 청바지를 걷어 올리자 얇은 오른쪽 다리가 드러났다. 하마터면 사라질 뻔했던 다리다. 김 원장이 살려낸 다리였다.
9살에 낙마, 오른쪽 다리 으스러지다
발진냠은 2010년 6월 9살 때 말에서 떨어졌다. 울란바토르 동쪽 600㎞ 떨어진 아르 항갈이라는 시골에서 벌어진 일이다. 머리를 심하게 다쳤고, 다리가 만신창이가 됐다. 오른쪽 정강이의 큰 뼈(경골)와 작은 뼈(비골) 등이 으스러지고 부러졌다. 뼈가 튀어나오고 훤히 들여다보이는 개방성 골절이었다. 힘줄·혈관·피부 등 연부(軟部) 조직도 사라졌다.
시골에 응급실은커녕 제대로 된 의사가 없었다. 의료인 역할을 하던 동네 어른의 처치를 받았다. 의사가 아니다. 그는 발진냠의 다리에 붕대를 칭칭 감았다고 한다.
발진냠은 "붕대를 너무 세게 감아서 피가 잘 안 통하고 이상해서 울란바토르로 옮겨졌다"고 말한다. 사실은 그게 아니었다. 제대로 된 처치를 하지 않아 정강이 아랫부분이 죽어가는 괴사 상태로 악화했다. 열흘여 만에 울란바토르 국립외상센터로 이송됐다.
그때 김부섭 원장을 만났다. 김 원장은 2009년부터 월 1~2회 몽골 의료봉사를 갔다. 금욜 오후에 날아가 토~일 이틀간 죽도록 수술만 하고 돌아왔다. 10~15건 수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