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조트럭에 식용유 나른 中국영기업…언론 폭로에 당국 "철저 조사"

중앙일보

입력

지난 6월 7일 식용유 공장 입구에서 방금 공업용 기름을 운송했던 탱크로리 트럭이 '식용유'라고 적은 스티커를 붙인 채 정차해 있다. 신경보 캡처

지난 6월 7일 식용유 공장 입구에서 방금 공업용 기름을 운송했던 탱크로리 트럭이 '식용유'라고 적은 스티커를 붙인 채 정차해 있다. 신경보 캡처

중국 정부가 공업용 유조트럭에 식용유를 나르던 국영기업에 대한 전방위 조사에 나섰다. 한 신문사 탐사보도팀의 추적 보도가 나온 지 일주일 만이다.

9일 식품안전을 담당하는 국무원(정부) 식품안전판공실은 “언론에 보도된 '탱크로리 트럭의 식용유 운송 혼란' 문제를 매우 중시한다”며 “국가발전개혁위원회, 공안부, 교통운수부, 시장감독관리총국, 국가양식비축국 등 관계부처가 합동조사팀을 구성해 식용유의 유조트럭 운송 문제를 철저히 조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어 “불법을 저지른 기업과 관련 책임자는 법에 따라 엄중히 처벌하고 절대 용서하지 않겠다”며 “하나부터 열까지 숨겨진 위험을 특별 조사하고 조사 및 처벌 결과를 발표하겠다”고 덧붙였다.

지난 5월 24일 톈진의 한 식용유 공장 입구에 한 탱크로리 기사가 흘러내린 기름을 닦고 있다. 신경보 캡처

지난 5월 24일 톈진의 한 식용유 공장 입구에 한 탱크로리 기사가 흘러내린 기름을 닦고 있다. 신경보 캡처

앞서 지난 2일 신경보는 석탄 액화 연료를 싣고 중국을 가로지른 유조차가 세척도 하지 않은 채 콩기름을 채운 뒤 '식용유' 스티커만 붙이고 운송하는 실태를 사진과 영상과 함께 보도했다. 보도 직후 거의 모든 요리에 식용유를 쓰는 중국인들이 다양한 불만을 제기했다. 당국은 멜라민 분유, 가짜 오리알 사건 등을 겪으며 먹거리 안전에 특히 민감해진 국민 여론을 고려해 전면 조사에 착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관련 기업들의 행태는 탐사전문 기자의 잠복 취재로 드러났다. 신경보의 한푸타오(韓福濤) 기자는 인턴기자들과 함께 지난 5월 16일부터 한 달 이상 중국 각지를 취재해 국영기업인 중국비축식량관리그룹(시노그레인)과 민영 후이푸그룹의 실상을 파헤쳤다.

지난 5월 24일 액화석탄 유제품을 하역한 탱크로리 트럭이 식용유 제조공장에서 식용유를 싣고 있다. 신경보 캡처

지난 5월 24일 액화석탄 유제품을 하역한 탱크로리 트럭이 식용유 제조공장에서 식용유를 싣고 있다. 신경보 캡처

중국 매체 관계자는 대만 중앙사에 “한푸타오 기자는 10년 이상 탐사보도에 종사한 베테랑으로 잠복 취재에 강하다”고 전했다. 한 기자는 스타벅스 바리스타, 불법 카지노 도박꾼 등으로 위장해 '아동 노동 실상: 착취당하는 청춘', '장쑤성 남부의 지하 카지노', '안후이성 타이허 병원의 보험 사기', '프랜차이즈 식당의 상한 식재료' 등 고발 보도로 유명한 인물이다.

중국 네티즌은 당국이 민감하게 여기는 식품 안전 문제를 보도한 그의 용기를 칭찬했다. 일부 네티즌은 “5명의 탐사기자가 시장감독관리국 100곳이 할 일을 해냈다” 등의 칭찬 댓글을 올리고 있다. 신경보 탐사보도팀에 시민들의 후원금도 쇄도하고 있다.

중국의 탐사보도 환경은 최근 10여년간 위축되는 추세다. 언론학자 장즈안(張志安) 푸단대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지난 2017년 중국 탐사보도 기자의 수는 175명으로 2011년(306명)에 비해 58% 줄었다. 현재는 한층 줄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