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끌·빚투' 다시 몰리나…상반기 은행 주담대, 3년 만 최대폭 증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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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은행 주택담보대출이 6조3000억원 늘어나며 올해 들어 가장 큰 증가 폭을 나타냈다. 상반기(1~6월) 누적 증가액은 3년 만에 최대 규모다. 주택시장이 수도권을 중심으로 회복세를 보이고, 시장금리가 내려가면서 주담대 금리가 하락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10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4년 6월 중 금융시장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말 은행 가계대출 잔액은 1115조5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전월보다 6조원 늘어난 수치다. 주택담보대출이 6조3000억원 늘며 전월(+5조7000억원)보다 증가 폭을 키운 영향이다.

은행 주담대는 1~3월 사이 증가 폭을 줄였다가, 4월(+4조5000억원)부터 다시 큰 폭으로 늘었다. 6월 증가액은 지난해 8월(+7조원) 이후 10개월 만에 가장 크다. 상반기 누적 증가액은 26조5000억원으로, 2021년 상반기(+30조4000억원) 이후 최대 규모다.

차준홍 기자

차준홍 기자

서울 아파트 실거래가격 상승 폭이 4월 0.62%에서 5월 0.76%로 커지고, 지난달 서울 아파트 거래량이 5000건을 돌파하는 등 수도권을 중심으로 주택시장이 회복세를 보인 영향이다. 부동산 시장이 다시 들썩이자 빚을 내 집을 사는 '영끌' 수요가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또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을 선반영해 시장금리가 하락하면서, 주담대 금리 하단이 2%대까지 내려온 것도 대출 수요를 키웠다.

주담대 증가세가 한동안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은은 9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업무보고에서 “주택 매매거래가 5만호 내외에서 점차 늘어나고 있어 시차를 두고 주담대 수요가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며 “대출금리 등 여건 변화를 감안할 때 향후 가계대출의 상방 압력이 다소 높아진 것으로 평가된다”고 짚었다.

금융당국은 10일 은행권 실무진들을 불러 가계부채 점검 회의를 여는 등 관리 강화를 당부했다. 15일부터는 은행권 현장 점검에 나서겠단 계획이다. 이에 시중 은행들은 대출 문턱을 높이는 식으로 관리에 나서는 상태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은행은 15일부터 은행채 5년 만기 금리를 준거 금리로 삼는 주기형(5년 변동, 혼합형) 주담대 금리를 0.05% 포인트 인상한다. KB국민은행은 11일부터 전세자금대출의 금리를 최대 0.2%포인트 올린다. 지난 3일 주담대를 포함한 부동산담보대출 가산금리를 0.13%포인트 올린 지 일주일 만이다. 우리은행은 오는 12일부터 주담대 5년 주기형 금리와 전세자금대출 2년 고정금리를 0.1%포인트씩 올릴 예정이다.

하나은행은 지난 1일부터 주담대 고정금리에 적용되는 감면금리 폭을 0.2%포인트 축소했다. 실질적으로 금리를 올린 효과를 낸다. 이밖에 지난 9일 인터넷은행 케이뱅크도 아파트담보대출 대환상품 가운데 주기형 금리(5년 변동)를 0.1%포인트, 전세자금 대출 금리를 최대 0.15%포인트 각각 인상했다.

정부는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적용 범위를 확대하는 등 DSR 규제 실효성을 높이는 안도 검토하고 있다. 현재 전세대출‧중도금 대출 등은 DSR 규제가 적용되지 않아서다. 집값 상승에 대한 불안심리를 잠재우기 위해 주택 물량 추가 공급 방안도 거론된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은 이날 “최근 부동산 시장은 전반적인 지표 안정에도 불구하고 서울 일부 지역을 중심으로 가격 상승세가 이어지면서 변동성이 커지는 모습”이라며 “관계부처가 함께 시장 상황을 예의주시하면서, 3기 신도시 등 계획된 물량을 신속 공급하고 필요시 추가 공급 확대 방안도 적극적으로 강구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정부가 스트레스 DSR 2단계 시행을 7월에서 9월로 늦추면서 주담대 증가세를 자극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스트레스 DSR 2단계 시행이 두 달 연기되면서 ‘막차 대출’ 수요에 따라 주담대 접수‧상담이 늘어나는 추세”라며 “은행권이 자체적으로 금리를 상향 조정하는 데에도 한계가 있는 상황인 만큼, 2단계 시행 연기는 정부의 정책 일관성이 부족하다는 생각이 드는 지점”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금융당국은 “2단계 시행 연기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등 연착륙을 위해 시기를 미세 조정한 것일 뿐, 가계부채에 대한 관리 기조는 확고하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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