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 스페인 대사 "그 맛 못 잊겠더라" 또 한국 근무, 최애 한식 [시크릿 대사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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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기예르모 끼르빠뜨릭 주한 스페인대사. 지난달 25일 서울 용산구 대사관저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며 미소짓고 있다. 김성룡 기자

기예르모 끼르빠뜨릭 주한 스페인대사. 지난달 25일 서울 용산구 대사관저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며 미소짓고 있다. 김성룡 기자

연말 명동에 세르반테스 문화원 개원

스페인 정부의 문화 외교 첨병인 세르반테스 문화원이 올 연말 서울 명동에 개원한다. 기예르모 끼르빠뜨릭 주한 스페인대사는 최근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세르반테스 문화원은 스페인어 문화권의 문학부터 영화 및 음악 등, 다양한 문화 스펙트럼을 만끽할 수 있는 플래그십 센터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돈키호테』로 잘 알려진 문호 미겔 데 세르반테스(1547~1616)의 이름을 딴 문화원은 올해 말 문을 연다. 정식 개원행사는 수교 75주년인 내년에 예정하고 있다고 끼르빠뜨릭 대사는 전했다.

그가 서울 용산구 한남동 관저로 중앙일보를 초대한 건 지난달 25일. 74년 전 6ㆍ25 전쟁이 발발한 날이었다. 스페인은 6ㆍ25 발발 석 달 전 대한민국 정부와 수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요지.

내년 수교 75주년 계획은.  
"한국과 외교관계를 수립한 5번째 나라가 스페인이다. 우린 그만큼 오랜 기간 한국과 흔들림없는 외교 관계를 유지하며 관계를 강화해왔다. 양국의 역사는 닮은 점도 많다. 내전의 상처를 딛고 경제 발전을 이뤘으며, 독재 정권을 겪은 뒤 공고한 민주화의 기반을 다졌다. 스페인도, 한국도 국제사회의 지원을 받던 나라에서 이젠 지원을 공여하는 나라가 됐다는 점에서도 닮았다. 지난 수년 간 정상급 교류가 다채롭게 이어졌고, 내년에도 다양한 교류가 이뤄질 예정이다. 플라멩코부터 발레까지 다양한 문화 교류도 기대 부탁드린다. 문화뿐 아니라 경제와 무역 등도 발전하고 있으며, 교역은 팬데믹 이전 수준으로 완전히 회복됐다."  
산티아고 순례길의 태극기 그림. [중앙포토]

산티아고 순례길의 태극기 그림. [중앙포토]

세르반테스 문화원 개원 의미는.  
"지금까지는 서울 동대문구 이문동 한국외국어대에서 문화원 관련 업무를 해왔지만 이제 정식으로 명동 유네스코 빌딩에 오픈을 하게 되어 설렌다. 세르반테스 문화원은 스페인 정부가 전 세계 40여 개국에서 운영하고 있으며, 스페인어 공식시험인 DELE 관련 행정 등 주요 업무를 관할하게 된다. 수교 75주년에 개원하게 됐다는 의미도 크다. 한국에서도 지난 15년간 4만여명이 넘는 분들이 DELE에 응시했는데 앞으로 더 편리하게 관련 업무를 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이번이 두 번째 한국 근무인데.
"서울 첫 근무는 2008년부터 한국이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개최했던 2010년까지였다. 근면·성실한 국민과 역동적 문화에 깊은 감명을 받았고 항상 다시 오고 싶다고 생각했다. 특히 간장게장 맛을 잊지 못하겠더라(웃음). 요즘엔 한우의 매력에 푹 빠졌다."  
반대로 한국 내 스페인 레스토랑은 어떤가.
"스페인 사람이 먹어도 맛있는 레스토랑이 많아져서 반갑다. (미식 평가지) 미쉐린(일명 미슐랭)에서 별을 받은 곳도 생겼다. (스페인 유명 관광지) 산티아고 순례길에 제일 많이 온 아시아인 관광객이 한국인인데, 여행의 기억을 한국에 돌아와서도 즐기고 싶어하는 분들이 많다고 들었다. 반가운 일이다."  
간장게장을 특히 좋아한다는 기예르모 끼르빠뜨릭 주한스페인 대사. 김성룡 기자

간장게장을 특히 좋아한다는 기예르모 끼르빠뜨릭 주한스페인 대사. 김성룡 기자

스페인은 2023년 기준 해외 관광객이 프랑스(약 8940만명)에 이어 2위(약 8370만명)를 기록한 관광 대국인데.  
"스페인 인구가 약 4800만명인데 관광객은 그 두 배에 육박한다. 50개가 넘는 (유네스코 선정) 세계문화유산과, 고속 열차 시스템이 잘 된 덕이 아닐까. 스페인을 방문하는 한국인 관광객도 내 첫 한국 근무 당시엔 약 10만명(2010년 기준)이었지만 지금은 연간 63만명이 넘는다."  
기억에 남는 한국 여행지는.
"불국사와 진관사가 특히 인상적이었다. 불교 신자는 아니지만, 사찰 특유의 분위기와 사찰요리의 맛을 잊을 수 없다. 동료 대사들에게도 강력히 추천하곤 한다. 한국에서 생활하며 느끼는 건 양국이 참 닮았다는 것이다. 외교관으로 세계 각지에서 살아봤지만 한국이 유독 친근하다. 영화나 문학 작품을 봐도 그렇다."  
개인적으로 인상 깊었던 작품은.  
"한국계 감독 셀린 송의 영화 '패스트 라이브즈'가 떠오른다. 한국의 영화를 보면 관객이 원하는 것을 보여주려 노력하기보다는, 특유의 새로운 메시지를 전해주려는 노력을 읽을 수 있다. 문화를 하나의 상품이 아니라 일종의 예술품으로 다룬다는 느낌이다. 아마도 이게 전 세계적인 K 문화의 성공의 레시피가 아닐까. 스페인 역시 K 문화 인기가 뜨겁다."  
영화 '패스트 라이브즈'.  사진 CJ ENM

영화 '패스트 라이브즈'. 사진 CJ ENM

스페인은 2017년 북한의 핵과 미사일 도발에 대응해 북한 대사를 추방하기도 했는데.  
"스페인은 한국과 모든 국제 이슈에서 함께 하며, 북한의 각종 도발을 강력히 규탄한다는 점에서도 한마음 한뜻이다. 독재에서 민주주의를 일군 과정에서 한국과 스페인 양국 모두 민주주의의 소중함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같은 맥락으로 우크라이나 전쟁 역시 러시아를 강력히 규탄하며, 유럽 국가의 일원으로서 한국의 우크라이나 지원에 감사함을 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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